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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 “대가리라 불렀느냐”…”대갈님이라 불렀는데요” 2011년 7월호

윗동네 리얼 스토리

“대가리라 불렀느냐”…”대갈님이라 불렀는데요”

 

말이 인격이라 함은 별로 틀리지 않는다. 사실 말이 아름다운 것은 가정교양과도 무관하지 않기에 우리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하며 좋은 말만 골라 쓰도록 늘 애써 왔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원래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말이 거칠다. 억양 자체가 남쪽에 비해 상당히 높고 상대에 대한 비하적인 언사나 상말도 수틀리면 거침 없이 쏟아낸다. 그래서인지 북방인 함경도 지역에서는 옛날부터 부모 자식 간, 형제 간, 이웃 간 모여 사는 동네라면 어디가나 위아래 구분이 엄격했다.

‘도리깨 집안’과는 내왕 근절?

함경도를 벗어나 평안도에만 가 봐도 위아래가 분명치 않다. 평양에 가보면 어린 녀석들이 ‘할마니 밥 먹어라’, ‘아바지 밖에 나가 놀자’ 하고 스스럼 없이 어른에게 반말을 쓰는데 함경도 사람이 들으면 기가 막힌다. 비록 투박하지만 그런 반말을 아무 꺼림 없이 윗분에게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평양 주변에서는 그런 말에 습관되어 모르지만 함경도에서는 엄연한 반말에 상말이다.

때로 평양에 살던 주민이 여사한 일로 추방되어 함경도 쪽에 내려와 사는 경우가 많은데, 갓 내려와서는 기죽어 살아 풍파가 없지만 애들이 동네 어른 보고 반말질을 해대곤 해 가족 전체가 멸시를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함경도에서는 그런 말버릇 없는 녀석을 ‘후레자식’이라고 욕한다. 말버릇이 가풍의 전부는 아니련만 ‘버릇없는 애’들을 보면 그 집안까지 ‘도리깨 집안’이라고 평하며 내왕도 근절한다. 도리깨에 비유한 것은 내리쳐 부수어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젊은 사람들 속에서 결혼하면 남자가 여자에게 반말을 하는데 그럴 때도 웃어른에게 들키면 호된 추궁을 받는다. 반대로 여자가 남편에게 농담이라도 반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간혹 있다면 둘만 있을 때다. 한반도에서 옛적부터 가장 척박한 지대로 알려진 북방이지만 법도에서는 매우 엄격한 지대였다.

그래서 간혹 남쪽에서 북쪽에 시집가는 경우에 어미는 딸을 앉혀 놓고 여기서처럼 말하면 안 된다고 곱씹는다. 그런데 성인이 되도록 습관화된 말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가 없다.

북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평안도에서 함경도로 시집가게 된 딸에게 어미는 이렇게 당부했다. “시집가면 애들에게든 어른에게든 반말하지 마라. 너의 시집에는 조부모님도 계신다는데 입 떨어질 때마다 생각하고 말을 해야지, 난 네가 참 걱정이다.” 하면서 무슨 말을 하던지 말끝에는 꼭 님 자를 붙여 말하라고 일렀다.

딸은 엄마의 말을 명심해 듣고 시집에 내려갔다. 엄마의 당부대로 말을 하면 꼭 말끝에 님 자를 붙였다. 남편을 불러도 여보님, 시동생에게도 삼촌님, 동네 남자분이면 아저씨님 하고. 사실 그런 데는 안 부쳐도 되는데 말이다. 처음엔 듣는 사람까지 조금 어색했는데 어느덧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이 각시가 나중에는 죽을 주려고 집에서 키우는 삽살개를 부르면서도 “워리, 워리, 개님” 하고 불렀다. 그런 부름이 자꾸 반복되니까 주변 사람들까지 듣고 박장대소했다. 좀 어리어리한 각시였는지 그렇게 웃어도 그냥 한 본새로 나간다.

워리, 워리, 개님?

어느 날 저녁, 시아버지 방에 물그릇을 가지려 들어갔다. 시부는 큰 대자로 방을 가로질러 누웠는데 물 마신 빈 사발은 건너편에 있다. 가로 타고 넘어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나갈 수도 없고 해서 모기소리로 ‘아반님, 아반님’ 하고 불렀다.

고된 일에 지쳐 방에 들어오자마자 잠깐 누웠다가, 며느리의 부름에 눈을 뜬 시부가 얼른 일어나며 “왜 그러냐.”고 했다. “저 아반님 곁에 사발님을 주시라요.” 시부가 허허허 웃었다. 그러고는 사발을 쥐어주며 인자하게 말했다. “넌 참 예절도 밝구나, 사발님이라… 그래 좋지. 시집의 사발도 네 눈에는 님으로 보인단 말이지. 허허허”

시부가 칭찬인지 조롱인지 한마디 하며 웃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며느리가 시부 앞에 한 발 다가서며 그 얼굴을 살핀다. 또 무슨 말이 나오려나, 시부는 긴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고운 입에서 구렁이가 나온다. “저, 아반님의 대갈님에 검불님이 붙었어요.” 얼떨결에 머리 위를 만져보니 정말 자그마한 지푸라기가 붙어 있다.

그걸 떼어내다가 생각났는지 시부가 버럭 화를 냈다. “네가 이자 내 머리를 대가리라 불렀느냐?” “아닙니다, 대갈님이라 불렀는데요.” “대갈님? 그러면 그게 바른 말이더냐?” “저의 어머님께서 무슨 말이던 님자만 붙이면 다 좋은 말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뭐라, 그럼 이 시애비 눈을 눈깔님이라 불러도 좋은 말이 되겠구나. 거 참 살다 살다….”

이지명 / 계간<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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