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북·중 경제협력, 정부 적극 개입…교역보다 투자 강화 2011년 7월호
<편집자주>
북한과 중국 간의 협력관계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탈(脫)냉전기 양국 간의 관계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식량이나 원유와 같은 일회성 소모품을 지원하거나, 양국 간 경제협력이라고 해도 상품교역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은 나진·선봉특구와 황금평·위화도 특구에서 보듯 대규모 개발투자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2012년 강성대국과 향후 김정은 체제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북한의 이해관계와 동북진흥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 중국의 이해관계 일치와 밀착이 놓여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국 간의 협력관계가 단기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올해 7월 북한과 중국은 1961년 우호협력조약(동맹조약)을 체결한지 50주년을 맞는다. 이를 반영하듯 양국은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5월과 8월에 이어, 올해 5월 또 다시 중국을 방문한데 이어 양국은 지난 6월 ‘전략대화’를 갖기도 하였다. 남북관계가 여전히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북·중관계의 심화·발전은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현안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통일과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이에 이번호에서는 최근 질적으로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북·중관계를 경제와 정치적인 측면에서 조망해보고 핵심적 안보현안인 핵문제에 대한 함의를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특집 | 북·중관계, 혈맹의 추억 … 대대손손?
북·중 경제협력, 정부 적극 개입…교역보다 투자 강화
김정일 위원장은 최근 방중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 및 원자바오 총리와 개별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 북·중 협력강화 및 한반도 정세안정 방안 등을 논의한 반면, 원 총리와는 양국 경제협력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김 위원장과 후 주석 간의 합의된 내용은 공개된 반면, 김 위원장과 원 총리 간의 회담에서 무엇이 합의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이 미국의 경제제재와 5·24조치로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나진-선봉(이하 나선)·황금평 개발 등 중국의 대북 투자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되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중 경협강화 방안은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개발계획 요강 작성 … 청사진 제시
2011년 3월 북한 조선합영투자위원회는 나선개발과 관련해 중국 국유기업인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와 20억달러 투자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어 북한은 중국과 ‘조·중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경제지대 공동개발계획 요강(이하 조·중 개발요강)’을 작성하고, 두 지역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였다.
요강에서 양국은 나선지대를 대외교류 시험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에 대한 원자재공업, 장비공업, 첨단기술공업, 경공업, 서비스업, 현대고효율농업 등 6대 산업육성 계획을 밝혔다.
또한 북한과 중국은 나진-선봉-웅상-굴포로 이어지는 산업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며, 구체적으로 나진에는 창고보관·물류, 장비제조, 첨단기술, 피복·식료품가공 등 4대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선봉에는 원자재공업, 방직피복, 장비제조업, 농산물 가공 등 4대 공업단지, 웅상에는 종합 목재가공공단, 굴포에는 기계제품 생산단지 등 10개 공업단지를 설립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양국은 장기적으로 북·중·러 접경지역의 민속 문화와 관광자원을 활용해 나선지역을 국제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나선개발을 현실화하기 위해 사회기반시설 구축계획도 마련하였으며 이는 크게 7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양국은 원정-나진·선봉·웅상항에 도로망을 건설하고, 원정-권하 국경 인도교를 보수해 운송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나진-원정, 나진-청진, 나진-두만강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둘째, 양국은 나진-선봉-남양철도를 개보수하고, 훈춘-훈륭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셋째, 북한과 중국은 나진항 1~3호 부두시설을 개조해 5만t급 이상의 다용도 선착시설을 마련하고, 선봉항은 화학제품, 산적화물항으로 개발하며, 웅상항은 산적화물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넷째, 양국은 청진시 삼해리에 민영비행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구상중이다. 다섯째, 전력공급을 위해 북한과 중국은 나선지역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해 기존 선봉화력발전소의 중유발전기를 대체하고, 풍유발전과 태양열발전을 이용하는 방안도 모색하는 한편 110kV 변전소와 송전선로 설치도 계획하였다.
여섯째, 양국은 급수체계를 완성하고, 급수관망수압을 높이며 급수지역범위를 확대해 수원능력을 개선할 방침이다. 일곱째, 양국은 나선지역에 고정통신망과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고, 이를 연결해 통신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북한과 중국은 조·중 개발요강 제1편에서 압록강 하구에 약 16㎢ 규모의 황금평 경제지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어 양국은 이 지역에 상업센터 및 정보산업, 관광문화산업, 현대시설농업, 가공업 등 4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 지역을 지식밀집형 신흥경제구역으로 건설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북·중, 시장주의적 외국인 투자정책 마련
첫째, 상업센터 건설과 관련하여 양국은 북·중 공동시장을 개설하고 서비스, 오락시설을 구축하여 사업범위를 쇼핑, 공연관람, 금융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정보산업과 관련해 양국은 단동의 정보산업과 연계하여 이 지역에 IT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둘째, 북한과 중국은 다양한 문화공연, 만화, 공예품 개발 등을 통해 이 지역을 관광문화산업 지역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셋째, 양국은 이 지역에 우량품종 생산기지를 건설하여 곡물생산량을 늘리고, 고효율 물절약 농업시범기지를 건설하며,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온실과 현대농업기술연구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넷째, 양국은 피복생산기업을 적극 유치해 이 지역에서 피복과 장식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도 마련하였다.
북한은 나선·황금평지대가 성공적으로 개발, 운영되도록 중국과 공동운영 체계를 만들고, 두 지역에서만 적용되는 시장주의적 외국인 투자정책을 마련하였다.
양국은 두 지역의 공동운영을 위해 정부 간 협조체계인 공동지도위원회와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공동개발관리위원회, 투자개발공사 등 세 단계 협조체계를 마련하였다. 이와 함께 북한은 외국투자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무, 토지, 금융, 고용, 통관, 투자보호, 산업입주허가, 기업경영 등 8가지 정책을 마련하였다.
첫째, 북한은 두 지역에서 세금반환과 소득세 감면,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설비·물자에 대한 수입관세 면제 등을 허용하였다. 둘째, 북한은 두 지역에서 양도, 임대, 재임대, 청부, 저당, 상속을 허용하였다. 셋째, 북한은 두 지역에서 기업이 중국 인민폐와 북한 원, 별도 규정하는 화폐로 결제하는 것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외국투자자가 단독은행, 합영은행, 기타 금융기구를 설립하고 경영활동에 종사하는 것도 허용하였다.
넷째, 북한은 기업이 시장원칙에 따라 근로자들과 자율적으로 노동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다섯째, 북한은 나선·황금평 지역을 출입하는 화물과 인원을 관리하되, 특히 중국 화물의 경우 통관에 편리를 제공한다는 정책도 발표하였다. 여섯째, 외국인투자보호를 위해 북한은 두 지대에 투자한 투자자는 이윤 및 자산을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있으며, 외국투자자의 투자와 자산은 국유화하거나 징수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발표하였다.
일곱째, 북한은 투자분야 및 업종에서 나선·황금평지대법과 산업입주정책이 금지한 분야를 제외하고 투자기업과 투자대상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정책도 마련하였다. 여덟째, 북한은 두 지역에서 기업이 자금, 현물자산, 무형자산으로 출자하여 단독·합영기업을 창설할 수 있고, 기업경영도 시장원칙에 따라 자주적으로 할 수 있게 허용하였다.
북·중 경협이 급속히 추진되는 상황에서 향후 양국협력은 다음 몇 가지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첫째, 북·중 경협의 주체는 기업에서 정부로 변화될 것이 예상된다. 북한은 당국이 경협을 주도해온 반면 중국은 정부가 환경을 만들고 기업이 주도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 총리가 북·중 경협과정에서 필요 시 지방정부와 공적기구의 개입을 고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에 따라 향후 북·중 경협주체는 기업에서 정부로 변화할 것이 예상된다.
둘째, 북·중 경협은 투자일변도가 강화되는 차원에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산업은 외부에서의 자본·기술투자가 없으면 생산정상화가 어려운 반면, 중국의 동북개발은 북한의 산업생산물을 대규모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교역 중심이었던 과거의 북·중 경협은 북한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하였다. 따라서 향후 중국의 대북투자는 북한의 산업을 현대화하고 신산업을 창설하는 방향에서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북한 산업 현대화 … 신산업 창설 도모
셋째, 북·중 경제협력은 양국 차기 지도부 체제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양국은 지도부 교체시기에 접어들었으며, 이 시기에 수뇌부는 과거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여 혁신을 지향하기 때문에 양국협력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실제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이 차기 총리로 지목되는 리커창 상무부총리 겸 공산당 상무위원과 중관촌을 동행한 사실은 향후 양국관계가 차기 정권에서도 지속될 것임을 나타내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
넷째, 북·중 경협이 북한의 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을 전제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 효과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투자와 지원은 단기간 북한의 경제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체제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국제사회의 대북투자와 지원활동은 북한 체제에 상존하는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어렵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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