자세히보기 2011년 4월 1일

기획 | 한국 원전, 설계상 후쿠시마보다 안전 2011년 4월호

특별기획 | 일본 대지진, 한반도는 안전한가

한국 원전, 설계상 후쿠시마보다 안전

제무성 /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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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의 전기가 회복되면서 사고가 진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40년 정도의 노후 원전인 1, 2, 3호기는 사고 후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2~3MW 정도의 붕괴열을 계속 생성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폐연료봉 저장수조의 냉각기능 상실로 냉각수가 증기로 증발되면서 소방수로 필요할 때마다 폐연료봉 수조를 채우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고등급 5 이상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지만, 방사성 물질을 보관하고 있는 원자로 압력용기는 2m 두께의 콘크리트에 3cm 강철로 입혀진 격납건물에 아직 꼼짝없이 갇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제염·해체 10년 이상 걸려

이렇게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이 원자로 압력용기와 격납용기의 2중 장벽에 갇혀 있어서 대기 중 방출을 억제하고 있으므로 20km 바깥에서의 방사능 검출량은 아직 염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현재 원자력 발전소에서 약 20km 떨어진 지역에서 8μSv/h로 울릉도의 0.13μSv 보다 약 60배 수준으로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초유의 9.0 강진과 추가 여진으로 인한 쓰나미의 비상발전 시스템 침수로, 비상발전기에 연료공급이 되지 않아 전기 공급이 완전히 불가능해지면서 발생된 사고이다. 현재 2호기는 소방계통 라인을 통하여 원자로 내부 냉각만 하고 있으나 1, 3호기는 원자로 내부 냉각 뿐 아니라 해수를 격납용기로 주입하면서 원자로의 바깥에서 외부도 동시에 냉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미 1호기는 반 이상, 2, 3호기는 삼분의 일 정도의 핵연료봉이 녹아 내렸고 설상가상으로 2호기와 3호기는 격납용기마저 균열이 생겨 파손된 상태로 방사선을 방출하고 있다.

지금 1~6호기의 전체 원전에 전기가 복구되고 있어서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전기가 복구되면 냉각수를 주입하여 붕괴열을 냉각하고 주입된 물이 차폐역할을 할 때, 이미 큰 사고는 발생하였지만, 원전 피해를 여기서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향후 원전이 5년 정도의 추가 냉각 후 점차적으로 핵연료를 인출하고 잔존하는 고체, 액체 폐기물을 소외 처분시설에 보내고, 부지 시설을 감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면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 2호기(TMI-2)의 사후처리처럼 10년 이상의 제염과 해체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1979년 미국 TMI 사고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참화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이번 사고로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21기가 가동되고 있는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한가?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가압경수로 방식인데 반하여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에서 발생된 증기를 터빈에 직접 공급하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 설계의 Mark I형의 비등경수로이다. 19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나 1986년 체르노빌 사고는 인적오류가 원인이었던 인재였다.

반면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본질적으로는 원자로 노형의 차이에서 오는 사고라기보다 예기치 못한 쓰나미 침수에 견디지 못한 전기시스템의 고장으로 야기된 자연재해 사고였다. 어떤 원전이라도 물과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붕괴열로 핵연료가 용해된다. 향후 개발될 예정인 자연공랭식 4세대 원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3세대 또는 3.5세대이다. 원전 설계의 안전성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가압경수로가 2세대인 후쿠시마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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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의원과 보좌진들이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를 찾아 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원전 사고, 안정성 향상 계기 되어야

첫째, 가압경수로는 비등경수로와 달리 원자로 계통과 증기발생기가 분리되어 원자로 열을 터빈에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전기가 없는 정전 사고 시 증기 발생기를 이용한 자연 순환 냉각을 통해 노심의 붕괴열을 제거할 수 있다.

평상시 원자로에서 가열한 물이 증기순환기를 통해 증기를 발생시키므로 터빈을 돌리는 증기와 이후 냉각된 물에는 방사성 물질이 거의 없는 장점도 있다.

둘째, 우리나라 원전의 격납용기의 자유체적이 비등경수로보다 약 5배 클 뿐 아니라, 약 12기압의 파손압력을 이기는 우리나라 원전이 8기압까지 견디는 비등경수로 보다 약 1.5배 더 튼튼하다. 또 격납용기가 더 큰 용량이므로 사고 발생 시 대처할 여유 시간도 더 확보된다.

셋째, 이번 후쿠시마 원전 1, 2, 3호기 모두 수소폭발이 있었다. 가압경수로는 우수한 수소제어 설비를 갖추고 있다. 전기가 없어도 수소와 산소의 재결합을 일으키게 하는 촉매제를 이용하여 사고 시 발생되는 수소를 제어하는 설비를 가지고 있다.

넷째, 핵반응을 제어하는 제어봉이 가압경수로의 경우 원자로 위쪽에 설치되어 있어서 자연의 힘인 중력에 의하여 동작하는 데 반하여, 비등경수로는 설계특성상 제어봉이 아래쪽에 있다. 후쿠시마 원전처럼 노심 용해가 발생될 때 중력으로 위에서 아래로 삽입하는 가압경수로 제어봉이 더 핵반응을 잘 통제할 수 있다.

다섯째, 계통만 원전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원전을 잘 운전하는가도 원전 안전성의 중요한 척도다. 최근 우리나라 원전의 이용률은 93%로 미국 89%, 프랑스 76%, 일본 59%에 비하면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 자체 비상전원으로 가압경수로와 비등경수로 모두 비상 발전기 각 2대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추가로 4기에 연결하는 대체 비상 발전기 1대를 장착하여 비상 디젤발전기 가동 불능 시 10분 이내에 수동 투입하여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원전의 안전 관련 기술은 사고를 통하여 진화한다.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의 안전성 제고 기술이 크게 향상될 수 있었듯이 이번 사고가 우리나라의 원전 안전성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향후 방안은 이동식 비상발전기 설치, 비상발전 시스템의 연료를 공급하는 펌프와 배전라인 등에 대한 방수설계 강화, 정전 시 증기를 이용하는 펌프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밸브조절, 계측기 표시 등을 위한 배터리 지속시간에 대한 확충, 얇은 세관으로 구성된 증기발생기의 내진설계 강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쓰나미에 대비한 방파제 보강, 비상 절차서에 기반한 비상대응체제 구축, 운전원과 작업자의 인적 실수를 줄이기 위한 안전문화 풍토 조성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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