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금강산관광, 재개 가능한가? 2011년 10월호
포커스
금강산관광, 재개 가능한가?

북한은 금강산관광이 3년 이상 재개되지 않자 독자적인 금강산관광을 시도해 지난 8월 29일부터 4박5일 동안 중국, 러시아, 미국 투자가와 외신 기자 등 130여 명을 만경봉 호에 태우고 나선시를 출발해 금강산관광지구를 둘러보는 시범관광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한동안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되었던 금강산광광이 중단된 지 3년을 넘기면서 금강산관광지구가 ‘유령마을’로 퇴락하고 있다. 영업을 중단한 호텔 주변엔 잡초가 길게 자랐고 상점들은 거미줄로 뒤덮여 있으며, 황량한 쇼핑센터의 은행 앞에는 커다란 자물쇠만 덩그러니 매달려 있다고 한다.
북한은 8월 22일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금강산국제관광특구에 있는 남측 부동산과 설비 등에 대한 법적 처분을 단행한다.”고 밝히고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사흘 안에 철수할 것을 통보하자 금강산지역에서 남측 시설의 관리·유지를 위해 끝까지 머물러왔던 현대아산 관계자 등 14명이 지난 8월 23일 모두 금강산을 떠났다.
이에 따라 남측의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진 상태다. 사업자인 현대아산측은 “금강산관광 중단과 2008년 11월 말 개성관광 중단, 개성공단 건설사업 위축 등으로 매출기반 대부분을 상실했다.”며 작년 말까지 3천900억원 가량의 매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뒤 지난 34개월 동안 강원도 고성군이 입은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도 9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아산 대신 북측이 금강산관광 주도
한편 북측도 지난 9월 5일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지난 3년간 직접적 피해 1억달러를 포함해 총 6억달러의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남북 간 투자보호에 관한 협의서’ 제4조를 인용해 “공공의 목적으로 상대방 투자가의 투자재산에 대한 몰수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남측 재산을 정리하는 것은 합법적인 주권행사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몰수를 통보한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재산을 이용해 미국·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나선-금강산 시범국제관광단이 8월 30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금강산관광을 실시하였다. 관광객들은 구룡연과 삼일포, 해금강 일대를 돌아보고 평양 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하였다.
북측 관계자들은 이들 시범 국제관광단이 금강산에 체류하는 동안 ‘금강산 관광 특구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연간 10만명에 이르는 중국인들이 금강산을 찾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의 한 북한전문 여행사는 현대아산 소유의 금강산 호텔을 이용하는 관광 상품을 출시하였다.
정부, 北 일방조치 외교적으로 대응
이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금강산을 둘러싼 남과 북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금강산 호텔을 외국 여행사에 개방하거나 대여하는 것은 남북 간의 협정 위반이고, 우리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에 해당하기에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의 금강산관광사업대책반은 금강산지구 내 남측 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외교 채널을 통해 관련국에 관광 및 투자 자제를 요청하기로 결정하였다. 남측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보상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측은 “국제기구에 제소할 테면 하라.”면서 “더 큰 망신만 당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남측을 제쳐놓고 ‘연간 중국인 10만명 관광’ 운운하는 북측이나, 외국인의 금강산 관광을 막으려고 다른 나라에 도움을 요청하는 남측의 행위 모두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정부는 금강산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관광객 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조건’을 북측에 요구해왔다.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010년 2월 8일 남북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북한은 “최고 수뇌부(김정일)가 관광객 안전을 특별히 담보(보장)한다고 했는데 더 이상 어떻게 안전을 담보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09년 8월 김정일 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면담 직후 “위원장께서 취해주신 특별 조치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이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측은 2009년 136일간 개성에 억류됐던 ’유성진 씨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출입·체류 남북 합의서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정하자고 제의하면서 양측 간의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였다. 또한 북한은 진상규명과 관련해, “관광객이 사망한 것은 어쨌든 유감이지만 공동 조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상황의 특징은 이제 금강산관광사업은 남측 현대아산의 독점권이 통용되지 않고,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에 따라 북한이 주도하는 사업이 되어버린 점이다. 북한은 지난 4월말 금강산국제관광특구를 독자적으로 신설하겠다고 알린 데 이어 5월 31일 한국이나 외국의 기업과 개인이 금강산 지구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해 6월 2일 발표했다.
북한은 현대를 배제한 채 금강산지역을 국제관광지 겸 비즈니스 지역으로 개발한다는 1단계 청사진을 공개하였다. 이 계획은 1단계 특구지역인 60㎢에 대해 인프라, 에너지, 전력 등 기초시설 건설투자는 특구관리위원회가 주도하고 기타 관광시설, 비즈니스 프로젝트투자는 희망하는 국가별로 구역을 나눠 자체 개발을 유도한다는 게 골자다.
기본적으로 무관세를 원칙으로 하되 각 국이 운영하는 시설에 대해 영업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금강산특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부근 군사비행장을 민간공항으로 개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특구는 그 밖의 북한 지역과는 철저하게 격리하면서도 특구에 대한 외국인의 입·출입은 완전 자유화한다는 계획이다. 북측은 또 국제관광지와 비즈니스 지역에 걸맞게 현재 골프장을 7∼8곳 짓고, 카지노와 경마장 등도 유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북측은 우선 나선특구와 금강산특구를 여객선으로 연결하는 코스를 축으로 미국·일본·유럽·중국·홍콩 등의 관광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나아가 철도와 고속도로를 이용한 금강산-평양-베이징 코스로 중국 관광객의 금강산 방문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류우익 장관, “북측과 대화 채널 열 것”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사실 북한이 중국인 관광객을 대규모로 금강산에 유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당분간 거의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다. 관광비용, 교통 및 관광인프라 모든 측면에서 중국 관광객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또한 남북 당국 간 및 사업자 간 합의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깬 북측과 외부 투자자가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외부 투자자가 투자 의사가 있어도 남측이 배제된 상황에서는 사업성을 보장하기도 쉽지 않다. 금강산관광은 남한과의 협력 없이는 사실상 지속가능하기 힘든 사업이다.
마침 류우익 신임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월 19일 취임사에서 “북측과 대화 채널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과 천안함ㆍ연평도 도발로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돼 불안정하지만 우리는 이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측의 금강산 사업자들의 모임인 금강산지구기업협의회도 금강산관광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촉구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금강산 재개를 원한다.”고 천명했다. 북한도 남측이 대화를 제의하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다.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 및 신뢰 축적을 토대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의 재산권을 보다 실효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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