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6월 1일

기획 | 미국, 테러와의 전쟁 지속 강조…세부전술 변화할 듯 2011년 6월호

기획 | 빈 라덴 사망과 테러와의 전쟁

미국, 테러와의 전쟁 지속 강조…세부전술 변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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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 여성이 지난 5월 2일(현지시각) 9·11 테러 현장인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오사마 빈라덴의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포스터를 가리키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 2001년 9·11테러의 주모자로 지목돼 온 그는 5월 2일 은신해있던 파키스탄에서 미국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10년여 추적 끝에 미국은 2,7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건 ‘공적 1호’를 제거했다.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해 온 테러세력의 지도자가 사라짐으로써 극단적 테러리즘의 시대가 종식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현재의 국제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단시간 내에 테러가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백악관은 빈 라덴 사살 이후에도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빈 라덴 사살 다음날인 3일 특별성명을 통해 “알카에다, 탈레반과의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빈 라덴이 죽었다고 해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 라덴의 죽음이 테러환경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옥스퍼드리서치그룹(ORG)은 5월 2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모든 전망치들이, ‘테러와의 전쟁’이 30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 정책을 완전히 재평가해야 하지만 국제정치 역학상 이는 이뤄지기 힘들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주도해 온 ‘테러와의 전쟁’ 전략이 포괄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전술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19일 행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중동정책 연설이 이를 반영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은 지난 1967년 당시 경계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을 요구해 온 팔레스타인의 주장에 대해 이스라엘 측과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온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중동 및 이슬람권과의 대립구도를 지양하기 위해 중동의 가장 오래된 이-팔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자세다. 이슬람권 전체를 테러세력으로 몰아세우기 보다는 중동지역 내 평화분위기를 조성해 테러의 명분을 약화시키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이런 틀 속에서 테러세력에 대한 철저한 소탕을 지속할 것이라는 미국의 전술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미, “이-팔 국경, 1967년 당시에 근거해야”

지난 10년 간 국제사회에서 발생한 테러는 ‘테러리즈미즘’과 ‘알카에디즘’의 대립 구도 하에서 발생해 왔다. 2001년 아프간 전쟁과 점령 이후 알카에다의 지도부는 사실상 붕괴했다.

다만 알카에다의 반(反)서방 이념인 알카에디즘 하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소규모 자생 테러단체들이 독립적으로 테러를 감행해 왔다. 서방도 테러의 악순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테러 위협을 정치적인 담론으로 이용해 왔다.

이것이 테러리즈미즘이다. 이라크 전쟁 직전인 2003년 2일 당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유엔 안보리에서 위성사진과 그래픽으로 만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관련 자료사진을 보여주며 전쟁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라크 북부에 알카에다 훈련캠프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도 전쟁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테러위협을 두 차례의 전쟁이라는 ‘선제적 공격’ 전략의 근거로 삼아왔다. 전쟁과 점령으로 인한 보복테러가 더욱 증가해 왔다.

이슬람 종교와 중동을 적대시하는 ‘문명의 충돌’ 시각으로 진행된 테러와의 전쟁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점령상황을 종식하기 위해 투쟁하는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까지 모두 테러세력으로 싸잡아 비난하면서 옛 이드리스 왕조의 국기를 흔들어가며 무장투쟁을 벌이는 리비아 반군에 대해서는 정의로운 전쟁을 벌이는 ‘시민군’이라며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태도는 중동 및 이슬람권의 반발과 이로 야기되는 테러를 막을 수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대중동정책 발표는 이런 악순환을 막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화된 ‘다운로더블 테러’시대

빈 라덴을 제거하더라도 테러는 종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수십 년 독재를 몰아낸 중동의 시민혁명에서 나타났듯이, 21세기의 테러도 디지털화하고 있다.

몇 명이 안 되는 소규모 테러단체가 인터넷을 통해 폭탄제조법, 무기사용법, 단체조직방법 등을 전수받을 수 있는 ‘다운로더블 테러’ 시대이다. 알카에다 지도부의 사살이 중동뿐만 아니라 유럽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테러세력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 제2의, 제3의 빈 라덴이 등장할 것이다.

빈 라덴의 제거로 테러와의 전쟁이 추구하던 상징적인 목표가 달성됐다. 미국의 저명한 중동학자 마이클 허드슨 교수는 “이제 전략은 아니더라도 전술을 수정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슬람과 테러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중동을 테러의 온상으로, ‘한 덩어리’로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테러로 국가가 붕괴위기에 있는 소말리아, 예멘 등이 있는 반면 테러 사건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한 적이 없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있다.”며 “이런 다양성을 가진 중동 국가들을 하나의 이슬람 문명권으로 보고 테러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전쟁’을 벌이는 것은 현재의 테러 위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허드슨 교수는 설명한다.

이슬람권 전체를 목표로 하는 테러와의 전쟁보다는 이제 각 국가의 자생적인 과격단체에 대한 ‘소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중동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대중동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도 “빈 라덴의 죽음 이전부터 알카에다는 정당성을 상실했고, 우리가 빈 라덴을 발견했을 때 알카에다의 어젠다는 막다른 길에 있었다.”고 말했다.

알카에다로 대표되는 이슬람 과격주의와의 전쟁이 아니라 이제 국제사회의 안정을 위한 실질적이고 소탕작전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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