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북·중 혈맹관계는 냉전의 추억? 2011년 7월호
특집 | 북·중관계, 혈맹의 추억 … 대대손손?
북·중 혈맹관계는 냉전의 추억?
2011년 7월은 1961년 7월에 북·중 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이하 동맹조약)을 체결한 지 50주년이 된다. 북한의 김일성과 중국의 주은래가 서명한 이 조약은 정치·군사 부문에서 양국 관계를 가장 핵심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조약이다.
“어떤 군대도 북·중 군사동맹 훼손 못해”
특히 제2조는 “체약 쌍방은 체약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떠한 국가로부터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할 의무를 지니며, 체약 상대방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약은 현재에도 폐기되지 않았으며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2009년 11월에 량광례 국방부장이 방북하여 “지구상의 그 어떤 군대도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동맹관계를 훼손하지 못할 것이며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그때 김정일도 “양국의 군부 관계는 양국 관계의 핵심”이라고 의미 부여한 바가 있다.
당시 북·중 간에 동맹조약이 체결되었던 배경에는 6·25전쟁의 혈전과 냉전 시기 미국의 위협이라는 공동의 적이 존재했던 상황이지만, 사회주의국의 전환과 탈냉전이 진행된 지 20여 년이 지난 현재 그 적은 당시처럼 군사적 위협 대상도 아니며 오히려 교류협력과 동반자 관계가 되어 있다.따라서 북·중 간 동맹조약의 실질적 의미가 여전히 변하지 않고 혈맹관계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대남 도발을 감행하여 미국과 중국이 다시 긴장 상태로 돌입하면 중국이 북·중동맹을 복원하는 형태로 대북정책을 구사하곤 하지만, 그것은 중국이 과거의 북·중동맹의 향수를 국익에 맞게 되불러와 국면을 타개하고 국익을 챙기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 향수는 북한을 통제하기에 매우 용이하다. 역으로 북한에게도 이 향수는 활용하기에 매우 익숙하고 편하다.
북한 입장에서 후진타오 이후의 중국이 북·중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간주하고 행동하는데 불만이 많았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중관계가 혈맹관계이자 동지적 관계라는 것을 강조해 왔다.
2010년 8월의 방중 때 김정일이 중국 내 김일성 유적지를 방문한 것도 북·중 간의 혈맹적 역사 경험의 공유를 강조한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정일은 올해 5월의 방중 기간에 1961년 7월에 체결한 북·중 동맹조약 50주년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몇 차례 강조했다.
또한 방중 기간에 상하이방 출신의 시진핑을 의도적으로 만났는데, 그는 차기 주석이자 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서 북한과 중국 간의 군사협력의 명분이었던 항미원조론을 고수하는 인물이다. 김정일의 입장에서 인민해방군은 국군(國軍)이 아니라 당군(黨軍)이기 때문에 ‘당 대 당’ 관계를 강조하는 정치·군사 협력의 최고 혈맹관계를 암시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담론이 아니라, 담론의 외피 밑에 숨어 있는 북·중 간의 실질적인 정치·군사 관계는 어떤 것인가. 사실 북한의 현 지도부가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고립, 고난의 행군 시기, 최근의 중동 발 재스민 혁명 등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존재와 북·중 간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의 정치 및 군사 부문의 관계는 중국의 개혁·개방, 냉전의 붕괴, 한·중 수교, 북핵 실험(1차와 2차) 등을 거치면서 그 성격이 질적으로 변했다.
또한 현재 중국의 전체적인 국가전략의 구도에서 보았을 때 북한이 갖는 가치와 위상은 약화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 필요성은 증대하고 있다는 점이 양국 간의 정치적 군사적 관계의 비대칭적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핵문제 등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능력을 방패막이로 삼으려고 한다. 나아가 후계체제 문제와 내부 정치 안정과 관련해서도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가장 굳건한 동맹이 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중국의 직접적인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완강한 거부 태도를 보여 왔다. 사실 북한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도 1992년의 한·중 수교의 트라우마를 겪고 난 이후 중국을 근원적으로 불신하고 있다.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당장의 북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며, 오히려 그때부터 북한은 미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
독자들은 상상하기 어렵기는 하겠지만, 어떤 면에서 북한은 한국을 대신하여 미국의 가장 굳건한 아시아 동맹국가가 되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북한의 꿈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동맹구조를 통해서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면서 헤게모니 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징후들이 읽히곤 한다. 2012년 강성대국이라는 미래비전이 전제하는 무의식은 바로 이러한 지위일 수도 있다. 중국은 간헐적으로 북한의 이러한 욕망을 잘 포착하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여전히 현재로선 중국에게 북한은 국가이익에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말(馬)이다.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로 북한이 진입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북한의 꿈이 현실화되는 징후들은 아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만 중국은 그러한 방향으로의 북한의 움직임을 주기적으로 봉쇄하여 ‘버퍼존(buffer zone)’이라는 북한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중국은, 북한이 중국의 국가이익을 저해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적이 있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중국 전역을 사거리로 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의 안전보장에 북한이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북한의 꿈이 실현되는 경우, 그동안 중국에 이점으로 작용하던 북한의 모든 특징들이 중국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에 대해 현재 냉전의 향수 혹은 혈맹의 향수를 사용하는 중국은 국제정치 이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동맹의 딜레마에 걸려 있다. 사실 핵보유를 실천함으로써 아시아 헤게모니 국가가 되려는 북한 지도부에게 동맹의 ‘포기 공포(abandonment fear)’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오히려 중국이 동맹국으로서 북한이 창출하는 테러와 폭력적 시나리오에 대한 ‘연루 공포(entrapment fear)’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안정된 지역질서를 선호하는데 북한이 모험주의적 군사주의 노선으로 그것을 해칠 가능성에 대해 중국은 우려한다.
따라서 최종심급에서 중국은 북한의 협력자 혹은 보호자를 자임하면서도 북한이 너무 멀리(국가 대 국가 관계) 가지 못하도록, 하지만 중국에 너무 가까이(당 대 당 관계) 오지 않도록 관계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소와 고삐를 쥔 목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중국은 국가 대 국가 관계와 당 대 당 관계를 적절히 구사하여 대북 전략에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북·중관계를 국가 대 국가 아니면 당 대 당 관계 중 하나로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북·중관계 기초는 현실적 이해득실
중국은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북한의 경제적 안정과 체제유지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심리학은 북한과의 ‘특수한’ 양국 관계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 완충지역으로서 북한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여 북한이 붕괴하여 친미국가와 국경을 맞대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안정이 지속되어 완충지역으로 계속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 체제의 지속이 꼭 김정일 정권에 고착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에 어느 지도부가 나타나든 이러한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기능만 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북한도 북한의 꿈을 성취하기 이전까지는 전통적 우방인 중국의 지원이 체제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사실 양국의 혈맹적 성격은 이미 탈냉전 시대에 냉전의 추억으로 변화했다는 것은 양국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 이해득실에 기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양국은 ‘혈맹’, ‘당 대 당’의 관계 담론을 애써 끼워 넣어 사용한다.
현재 양국은 내정과 내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국정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서로 교환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안정화만 지속된다면 중국은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가 문제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찬해 줄 수도 있다. 중동 발 재스민 혁명이 아시아까지 확산되었으며 중국은 재스민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중국은 재스민 혁명을 차단하고 견뎌낼 수 있는 온갖 정보들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국의 정치·군사적 협력관계의 성격은 질적으로 바뀌었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국면이 지속되는 한 어느 일방이 애써 나서서 먼저 이러한 관계를 청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문석 /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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