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4월 1일 0

시론 | 모든 남북대화 차단할 이유는없다 2011년 4월호

시론

모든 남북대화 차단할 이유는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만 3년이 경과했지만 남북관계는 아직도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대화는 실종되고, 남북 간 교류협력도 제한적이고, 남북 간 신뢰는 상실되고 상호 비방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북한은 2011년 초부터 남북 간 각종, 각급 대화를 제의하는 전방위적 대남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아직까지 실질적인 진전은 없다. 군사회담의 경우에도 실무급 회담을 개최하기는 했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측의 시인, 사과가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군사적 현안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발표된 5·24조치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당분간 남북 간 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 대화공세 배경, 이중적·복합적

그럼에도 북한은 표류한 북한주민 31명의 전원 송환을 요구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대화를 제의하였고, 지난 3월 17일에는 백두산 천지의 화산활동 가능성에 대한 남북 간 공동연구를 위한 대화를 제의하기도 하였다.

북한 지진국은 우리측 기상청을 상대로 현장조사와 학술회의 등 당국 차원의 협력을 제안한 것인데, 우리측은 그 필요성과 절박함은 인정하지만 우선 민간 전문가 차원의 대화부터 우리측 지역에서 시작하자고 역제의 하였기에 북측 반응과 함께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의 배경과 이유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북측 제의 내용과 방식, 반응을 종합할 때 몇 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첫째,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하지 않으면 안 될 현실적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과 지원을 통해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 특히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연간 수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경협과 관광사업이 재개된다면 북한경제의 병목현상인 외화난을 다소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며, 과거 연간 수십만t의 식량과 막대한 양의 비료를 지원받았던 경험을 되살려 식량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 곡물시장에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북·중관계가 긴밀함에도 식량지원에는 한계가 있어 남한으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해졌다.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경제가 회생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남한으로부터의 협력과 지원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북한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대미관계의 개선을 통해 대북제재의 완화와 중단된 식량지원이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미관계는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보다 험난한 과제가 가로놓여 있지만 6자회담에 응하기로 한 이상, 6자회담의 선행조건인 남북관계 개선의 모양새를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6자회담이 재개되면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주도하기 위해서 북·미대화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미대화는 민간차원과 달리 한·미관계와 연계되어 있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셋째,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는 남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위장 평화공세이자 대남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에 대한 경계와 적대감을 갖고 군사력을 강화한 것을 알고 있으며, 5·24조치가 철저하게 유지됨으로써 경제적 압박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군사적 보복으로 연평도 포격을 감행했지만 오히려 부담만 증대된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교란 심리전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변경한 것 같다. 동시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남한 내 여론이 북한의 대화공세를 통해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고 있는 듯하다.

결국 평화공세를 펼침으로써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반감을 희석시키고 대화국면으로 전환토록 여론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인다. 가해자가 마치 피해자인양, 또는 한반도의 긴장고조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탓으로 몰아가려하는 것이다.

5·24조치는 북한의 시인, 사과, 재발 방지 조치가 없이는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을 중단하고, 이는 당국 차원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도발행위에 대해 명시적인 시인,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된다면 이는 5·24조치의 한 축이 무너지고,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일관성을 상실한 채 무실화 되고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는 것 같다.

또한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남한 집권층 내부를 분열시키고 남남갈등을 재연하여 2012년 남한의 총선과 대선에서 친북 유화적 세력으로의 정권 교체를 획책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이처럼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의 배경과 이유가 이중적이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국민은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대화제의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북한이 공식적으로 그들의 도발행위에 대해 시인, 사과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시인, 사과할 때까지 모든 대화를 차단할 이유는 없다. 민간차원의 교류협력과 대북 인도적 지원은 투명성과 합리성을 갖출 경우 부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백두산 문제를 놓고 민간차원의 대화가 열린 것은 현 단계에서 최적의 대응일 수 있다.

백두산 문제 민간 대화, 현단계 최적 대응

천안함의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는 재개하여야 한다. 북한의 대화공세 배경이 북한의 절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대화 재개와 이를 통한 관계 개선의 전망은 한층 밝을 것이고, 만약 대화 제의가 통일전선 차원의 미끼라면 대화를 통해 그 진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남북대화는 이산가족문제와 같은 인도적 사안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및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이기에 5·24조치의 유연한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북한체제의 경직성을 감안할 때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일괄타결 방식의 정상회담에 앞서 당국 차원의 실질적인 대화가 선행되고 최소한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그동안의 남북대화의 교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호열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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