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북한, 개인 존엄성 존중 최악…남북 직접협상 나서야 2011년 6월호
<편집자주>
최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 특히 정치적·시민적 권리의 박탈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다소 뒤늦은 측면마저 있다. 때문에 이와 같은 관심이 향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 증가가 바람직한 대북인권 개선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돌아볼 여지가 있다. 인권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노력 보다는 시민권을 중심으로 인권의 특정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사회 인권규범은 1세대 인권인 시민권(자유권과 참정권 등)과 2세대 인권인 사회권(생존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반도에서는 이러한 보편적 인권에 더하여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 남북분단과 대결로 인한 인도적 문제까지 존재한다. 따라서 이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더하여 분단으로 인한 인도적 문제까지 포함된 종합적 인권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포괄적으로 개선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북한 주민의 시민권과 사회권뿐 아니라 분단으로 인한 인도적 문제까지 포함하여 인권 현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포괄적인 인권 개선 방안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특집 | 북한 인권 개선, 포괄적으로 접근하자
북한, 개인 존엄성 존중 최악…남북 직접협상 나서야
북한의 인권상황이 국제적으로 최악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유엔 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는 연례행사처럼 북한의 인권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에서 가장 먼저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자유권 침해 상황의 심각성이다. 북한은 지난 1981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B규약)’에 유보 없이 가입하였다. 우리보다 10년을 앞선 것이다.
국제인권협약에서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자유권과 참정권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유권은 개인이 그 자유로운 영역에 관하여 국가권력의 간섭 또는 침해를 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리킨다.
자유권에는 생명권·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신체의 자유 등 인신에 관한 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불가침·거주 이전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 사생활에 관한 자유권, 양심의 자유·종교의 자유·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 정신적 활동에 관한 자유권, 직업선택의 자유·재산권 등 경제생활에 관한 자유권이 있다.
참정권은 공민으로서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다.
근대 시민혁명은 억압적인 전제군주로부터 시민권(자유권과 참정권)을 쟁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모토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이념과 자유권 사상을 잘 대변해준다(제1세대 인권).
한편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국가들이 탄생하고 사회주의 블록이 형성되면서 국민이 그 생활을 보장받는 권리(사회권)가 ‘인간다운’ 삶을 규정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포함되었다(제2세대 인권).
북한, 빵도 자유도 없는 최악 실패국가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자유권과 사회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현대 인권이론은 자유권과 사회권이 서로 분리된 권리영역이 아니라 상호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자유권 보장 없이는 참다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도 누릴 수 없으며 반대로 빵이 없는 자유권도 무의미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북한은 빵도, 자유도 없는 최악의 실패국가로 비쳐지고 있다.
지난 4월 8일 미국 국무부에서 발표한 국가별 인권실태보고서에서 북한은 가장 중요한 자유권 항목으로 지칭되는 개인의 존엄성 존중 분야에서 최악의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즉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생명의 박탈과 실종,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처벌이 비일비재하며 사법기관에 의한 자의적인 체포, 구금 혹은 추방이 다반사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사생활과 개인 통신에 대한 광범위한 국가통제가 실시되고 있다.
생명권 분야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례는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이다. 미 국무부 보고서에는 지난 1월 탈북을 감행했던 3명의 주민을 공개처형한 시민단체 보고서 내용과 이들에 대한 처형을 ‘비사그루빠(비사회주의 단속 그룹) 50일 전투’의 성과로 선전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지난 3월에는 휴대폰으로 쌀 가격을 남한사람에게 알려주었다는 죄로 공개처형된 언론보도 내용도 제시되고 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인권유린을 표상하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폭력제도이다. 지역별로 보면 함경남도의 요덕(15호), 함경북도의 회령(22호), 평안남도 개천(14호) 등지에 6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단 수용소에 수감되면 주민으로서의 권리는 물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도 일체 박탈당한 채 생산력을 제공하는 도구로서 존재하게 된다. 수용소는 수용자들의 죄상에 따라 완전통제구역과 혁명화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완전통제구역은 북한이 주장하는 이른바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나 해외로 도주하려다 잡힌 정치범들이 종신 수용된다.
혁명화구역은 상대적으로 죄질이 경미한 정치범들이 수용되며 3∼10년이 지나 북한체제에 충성할 만큼 사상개조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심사를 거쳐 내보내기도 한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내부의 실태는 이러한 수용소를 거쳐 남한에 정착한 30여 명의 탈북자들에 의해서 생생하게 증언되고 있다. 특히 개천수용소 내에서 태어나 수감생활을 하다가 탈북한 신동혁의 증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가족연좌제에 의해서 인간 이하의 처우를 받아야 하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는 자유권 침해의 가장 극심한 사례이다.
북한은 국제고문방지협약에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 고문은 북한 형법에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인도적인 처벌관행이 광범위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 여성들은 교화소 내에서 출산이 금지되고 강제 유산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치범 수용소, 인권유린 표상
언론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이동에 대한 국가적 통제가 실시되고 있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헌법이 언론의 자유와 신소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정보소통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외국 기자들이 방문했을 때도 감시원과 동행하면서 자유로운 취재활동이 제약되고 있는 점과 아직도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미 국무성 북한인권보고서에는 36세 북한 남성이 중국배우 성룡이 나온 영화를 보았다는 죄목으로 6개월 교화형을 받은 사례도 실려 있다.
자유권 내용에 포함된 정치적 권리의 존중, 특히 정부를 교체할 권리에 관한 문제에서 북한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2010년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서 김정은에게 당과 군의 고위직이 수여되고, 사실상 후계자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 외부 세계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이양 과정은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시와 정당의 경쟁이 아니라 오직 당의 핵심들에 의해서 밀실에서 결정되고 있다. 주민의 참정권은 사실상 완전히 박탈되고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도 100% 참여에 100% 찬성으로 보도되고 있다.
북한의 선거제도는 한마디로 독재를 옹호하기 위한 허구적인 수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처럼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북한의 자유권 침해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국제사회를 통한 외교적 압력이다. 북한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자유권 침해에 대해서 그 동안 국제사회는 다양한 노력을 집중해 왔다. 2009년 12월에 진행된 북한자유권 국가보고서 정례검토(UPR)에서 무려 167개의 권고안이 제시되었고, 북한은 이 가운데 117개의 권고는 추후 검토를 약속했지만 50개 권고안은 거부한 바 있다.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과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북한정부에 인권규약 준수를 압박하기 위한 대표적인 외교적 절차이다.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 국제NGO들의 다양한 캠페인도 북한 당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자유권과 사회권 증진을 연계한 대북지원이다. 시급한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대규모 개발지원이나 식량지원, 경제협력은 북한 주민들의 침해된 인간존엄성과 자유권이 증진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자유권이 보장되지 않는 조건에서 선심으로 던져주는 빵은 노예상태의 지속을 의미할 따름이다. 자유권 증진 없는 북한경제 회생은 불가능하다.
셋째, 남북대화를 통한 직접협상이다. 과거 서독정부는 동독정부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단호한 대응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비밀협상을 통해서 동독의 정치범을 수용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방안은 북한의 학습효과와 비밀협상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거부감으로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대화에서 인도적 문제와 더불어 북한주민들의 자유권 침해문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당장의 실효성보다 북한의 변화를 지향하면서 고통 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지속해 나가는 자세가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독, 비밀협상 통해 동독 정치범 수용
유엔은 자유권 규약에서 회원국의 정치체제와 문화적 다양성, 경제사회적 발전수준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북한은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체제이므로 재산권을 포함한 경제생활에 관한 자유권에서 일정부분 유보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나머지 대부분 자유권 항목에서 국제인권협약의 규정을 준수해야 할 국제적 의무를 지고 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국가의 보호 책무에서 북한 정부만이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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