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T-50 고등훈련기, 세계로 비상하다 201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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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고등훈련기, 세계로 비상하다
최근 국산 제트훈련기인 T-50 골든이글의 인도네시아 수출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모든 매체의 주요 면을 장식했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초음속 항공기를 해외로 수출한 세계에서 6번째 국가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항공산업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군용항공기 분야는 1970년대 말 대한항공에서 미 공군기 정비를 맡으면서 산업의 모양새를 겨우 갖추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F-5E/F 제공호를 국내에서 조립생산하면서 항공방위산업의 기반을 다졌다. 당시로서는 스스로 항공기를, 그것도 제트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방당국은 꾸준한 의지로 국산항공기의 개발을 결정했다. 터보프롭기와 제트기를 단계별로 개발하는 이 계획은 항공선진국들이 100년 동안 일궈낸 성과를 불과 10~20년 내에 이룩하겠다는 꿈같은 얘기였다. T-50은 한국형 훈련기 사업의 제2단계에 해당하는 기종이다.
제1단계 사업인 KTX-1에서는 저속훈련기를 만들고 제2단계 KTX-2에서 고등훈련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1988년 개발에 착수한 KTX-1은 1991년 최초로 비행한 이후 1999년에 드디어 KT-1 ‘웅비(雄飛)’라는 이름으로 실전배치되었다.
하지만 KTX-2는 전혀 다른 싸움이었다. KTX-1은 프로펠러 기체인 반면 KTX-2는 제트기였기 때문이다.
100% 국내기술만으로 제트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해외의 도움이 필요했다. 당시 공군은 KFP(Korean Fighter Program) 사업을 추진하여 F-16 전투기 120대를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이하 LM)으로부터 도입하고 있었다. 결국 군용 초음속기에 대해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LM의 기술력을 이용하여 KTX-2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1990년 삼성항공(현 KAI)이 주사업자로 선정된 지 겨우 11년 만에 시제기가 출고되었다. 이렇게 등장한 KTX-2에는 공군창설 50주년을 기념하여 T-50 ‘골든 이글(황매)’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외환위기로 사업 사라질 위기도 겪어
11년이라고는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사업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미국의 무기수출규제로 인하여 수출할 수 없는 기체로 전락할 뻔하기도 했다. 게다가 시스템 개발의 승인이 1997년 10월에 이루어졌으므로, 실질적으로는 5년 만에 초음속 항공기의 개발을 완성한 셈이다.
T-50의 개발로 우리나라는 자체 개발한 고유모델의 초음속 항공기를 보유하는 12번째 항공 선진국이 되었다. 꿈을 현실로 만든 순간이었다.
T-50은 한마디로 훈련기 가운데 최고급 스포츠카에 해당한다. T-50은 마하 1.5에 최대이륙중량이 29,700파운드에 이르는데, 훈련기임에도 F-5E/F 전투기를 뛰어넘는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것이다. T-50은 15초 만에 360도를 회전할 수 있을 만큼 민첩하다.
이렇게 부담스러우리만큼 뛰어난 훈련기를 만든 이유는 F-16의 조종훈련에 초음속 훈련기가 더욱 적합하다는 점, 그리고 초음속 훈련기를 전환하면 대지공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공격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 최고 사양의 초음속 훈련기를 만들었을 때 차후에 미 공군에 세일즈를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파생형 FA-50은 본격적 전투기
공군은 원래 T-50 120대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승인을 받은 것은 50대 뿐이었다. 그러나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고등훈련기인 T-50 이외에도 3가지 파생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T-50B 시범비행기, TA-50 전환훈련기(LIFT; Lead-In Fighter Trainer), FA-50 경공격기이다.
T-50B는 우리 공군 블랙이글스 특수비행대대에 구식 A-37 기종을 대체하여 10대가 도입되었고, 우리 공군은 자국이 만든 초음속 항공기로 특수비행팀을 운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가 되었다.
TA-50 전환훈련기는 T-50으로 고등훈련을 이수한 예비조종사들이 일선에 배치되기 전에 공대공/공대지 임무숙달을 위해 사용하는 전술입문용 훈련기이다. TA-50은 구형 TF-5B 전환훈련기를 대체하여 2012년까지 모두 22대가 도입될 예정으로, 지난 1월 24일 1호기가 출고되었다.
T-50의 궁극적인 발전형은 FA-50이다. 장차 60여 대가 도입될 FA-50은 지상공격에 더하여 공중전까지 가능한 본격적인 전투기체이다. FA-50은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여 적의 강화진지를 타격할 수 있고, 다기능 사격관제 레이더와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장착하여 대부분의 북한공군기보다 우월한 공중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게 등장할 FA-50은 노후한 F-5E/F 기종이 수행하는 스크램블(긴급발진)이나 초계임무를 대체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력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T-50의 가격은 2,500만불(한화 275억 상당)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국 공군은 이렇게 비싼 훈련기를 왜 구매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서이다.
조종사 양성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장비가 훈련기이고, 특히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고등훈련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거금을 들이는 것이다.
T-50은 UAE와 싱가포르의 훈련기 도입사업에서 연이어 이탈리아제 경쟁기종 M-346에게 석패를 한 바 있다. T-50은 경쟁기종에 비해 월등히 성능이 우수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높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조종사 훈련체계를 원하는 구매국가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족스럽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교육훈련의 노하우는 일개 제작사가 제공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과제이다. 국가의 협상력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세일즈를 위한 국가와 군의 지원이 여기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인도네시아 수출 성공은 시작일 뿐이다
결국은 기체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전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이 훈련기 세일즈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최고의 훈련기여서 기체 가격이 비싸진다면 구매자 측에서는 선뜻 구입이 망설여질 수 있다. 오히려 최고의 훈련기가 아니더라도 우수한 조종사 양성 시스템을 판매할 수 있다면 어느 나라 공군이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10년 방산수출 총액은 11억9천만불에 이른다. T-50 16대의 예상 수출금액은 4억불(1대당 2,500만불로 산정)로 총액의 30%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이다. 실제로 액수만 놓고 보면 T-50 1대를 수출하는 것이 중형차 1,000여 대를 수출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이다.
항공기의 부가가치율은 35% 정도로 제조업 평균(25% 정도)보다 1.4배 정도 높다. 1kg당 부가가치로 보면 승용차가 1만원 꼴이지만, T-50 훈련기는 400만원이 넘는다. 이런 고부가가치 때문에 현 정부도 방위산업을 미래 먹을거리로 보고 있다.
T-50은 인도네시아 수출을 기폭제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우선 선정과정에서 석패를 했던 UAE에서는 50대 구매예정인 훈련기의 재선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20~35대의 고등훈련기를 2014년부터 구매할 예정이고, 폴란드는 16대의 구매를 원하고 있다. 이라크도 2014년부터 훈련기 24대를 구매하고자 하는데, 예산은 부족해도 원유나 기타 방식으로 지불이 가능하다.
한편 T-50의 수출성공은 우리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국산 전투기의 개발과 수출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훈련기보다 더욱 큰 시장이며, 대한민국의 국방기술을 시험하고 증명할 수 있는 현장이 될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0년~2015년의 고등훈련기 시장규모는 3천5백대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훈련기 시장인 미국의 수요만 해도 4백여 대에 이른다.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다면 T-50을 1천대 이상 판매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T-50을 통해 제트기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듯이, 공격적이고도 현명한 수출전략을 통해 훈련기 시장점령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업계와 정부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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