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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남북정상회담 물 건너가…냉철한 상황 관리 신경 써야 2011년 7월호

시론

남북정상회담 물 건너가…냉철한 상황 관리 신경 써야

 

북한의 남북비밀접촉 공개로 인해 남북 간에 불신과 비난이 증폭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다시 접어들었다. 북한은 지난 6월 1일 남북비밀접촉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데 이어, 9일에는 비밀접촉시 대화 내용을 추가로 공표하고 당시의 녹음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추가 공개한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김천식 통일부 정책실장이 비밀접촉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대통령의 직접지시와 인준에 의해 마련됐다고 말했다.”는 것과 “접촉이 결렬상태에 이르게 되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돈봉투를 우리 손에 쥐어주려 했다가, 우리가 던지자 얼굴이 빨개져 안절부절 못했다.”는 정도다.

그동안 남측이 정상회담을 “간청했다.”, “빌붙었다.”, “매달렸다.”고 주장하던 북한이 추가 공개라면서 고작 이 정도의 내용을 밝힌 것을 보면 실로 야비한 공작적 수법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비밀접촉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무엇이었으며 쌍방 간에 어떤 입장 차이로 인해 접촉이 결렬됐느냐에 달려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우리 정부는 남북이 대화의 길로 가려면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사과의 뜻을 밝혀야 하고 그래야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북한은 사과 없이 어물쩍 정상회담으로 들어가자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관계가 이렇다면 북한이 접촉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여 이 문제를 갖고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배후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우선 남한의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 3대의 사진을 사격표적지로 사용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수령절대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은 ‘최고 존엄’이라고 불리는 김정일 사진에 대한 사격표적지 사용을 신성모독으로 간주하고, 보복차원에서 비밀접촉 공개라는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 군부 강경파, 대남 도발과 협상 주도

특히 북한 군부가 김정일 사진 사격표적지 문제에 대해 “역적 무리들을 쓸어버리기 위한 실제적이고 전면적인 군사 보복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김정일에 대한 충성표시임과 동시에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를 망신시키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남측에 대해 사격표적지 사건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고 역공을 폄으로써, 남측을 코너로 몰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또한 북한이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고 나온 배경에는 북한체제 내부 요인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비밀접촉에 나온 북한측 대표는 대남공작을 총괄지휘하는 국방위원회 정찰총국 산하 정책국 2인자 박철 소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천안함 사건 이후 대남협상의 주도권이 과거 노동당 산하 통일전선부에서 북한군부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 결과 군부 강경파가 대남 도발과 협상을 양손에 움켜쥐고 휘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군사모험주의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하여 북한은 남북대화는 접고 그 대신 6자회담 재개를 들먹거리면서 실제로는 대남정치공작, 군사도발, 사이버테러 등 복합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이명박 정부 흔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북한은 북·미대화 재개에 관심을 갖고 미국을 향한 우호적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으로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를 단장으로 하는 미국 국무부 대표단을 평양으로 초청한데 이어 태권도시범단을 미국에 보내 주요 도시 순회공연을 마쳤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북·미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그 목적이 있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상황판단을 토대로 향후 대북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북한이 녹취록을 공개할 경우 국민에게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분명히 가려줘야 한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는 비밀접촉내용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한줌의 의혹도 없도록 진실을 밝혀야 한다.

북한, 대선 겨냥 국론 분열 노려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다방면적인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총체적 대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화의 문은 열어 놓되, 무력도발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함으로써 제2의 천안함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은 이미 물 건너간 사안임으로 미련을 버리고 냉철한 자세로 현 분단상황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북한은 현재 정권 이양과정에 있고, 내년에는 한국, 미국, 중국 등에서 선거와 지도자 교체가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북한은 내년 한국 대선 결과를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막고 좌파세력의 집권을 돕기 위해 신북풍(新北風)을 내려 보낼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간헐적인 도발을 통해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전쟁불안 심리를 극도로 조장할 것이다.

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면서 한나라당은 전쟁세력, 민주당은 평화세력이라고 규정, 유권자들로 하여금 평화세력에 표를 찍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내 좌파세력이 동조함으로써 반(反)한나라당 연합전선 형성을 시도할지 모른다.

북한이 이처럼 군사전과 정치전을 배합한 대남전략을 밀고 나올 경우,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임기 말을 앞둔 이명박 정부는 레임덕현상으로 인해 상황 통제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며, 정치권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논쟁에 휩싸임으로써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겠다며 비밀접촉사실을 공개한 이면에는 바로 이상과 같은 내년 대선정국까지 겨냥한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도 봐야하지만 우리 내부를 주목해야 한다.

대내 안정 없는 대북정책 추진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내년 대선까지 1년은 남북관계와 우리 민족 장래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오는 전환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송영대 /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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