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지도가 바뀐다 | ‘자원의 저주’ 딛고 경제대국 발돋움, 나이지리아 2011년 10월호
세계 경제지도가 바뀐다 9
‘자원의 저주’ 딛고 경제대국 발돋움, 나이지리아
1970년대 유전 발견 이후 나이지리아는 ‘자원의 저주’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다. 경제가 석유부문에 과도하게 편중된 나머지 여타 주요산업이 후퇴하였고, 원유수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나이지리아 경제는 대외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뜻밖의 횡재에 눈독을 들이던 정부관계자들이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되는가 하면 원유수익 배분을 둘러싼 지역·민족 간의 갈등으로 현재까지 사회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석유개발 사업으로 인해 유전지대의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는데,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의 발표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최대 유전지대인 니제르 삼각주의 환경오염을 정화하려면 최소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1999년 민선정부 수립 이후 시장자유화·산업다각화 등을 포함한 경제개혁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나이지리아는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2000년 이후 연평균 6%대의 양호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3%대의 연평균 GDP 성장률을 기록한 1990년대와는 대조적인 수준으로, 석유산업뿐만 아니라 농업, 생필품, 통신, 건설 등 비석유부문의 호조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신흥중산층 부상 … 소비시장 주도
나이지리아는 세계 10위의 원유 확인매장량(372억배럴)과 아프리카 최대의 인구(1억5천만명)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고유가 기조와 중산층의 소비지출 확대가 계속될 경우 2025년경에는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규모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 간 나이지리아의 가장 큰 변화라 함은 단연 중산층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 간 나이지리아의 임금인상률은 50%에 달했으며, 그 결과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중산층이 두터워졌다.
사모투자전문회사 ACTIS의 조사에 의하면, 같은 기간 실제로 1천만여 명의 나이지리아인이 중산층으로 진입하였다고 한다. 나이지리아 통계청은 중산층 인구수를 전체 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4,50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니, 이는 남한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신흥중산층은 나이지리아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의 소비지출 증가로 인해 소비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가 생필품에 대한 수요가 나이지리아 소비시장의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소비패턴이 다양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이지리아 통신 및 영화시장의 급속한 팽창은 이와 같은 소비패턴의 변화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구매 여력이 높아진 나이지리아 중산층은 생계를 위한 상품뿐만 아니라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상품을 찾아, 보다 능동적인 소비자로 변모해 왔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00년 60만여 명에 불과하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2010년 8,8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나이지리아의 통신부문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즐거움을 주는 문화상품에 대한 수요 또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나이지리아는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영화를 매년 생산해 내고 있으며, 2010년에만 1천편이 넘는 작품이 제작되었다. 일명 ‘날리우드(Nollywood)’라고 불리는 나이지리아 영화시장은 약 8억달러 규모로 배우·감독·배급업자 등을 비롯해 30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편 내수시장에서 급증한 소비수요는 통신, 식·음료업, 제약 부문에서 활약하는 나이지리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일조하였다. 2011년 <Jeune Afrique>가 발표한 아프리카 500대 기업 순위에 나이지리아는 자국 기업의 이름을 25개나 올리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과시하기도 했다.
24위에 오른 이동통신사 MTN Nigeria는 나이지리아 내의 이동통신망 구축 및 운영 사업을 통해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식·음료기업이 9개나 선정되면서 생필품 소비수요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나이지리아의 시장 잠재력은 해외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09년 약 87억달러의 해외 직접투자 자금이 나이지리아로 유입되었는데, 이는 아프리카에서 4번째로 많은 규모였다. 이처럼 구매력 향상과 이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중산층은 나이지리아 사회·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경제성장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주의 태동 … 강력한 경제개혁 추진
나이지리아의 또 다른 변화이자 가장 기대되는 변화로는 민주주의의 태동을 꼽을 수 있다. 독립 이후 지난 50년 간 나이지리아 정치는 군부쿠데타와 부정선거 의혹으로 얼룩진 정권찬탈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토록 불명예스러운 정치 관례를 깨고 지난 4월 나이지리아 역사상 가장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가 치러졌으니, 상징적인 시점이 어찌 아니겠는가. 동 대선에서 57%의 지지율로 당선된 굿럭 조나단 대통령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조나단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각종 개발정책 및 반부패운동 등을 진취적으로 전개해 나가며 강력한 개발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국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나이지리아는 여전히 민족·종교·지역 갈등, 자원의존형 경제구조, 빈부격차, 열악한 인프라 환경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피라미드의 허리둘레가 굵어지고 민주주의의 맹아가 싹트고 있음에 낙관론을 지울 수 없다. 아래로부터의 변화에 이제는 굿럭 조나단 대통령이 부응하여 지도층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차례이다.
이순철 / 부산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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