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6월 1일

특집 | 북한 사회권 개선, 포괄적·단계적으로 접근해야 2011년 6월호

특집 | 북한 인권 개선, 포괄적으로 접근하자

 북한 사회권 개선, 포괄적·단계적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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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5월 7일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실시된 유엔 인권이사회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회의에서 북한 대표들이 우리 정부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약칭 사회권 규약)’은 근로권, 노조 결성 및 가입의 권리, 사회보장권, 건강권, 교육권, 문화생활 영위 권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은 1981년 사회권 규약에 가입하였다.

사회주의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남녀평등을 강조하고 있고, 북한도 경제사정이 양호했던 1980년대까지는 사회권이 대체로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통제와 조직생활의 관성 탓에 노조 결성 및 가입의 권리와 문화생활 영위 권리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고 1990년대 들어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북한의 사회권 실태는 급격히 악화되어 갔다. 식량난과 의료난으로 인해 많은 북한주민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연명하기조차 어려워 해외로 탈출하기에 이른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2003년 12월 북한의 사회권에 대해 내놓은 최종 견해를 살펴보면, 북한의 사회권 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다음은 그 중 일부이다.

▲여성의 사회권 향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전통적인 관습과 태도가 여전히 남아있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내입법의 부족과 정치, 행정기구 및 산업분야의 의사결정 직위에 사실상의 남녀 불평등이 있다는 점

▲직업선택의 자유에 반하는 국가차원의 강제 노동배치 제도 하에서는 근로권을 완전히 보장할 수 없는 점▲사회보장제도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보장제도의 범위에 대한 정보가 빈약한 점

▲국내법에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점 ▲1990년 중반 이후 광범위한 기아로 인해 여성, 아동, 노인이 다른 집단보다 심각한 영향을 받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받지 못한 점 ▲5세 미만 아동의 높은 만성영양실조 비율(45%, 북한정부 통계) 및 빈곤 관련 질병 발생률과 영아 사망률이 급증했다는 점 등이다.

단기 : 주민 생존권 보호가 중요

2009년 8월 북한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편적정례검토(UPR)’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들은 북한의 사회권 상황은 보고서 내용과 달리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북한에서는 국가가 노동단체를 포함하여 노동시장에 대한 전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법 하에는 고용계약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심각한 식량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동과 임산부, 장애인, 노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고통이 심각하다는 보고도 있었다.

교육의 권리에 있어서는 평양과 그 밖의 소수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청소년들의 문자 해독률과 전반적 학업성취도가 저하되어 온 것이 지적되었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되돌아 갈 경우 처벌받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북한의 사회권 실태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중기 : 북한 사회권 개선 역량 증대시켜야

2009년 11~12월 제6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이 UPR 심사를 받을 때 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은 참고자료로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 두 개를 제출하였다. 거기에는 유엔의 인권규약기구와 특별절차, 그리고 비정부기구들의 의견이 망라되어 있다. 그 보고서를 참고해 북한의 사회권 개선 방향과 방법을 생각해보자.

첫째, 비차별 및 평등과 관련하여 북한은 모든 법률을 검토해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여야 한다. 비차별 원칙을 약속하고 있는 아동법과 같은 경우는 관련 법률들의 이행을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그 중 장애아동들이 정규학교 체계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현행 장애아동 교육체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근로권과 관련하여 북한의 노동 관련 법률들이 18세 미만 아동들에게 유해하거나 위험한 노동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특히 아동 노동착취가 있다는 보고에 주목해 그런 현상을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시급히 취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의 나라”라고 자랑해온 북한이 아직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하지 않고 관련 조약에 조인하지 않은 것은 시급히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사회보장권과 적정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는 무엇보다 지속되고 있는 빈곤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 정부에 주민들에게 식량 및 그 밖의 기초 생필품들을 효과적으로 보급하고 주민들이 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 유엔기구 및 그 밖의 인도주의 단체들과 협력할 것,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개발을 통해 식량안보를 구축할 것 등을 권고해왔다.

또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는 산모 사망률의 심상치 않은 증가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 정부에 만성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아동들에게 적절한 영양이 제공되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 태아의 건강을 위한 서비스와 출산 시 의료지원을 포함하여 산모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

넷째, 교육권·문화적 생활권과 관련하여 교육 부문에 예산 배정을 늘릴 것, 제공되는 교육의 전반적인 질적 개선에 초점을 둘 것, 농장지원을 포함한 교과 외 활동에 배정된 시간이 아동의 학습과정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할 것, 학교에 다니는 데 드는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없애는 조치를 취할 것 등이 주요 해결 과제라 할 수 있다.

다섯째, 탈북자 보호를 위해서는 관련 법률을 검토하는 작업이 우선일 것이다. 특히 탈북자의 상당 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적법한 여행 허가 없이 경제적 이유로 국외를 다녀온 여성 귀환자들이 자신들의 가족들과 사회로 재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18세 미만의 누구도 적법한 승인 없이 영토를 떠났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북한에 권고한 바 있다.

사회권이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태에서 북한의 개선 노력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어우러질 때 그 성과가 커질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아직 미가입 국제인권규약과 가입 인권규약 중 비준하지 않은 선택의정서들이 있다는 점은 국제협력을 힘들게 할 수 있다. 북한은 인권 관련 유엔의 특별절차와의 협력에도 소극적이다. 이런 점들에 대해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높아질 것이다.

북한의 사회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열악하고, 때문에 북한과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 두 가지 사실을 함께 생각할 때 북한의 사회권 개선을 위한 노력은 분명한 목표설정 하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의 사회권 증진 목표는 ▲단기목표로 생존권 보호 ▲중기목표로 북한의 사회권 개선 역량 증대 ▲장기목표로 사회권 규약의 전면 이행으로 설정해볼 수 있다.

장기 : 사회권 규약 전면 이행 촉진해야

단기적으로는 북한주민의 생존권 보호에 나서는 일이 중요하다. 생존권은 사회권을 전반적으로 보호, 신장하는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이때 인도적 지원이 북한주민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는 있지만 생존권 보호를 위해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원이 생존권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하려면

첫째, 인도적 지원과 개발지원을 병행하고 둘째, 분배 투명성을 강화하며 셋째, 개발지원을 피공여국의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전개해 나가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으로 북한주민의 생존권이 개선된다면, 그 다음 목표는 북한 스스로 사회권을 증진할 수 있는 역량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 구체적인 목표달성 수준은 (사회권규약과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의 법제도가 그동안 추구해온 사회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때 북한은 경제재건에 힘써야 하는데, 그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키고 그 결과에 대한 분배의 균등화에 힘써야 한다. 국제사회는 사회권 실태 모니터링은 물론 경제제재 해제, 대북투자 및 컨설팅 등 감시와 협력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이 사회권 증진을 위한 단기·중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사회권 규약의 전면 이행이라는 최종 목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은 자유권에 치중해 온 면이 없지 않다. 또 단기적 접근 중심이었다. 이런 점을 극복하고 사회권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북한인권문제에 접근할 때 실질적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보혁 /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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