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중국, “평화안정 없이 비핵화 실현할 수 있는가?” 2011년 7월호
특집 | 북·중관계, 혈맹의 추억 … 대대손손?
중국, “평화안정 없이 비핵화 실현할 수 있는가?”
1990년대 초에 북한과 미국의 대결로 키워 온 북핵문제는 눈덩이처럼 굴러오면서, 이젠 제반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질서와 직결된 문제로 커져왔다. 이 시기는 냉전이 종식된 후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구축이 가동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결국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실제 새로운 질서구축을 위한 힘겨루기의 장으로 되어 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부분 학자들은 북핵문제의 발단을 북·미 간의 전략적 충돌이 빚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북핵문제는 단순한 핵문제가 아니라 한반도를 초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집약적인 반영이라는 것이다. 결국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6개국의 회담으로 이어진 것도 이에 원인을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6자회담의 2·13 공동문건에서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 북·일관계 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동북아 평화와 안보기제 5개 실무소조를 내온 것은 6자회담의 의제가 단순한 북핵문제 해결만이 아닌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구축과 직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북핵문제, 동북아 국제정치 집약적 굴절
북핵문제가 동북아 국제정치를 집약화하면서 이루어왔다는 것은 1차, 2차 북핵위기를 겪으면서도 입증하여 왔다고 할 수 있다. 1차, 2차 핵위기는 모두 남북관계와 북·일관계가 새로운 진전을 보일 때 일어났다.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1차, 2차 핵위기는 모두 위기와 반전을 윤회하는 패턴으로 나아갔다. 9·19공동성명 후 미국의 금융제재로 위기가 다시 닥치고 뒤이어 북한이 1차, 2차 핵실험을 하면서 최악의 위기가 조성되었을 때에도 반전이 이루어졌다.
북핵문제가 위기를 거듭하면서도 반전을 계속하는 것은 북핵문제가 지니고 있는 국제정치학의 의미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북핵문제의 본질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특성상 근대사 이후의 동북아 질서 교체기 때마다 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다. 동북아의 질서를 바꾼 중·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 모두가 한반도를 진원지로 하였던 것이다. 결국 오늘의 북핵을 둘러싼 진통 역시 냉전 종식 후의 새로운 질서확립을 위한 힘겨루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시기와 달리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구축이 다시는 전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동북아 각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 대국들은 전략과 이익의 갈등이 얽혀 있으면서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나 전쟁으로 치닫는 것은 억제하여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주요 모순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중국의 많은 학자들은 북핵문제의 주요 핵심 당사국은 북한과 미국이라고 보고 있으며 북·미 간의 해결이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북핵문제 해결의 키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렇지만 한국이나 미국, 일본에는 북핵문제 해결의 키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 해결 방법에 있어서도 중국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호소하지만 한·미·일은 압력과 제재를 통한 해결에 보다 더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은 북핵이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북핵문제 당사자로서 북핵문제 해결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 의지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비핵화회담-북·미회담-6자회담이라는 3단계 방식을 내놓게 되었고, 이 프로세스는 미국과 중국이 동의를 했으며 북한도 동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은 이를 대북정책의 성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단절을 선언함으로써 실행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따지고 보면 북핵문제에 얽혀있는 국제정치가 동북아 국제정치의 축소판이라 할 때 그 해결이 결코 남북한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은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과 직결된 문제로서 그 과정이 바로 관련 대국 간, 특히 중국과 미국 간의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가게 될 수록 북핵문제 해결은 가까워질 것이고 중국과 미국이 갈등과 대결로 나가게 될수록 그 해결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나라라고 인정하고 있는가 하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될 수 있는 관건은 바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이루는데 있다고 판단한다. 결국 안보와 발전 두 가지가 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걸려있다고 보는 북한이다.
북한은 북핵을 카드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실질적인 북핵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북핵문제 해결의 최선의 장은 6자회담이고, 이 장에서 여러 나라들의 꼬인 관계를 풀어가면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반도 문제는 세 가지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전쟁의 가능성, 하나는 난(亂)의 가능성, 다른 하나는 비핵화의 가능성이다. 이 세 가지 중 전쟁에 대한 남북한과 국제사회의 인식은 공통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나라도 원치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난과 비핵화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한국과 미국, 일본 일각에서는 난이 일어나더라도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지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고 있으며, 결국 북한의 핵포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 실현 불투명해져
그렇다면 한반도의 비핵화를 호소하는 목적은 무엇일가? 한반도의 핵무기화가 바로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 안정을 파괴하는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비핵화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평화와 안정이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기조는 바로 평화와 안정에 두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대가로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것은 비핵화의 목표 및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다. 또한 평화와 안정을 대가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것 자체 역시 불확실하다.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제재와 압력, 한 걸음 더 나아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무력불사론이 현실화되면, 결국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안전보장을 위해 핵을 개발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북한에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것 자체가 그러한 논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두 차례나 되는 무모한 핵실험을 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북핵문제를 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 사실이다. 대화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회의를 품는 시각도 있었고 북한이 제멋대로 나가는 것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북한이 중국 국가이익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을 잘 못 다루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제적으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심지어 국제사회의 일각에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키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설도 심심찮게 나왔다. 한마디로 이제 북핵문제는 제재와 압력으로만 해결을 볼 수 없는데, 중국이 동참하지 않고 참여하지 않으면 그것이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일각에서는 북핵문제의 해결은 중국과 북한의 ‘동맹관계’를 끊게 하는 것이라는 설도 나왔으며 한국의 보수층은 중국이 북한의 목을 죄이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결국 평화와 안정을 대가로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극대화되는 것일 것이다.
동북아 국제관계의 시각에서 보면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외교의 핵심이 ‘경제’라고 말했듯이 이제 한반도 문제의 접근은 지정학적인 접근을 벗어나 지경학적인 접근으로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도 그렇고 북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경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미국이 내놓았던 ‘포괄적 패키지’라든가, 한국이 내놓았던 ‘그랜드 바겐’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모두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데 있어서의 경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중국의 새로운 접근법, 즉 경제교류와 지원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본격적인 윈-윈을 가동한 것 역시 근원적 해결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핵문제 근원적 해결 열쇠는 경제
결국 6자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는 원인은 핵심 당사국들의 지정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북핵문제의 고비마다 한·미·일이 공조를 강조하는 것 역시 이런 지정학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가령 미국의 대동북아 전략이 여전히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펼쳐지게 될 경우 북핵문제 해결은 결코 낙관적일 수 없을 것이다.
또 가령 미국이 동북아에서 새 질서의 주역으로 떠오른 중국과 협력이 아닌 대결의 구도로 나간다면, 한반도의 지정학 의의가 극대화되면서 북핵문제의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면 한반도에 대한 지정학적 접근을 새로운 지경학적 접근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현재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한·중·일 FTA 체결과 경제공동체 결성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한반도 문제를 지정학 시각이 아닌 지경학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될 수도 있다.
북핵문제의 발단은 바로 한반도 문제의 근원인 한반도 지정학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바로 이 지정학 특성의 약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북핵문제도 그렇고 한반도문제도 그렇고 그 접근법이 이젠 지정학 시각을 벗어나 지경학적인 접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지정학 접근에서 자국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나라가 없지 않겠지만 세계화와 지역경제 블록화, 경제협력이 여러 나라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보면 지경학적 접근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훨씬 더 클 것이다.
북핵문제가 단순한 북핵문제가 아닌 동북아 국제정치의 집약적인 굴절이라고 하면, 이제 북핵문제는 동북아 신질서 구축,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 동북아 지역경제협력체 구축 등 보다 큰 틀 안에서 새로운 발상과 비전으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경일 / 중국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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