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 재외동포 참정권, 동포사회 분열 씨앗 심어 2011년 7월호
해외칼럼
재외동포 참정권, 동포사회 분열 씨앗 심어
한국 기업의 지상사 요원이나 유학생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여기에 영주권자를 포함시킨 것은 한국의 동포정책 방향을 오도하는 것으로, 코리안 아메리칸의 장래를 위해 몹시 걱정스런 결정이었다. 영주권자의 기본 개념은 미국에 영구적으로 살기로 마음먹고, 미국 시민권자가 되는 과정을 밟는 사람들이다.
이들 영주권자들은 미국에 5년 이상 거주하면 시민권을 받을 자격이 부여되고, 미국 선거의 투표권만 없을 뿐이지 시민권자와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입장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주권자들은 시민권을 신청할 사람들이다.
영주권자들은 법적으로는 한국 국민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미국 시민의 후보자들이다. 이들은 영주권 기간 동안 미국의 역사와 헌법과 제도를 익히고 영어를 배워서 미국 시민이 되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 시민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투표권을 주는 것은 영주권자들의 의식과 사고를 한국 지향적으로 만들고 미국에 살면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민자가 떠나 온 모국을 잊지 못하고 모국의 정치에 기웃거리는 것은 이민자의 정신 건강과 실제 삶을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영주권자들 가운데는 한국에 가서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숫자는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한인들은 미국 사회에 적응하고 성공적인 시민이 되는 것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미국사회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을 유달리 강조하는 잠재의식이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소수 인종 중에서도 아주 적은 소수 인종이기 때문에 타인종의 눈에 쉽게 보일 수 있고, 한인들의 의식과 행동, 문화가 주류사회의 주목을 받게 마련이며, 이것에 의해 한인들에 대한 이미지, 고정관념이 형성되는 것이다.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고 하는 고정관념은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을 조성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하지만, 스테레오타입은 소수민족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영주권자, 미국시민 후보자
미국에 살면서 미국을 사랑하지 않고, 미국의 문제와 이웃의 문제에 참여하지 않으며, 떠나온 조국만을 생각하면 미국 사회에서 환영받는 소수민족이 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미국 선거에 적극적이지 않고, 미국 사회에 참여하거나 봉사하는 것에도 약한 실정이고, 스스로를 미국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정치나 정치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한국 정치에 대해서는 훤하게 알고 있는 것이 1세대 이민자들의 현실이다. 미국에서 ‘한나라당이냐, 민주당이냐’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미주 한인들에게 영주권자 투표권을 부여한 것은 이들로 하여금 더욱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미국 시민이 되는 길을 저해할 것이다.
한국 정치바람이 동포사회에 불어 와, 한국 정치인들이 줄지어 방문해서 표를 호소하고 각종 집회가 열릴 경우 동포사회는 한국 정치 열풍에 휘말릴 것이고, 한인사회의 소수 정치꾼들과 동포언론의 과대 보도로 동포사회 이슈의 축이 한국 정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한국 정치 바람으로 미국 시민권자와 코리안 커뮤니티는 발목을 잡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 정치 열풍은 한인 커뮤니티에 갖가지 논쟁과 분란과 싸움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한인들에는 이성과 합리성 보다는 감정주의가 강해 한인사회 곳곳에서 늘 분란과 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해관계나 공명심이 걸린 단체나 집단에 분쟁이 없는 곳이 드물 만큼 코리안 아메리칸의 싸움판은 이미 주류사회에서도 많이 알려졌다. 이렇게 시민의식과 민주적 소양이 부족한 한인들에게 한국 정치가 판을 벌릴 경우 권력과 공명에 목말랐던 한인사회가 어떤 광대극을 연출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일본 동포사회 이념대결 재현 우려
벌써부터 투표하는 방법을 놓고 시비의 발동이 걸리고 있다. 투표소를 재외공관으로 한 것을 놓고 실질성과 효율성이 결여되어 있고 수십만 명에 달하는 영주권자가 과연 공관에서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편 투표와 인터넷 투표 방법이 제기되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부정 선거 논란에서부터 갖가지 선거 분쟁이 나올 것이다.
선거 때마다 싸우면서 미국 법정으로 가는 것에 이골이 난 한인들이 한국 선거 결과로 인한 시비 논쟁을 놓고 미국 법정으로 가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한국 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 법정이 미국까지 원정을 올 것인가.
한국 선거 운동과 선거 결과는 필연적으로 한인 커뮤니티를 분열시키고 염증 나는 한국의 진보-보수의 진흙탕 싸움과 지역감정 대결을 재연시킬 것이다. 한국의 광적이고 극단적인 이념 정치, 패거리 정치를 왜 미국 사회에 끌어들이려 하는가. 이미 한인 2세들은 이러한 한인 커뮤니티를 외면하고 떠나고 있는데 한국의 정치판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한국서 정치하고 싶은 정치꾼들은 한국으로 들어가면 될 것이다. 그들의 정치적 욕망으로 코리안 아메리칸의 미래에 흙탕물을 휘저어서는 안 된다. 왜 열심히 미국 시민이 되려는 한인 커뮤니티에 한국 정치꾼들의 욕심을 투사시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는가.
이에 더해 영주권자의 참정권 부여는 앞으로 한인사회를 남한과 북한의 이념 대결장으로 만들 소지를 제공할 가능성을 크게 할 것이다. 한인사회의 기존 세력은 보수적인 인사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의 정치 활동이 미국서 활발해질 때 좌파 정치세력이 미국 사회에 정치력을 확충시킬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서 북한의 활동 무대가 넓어질 경우 이러한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미주 동포사회는 일본 동포사회가 겪었던 남북 간의 이념 분열과 민족 분열을 절대로 겪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미주 동포사회에 비극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동포사회는 조국을 떠난 사람들의 커뮤니티이고 미국 시민들의 커뮤니티라는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영주권자에게 한국 참정권을 부여한 것은 이 전제를 흔들리게 하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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