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기존 남북합의 재점검…전향적 개선 모색해야 2011년 6월호
특별기획 | 한반도 분단과 6월, 두 개의 얼굴
기존 남북합의 재점검…전향적 개선 모색해야
지난 2000년 6월 13~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5개항으로 구성된 합의내용은 평화공존과 통일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1, 2항 이외에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한다는 조항과 빠른 시일 안에 당국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약속하였고, 남북 간 각종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구상,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약속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11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6·15 공동선언은 일방적인 양측 지도자 간의 합의에 따른 제약과 주변정세의 급변 및 남북 정권들간의 상호 신뢰 상실로 인해 사실상 무실화되었다.
우선 1, 2항의 경우 남한의 통일방안인 국가연합과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상호 공통점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을 달성하자는 합의는 본질적으로는 합의하지 못한 점을 합의했다는 것뿐이었다.
실제 지난 11년 동안 남북한이 공식으로 통일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가 전무하였다는 점에서 남과 북, 공히 6·15 공동선언의 기본 인식이 ‘동상이몽’이었음이 드러났다.
남북, 6·15 공동선언 ‘동상이몽’
또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낙관적 인식과 자주 문제를 둘러싼 주한미군 문제와 보안법개폐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후 많은 논란이 이어졌다. 더구나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바라면서도 그것은 약속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유지함으로써만이 실현 가능할 일임을 망각했기에 2002년 2차 서해교전이후 북한의 일방적인 2차례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3차 서해교전 및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6·15 공동선언을 무색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6·15 공동선언의 이행 과정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남북 간 경제협력의 활성화와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의 설치 운영일 것이다. 남북 간 교역량이 급증하고 개성공단에서는 4만 6천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100여 개 남한기업에서 일함으로써 남북 간 상생의 경제환경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한 것은 끊어진 민족의 동맥을 잇고, 향후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금강산에서 남한 관광객이 피살되는 참상에 대한 북측의 무성의와 개성공단에서 발생한 남측 인원에 대한 무단 억류 등 제도적으로 보완될 사안들이 널려 있고, 남북 경협이 정체된 상황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6·15 공동선언의 맹점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6·15 공동선언에 기초해 본격화된 이산가족문제 해결은 비록 횟수나 방식에 있어 문제가 적지 않으나 수천명의 이산가족들이 생사를 확인하고 금강산에서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회한을 달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현실적으로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이해하면서도 전면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데에는 북한당국의 소극적 자세가 가장 큰 문제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산가족 문제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거나, 여타 경제지원 문제와의 연계 등 보편적 인권으로서 다뤄지지 못한 점은 6·15 공동선언의 근본적 한계라 할 수 있다.
이산가족, 보편적 인권문제로 다루지 못해
당초 6·15 공동선언이 발표되었을 때 여야, 보수·진보를 망라하여 남북 정상이 공식 서명했다는 점에서 과거 「7·4 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와는 달리 훨씬 구속력이 클 것으로 기대했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방문 약속을 공식적으로 받아낸 일들은 회담장에서의 김 대통령 개인의 노력과 역량의 결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은 2007년 10월 2차 정상회담을 또다시 평양에서 개최함으로써 사실상 폐기되었고, 그 사이 김 위원장은 6차례나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스스로 약속을 파기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한 사회는 북한에 대한 인식,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이미지에 대하여 많은 변화를 보였으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그리고 통일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폐쇄적 수령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과는 달리 자유민주주의 하의 다원적 가치에 토대를 둔 남한 사회는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이견과 갈등을 보였으며 이에 덧붙여 정치논리가 개재됨으로써 남남갈등이 심화된 것도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간 햇볕정책을 추진하던 민주당 정권에서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6·15 공동선언을 비롯해 10·4선언 등을 무조건 계승하라는 무리한 억지 요구가 증폭됨으로써 오히려 6·15 공동선언의 성과마저 희석,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제 그동안 부침을 거듭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기존의 모든 남북 간 합의사항을 재검점하고, 천안함 폭침이후 취해진 5·24조치의 전향적 개선방안 모색 등 현실적인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아울러 65년 이상 지속된 대북 적대감과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우려를 해소하고 같은 민족, 같은 운명공동체로서의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통해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중장기적 방향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의 광범한 합의를 이룩하고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왔다.
남북 간 평화공존과 민족통일은 이제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지역 및 전세계차원에서도 주요 현안이 되었다. 따라서 남북은 6·15 공동선언의 한계와 문제점을 교훈삼아 현재와 같은 경색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를 재개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호열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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