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6월 1일 0

해외칼럼 | 21세기 일본 ‘시민’은 누구인가 2011년 6월호

해외칼럼

21세기 일본 ‘시민’은 누구인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 사회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과 달리 이번 지진 문제는 복구도 어렵지만, 트라우마도 깊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후쿠시마 원전과 방사능유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진 당시 일본인들이 보여준 침착하고 질서 있는 모습은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준 바 있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기에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예민하기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이다. 후쿠시마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도쿄지역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물(미네랄워터) 사재기나 필수품 사재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텔레비전과 같은 대중매체에서는 날마다 일본 애국주의가 흘러나오고 있다. 저명한 연예인, 운동선수, 식자층을 통해 ‘일본은 멋진 나라’, ‘일본은 좋은 나라’임을 말하여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한편으로는 일본 국민주의를 조장하는 분위기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70%이상 줄어든 사실에도 불쾌함을 드러낸다.

지금 일부 일본 시민들은 정부와 후쿠시마 원전 회사의 비밀주의에 분노하고 있다. 간혹 보이는 시민단체들의 집회에서는 정부와 원전 회사에 대해 강력한 사과를 요청하고, 심지어 모든 원전을 폐쇄하라는 주문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회적 목소리는 거의 뉴스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의 국민스타로 각광받고 있는 기타노 다케시의 “진짜 동북지역민들을 위로하려는 노래만 부르지 말고, 다양한 식단을 제공도 하고 노래방, 술집, 사창가 등도 만들라.”라는 식의 비판이 고작이라고 할까.

재일동포들은 지진피해 받지 않았는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인 지식인들이나 재일동포들을 만나면 일본의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가 앞으로도 호전될 가능성이 적으면 외국인에 대한 배외주의적 태도가 더 강해질 수 있고, 재일 외국인 특별영주권자들에 대한 처우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이미 알려졌다시피 작년 11월 23일 연평도 해전이 일어나자마자 일본 정부는 2011년부터 시작될 고등학교 등록금 무상화 대상에서 2,000명도 안 되는 조선학교 학생들을 제외시켜 버린 바 있다.

이러한 등록금 무상화 대상에서 배제한 조치에 대한 재일동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양심적인 일본인들도 분노하고 있다. 그 일본인들은 재일외국인들도 엄밀히 말하면 일본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일본 ‘시민’이므로, 조선학교 학생들의 문제는 결국 일본 문제라는 것이다.

한 나라의 시민은 누구인가? 특히 재일외국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재일동포들은 일본의 시민이 아니던가? 과연 지진 피해에서 동북 지역에 살고 있는 일본 국적의 주민들만 해당되고, 일본 국적이 아닌 주민들은 피해를 받지 않았는가? 재일외국인으로서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은 일본 시민으로서의 의무는 방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가?

지난 4월 4일자 <교토신문>에 따르면 미야기현의 센다이시는 말할 것도 없고, 후쿠시마현의 고리야마시에 있는 조선학교 등에서도 국적 불문하고 지진 피해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학교 문을 개방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자 일본 전국 각지에 흩어진 재일동포들은 그들 학교에 모인 피난민들이나 일반 재난민들을 돕기 위해 성금이나 물품을 모으는 일에 앞장섰다. 일본 정부가 가기를 꺼려하는 곳에 성금과 물품을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차를 대절하여 가는 재일동포들의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한국 사회 외국인들, ‘시민’으로서 안녕 누리는가?

그들이 그렇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진과 방사능 피해는 핏줄이나 국적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인들도 말할 것도 없고, 재일동포들 역시 일본 땅에서 태어나거나 자라고, 공부하고,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고, 세금을 내며,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행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특별영주권을 가진 재일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와 동떨어진 인식이다. 예를 들면 교사의 경우에 일본 공립학교 교사가 되는 데에는 ‘한국적’을 가졌더라도 정식 교사가 되기 어렵고, 기껏해야 ‘상근 강사’의 자격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일본인 교사라면 7~8년이 되면 주임교사가 될 수 있으나 재일동포에게는 그럴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외국인 2, 3세라 할지라도 일본의 공식 사회부분에 들어가기 힘들뿐더러 그 기회를 어렵게 얻었다고 해도 입직에서부터 승진 등 모든 부문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가 공무원의 경우에는 공권력을 행사한다 하여 입직의 기회 자체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런 일본 사회를 보면서 한국 사회를 살고 있고 있는 외국인들을 생각해본다. 과연 그들은 ‘시민’으로서 안녕을 누리는가? 21세기, 과연 한 사회의 구성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갖고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 세계화 시대 이제는 국적 불문하고 그 사회의 의무를 다하고 산다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닌가?

김귀옥 / 한성대 교수 , 교토 도시샤대학 객원연구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