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7월 1일

Zoom In | 재스민 혁명 6개월, 지금 중동은? 201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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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혁명 6개월, 지금 중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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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와 예멘, 알제리, 시리아, 바레인, 요르단,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등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 등 아랍지역 전체에 민주화 바람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명은 진행 중이다. 또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군부 엘리트와 왕족에 독점됐던 중동의 부가 일반 시민들에게 나눠지고 있다. 혁명에 성공한 이집트나 튀니지를 중심으로 점진적이나마 민주화의 기반인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있다.

중동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끝을 위해 우리는 계속 전진해 나갈 것이다.” 이집트의 저명한 민주화운동가 사아드 알-딘 이브라힘은 6월 18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동의 시민혁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역풍 맞은 재스민 혁명…당근책도 쏟아져

지난 1월 튀니지에서 시작한 중동의 재스민 혁명은 실제로 중동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의 정치의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억압적인 독재정권 하에서 팽배해 있던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국민들이 여러 나라에서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대중의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시민사회가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에 기반을 두는 온라인 단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추가적인 민주화개혁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목격된 빠른 속도의 시민 혁명은 향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동의 재스민 혁명은 역풍을 맞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시리아를 비롯해 예멘, 바레인 등지에서 반정부 시위와 투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위기감을 느낀 독재 정권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강경한 자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시리아 정부는 헬기와 탱크를 동원해 반정부 세력을 무참히 학살하고 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정책이다.

무력 진압만이 반혁명 조치는 아니다. 혁명에 성공한 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 중동 국가들은 정치적 공간을 폐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월 언제든지 자의적 해석을 통해 언론 검열이 가능하도록 하는 새 언론보도 지침을 내놨다. 바레인, 쿠웨이트 등도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여러 안보 조치를 내놓았다.

여기에 오일머니를 보유한 산유국들은 ‘당근책’도 쏟아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400억 달러 이상을 풀어 공무원 임금을 인상하고, 주택보급 등 각종 서민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혁명 초기인 1월 중순 이미 국민에게 1인당 한화 약 4백만 원을 지급했고, 이와 동시에 13개월 동안 쌀, 밀 등의 기본식량을 무료로 배분할 것을 약속했다.

과거 동구 유럽의 도미노 민주화와 같은 빠른 시민혁명의 확산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중동 내 다양한 변수가 사태의 본질을 변모시키기 있다는 점이다. 이집트, 튀니지 등 군부 권위주의 공화정에서는 시민 혁명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고, 따라서 혁명에 성공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리비아, 예멘, 시리아 등 전제적 전체주의 성격의 국가들에서는 사태가 내전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부족 간 극심한 투쟁 국면이 이어지면서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여기에 걸프지역 왕정 권위주의에서는 수니-시아파 간 종파 분쟁의 양상이 진행 중이다.

더불어 리비아 사태에 국제사회가 개입하고 있고, 바레인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이 군대를 파견했다. 국제적·지역적 분쟁 성격까지 첨가된 양상이다.

내전과 종파 분쟁에 국제·지역 분쟁 겹쳐져

다양한 형태의 갈등요인이 정권 유형별로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면서 사태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중동 지역의 정치변동을 단순히 민주화 또는 시민혁명의 틀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향후 정치 및 권력구도도 국가별 혹은 체제별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집트, 튀니지 등에서는 신권위주의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시민혁명에는 성공했으나 민주화과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경우 권력을 이양 받은 군부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민주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시행할 것이다.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 전제적 전체주의 국가들에서는 교착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집단이 주도권을 잡아나가면서 어느 정도 사태가 안정될 수는 있지만, 만성적 사회 분쟁이 이어질 것이다.

왕정 권위주의 국가들에서는 종파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정치적 불안도 이어질 것이다. 바레인의 경우 전체인구의 30%인 소수 수니파 정권이 일시적으로 사태를 봉합하고 있지만, 내재적인 갈등요소가 상존하면서 불안감은 점증할 것이다.

중동 정권, 과거 권위주의 행태 유지 어려워

국제사회의 미미한 역할도 이번 중동 사태의 장기화에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정치 변동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 각국의 정황에 대한 관망 자세를 유지하며 우유부단한 입장을 보여줬다.

사실상 최근 붕괴되거나 혼란을 겪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미국, 유럽 등 서방세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미국에 있어 이집트는 이스라엘 안보협력 파트너 및 중동·아프리카 외교거점이었다. 리비아는 대테러전쟁 수행의 파트너였다. 바레인 등 걸프국가는 대이란 견제의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미국 등 서방의 입장에서는 안보 및 경제이익 유지를 위한 현상유지에 더 관심이 많았던 상황이었다.

문제는 본격적인 국제사회의 개입을 통해서도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적극적 개입도 내전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석유자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리아, 예멘 등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전혀 개입하지 않으면서, ‘이중 잣대’라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중동 정책에 있어서 미국의 전반적 기조변화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해 온 버락 오바마 정부의 특성상 현재 중동의 정치변동 과정에서 현실주의적 국익과 자유주의적 가치 사이에서 혼란이 노정되고 있다.

반혁명 조치, 시민혁명 성격의 변질, 국제사회의 혼선 등으로 인해 중동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혼란 상황에서 내전이나 쿠데타, 종교분쟁 등 새로운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다. 리비아가 이미 내전에 돌입했고, 예멘과 시리아도 준(準)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민주화 열기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독재 및 전제 정권들이 국민의 사회·경제·정치적 고통을 덜어주는 개혁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 지역의 민주화 열기가 앞으로 더욱 크게 폭발할 가능성도 크다.

중동의 시민혁명은 ‘리더가 없는 혁명’, 즉 21세기 새로운 혁명의 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변화의 조짐이 없었던 중동에서 현재의 혁명이 가능했던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미 아랍 대중은 중동 지역 정권의 행태를 신랄하게 노출하는 <알-자지라> 등 범 아랍 위성방송의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오랫동안 행해온 ‘이집트 청년들(20~40세)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뉴스 소스’ 여론조사는 이런 동향을 잘 말해준다. 2000년에는 86%의 청년이 최고의 뉴스 소스로 이집트 국영방송을 선택했다. 하지만 2008년과 2010년에는 <알-자지라>에 각각 68%와 84%의 의존율을 보였다.

여기에 아랍의 청년들은 현재 인터넷을 통해 현 정부의 무능과 부패 등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고 있다. 대중 간의 소통이 가능해졌고, 이것이 시위로 이어지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중들의 손바닥 위에 있는 상황에서 중동의 정권들은 더 이상 과거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생활고와 정부기관의 횡포에 분노해 분신자살한 튀니지 남부 소도시 시드 부지드의 야채 노점상 무함마드 부 아지지의 동영상은 아직도 아랍인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예멘의 대학생 이브라힘은 지금도 말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민주사회를 달성할 때까지 우리는 부아지지의 영상을 항상 마음속에 두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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