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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독재자의 종말과 남한사회 2011년 11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독재자의 종말과 남한사회

 

독재자는 언젠가는 반드시 종말을 고하고 만다는 사실은 리비아 카다피의 죽음이 다시금 증명해주었다. 총격으로 사망한 카다피 모습을 TV에서 보니 과연 저 인물이 절대 권력으로 국민을 호령하던 독재자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비참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북한의 독재자도 결코 저런 운명을 피해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물론 다른 탈북자들의 심정도 같았다. 남한사회의 반응도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인터넷에 오르는 네티즌들은 이제는 다음 순서가 북한이라고 흥분하고 있었다.

재스민혁명 여파 북한에도? 가망 없어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온통 기대에 찬 목소리들은 많은데 단순히 기대 정도이고, 북한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한 실천행동에 나서려는 비장한 각오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장 “스텔스 폭격기로 평양을 폭격하라.”거나 “북진을 단행해 빨갱이들을 몰살시키자.”는 식의 감정적인 목소리가 태반이다. 그나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런 행동도 미국이 해주기를 기대하는 수준이다.

같은 민족인 남한이 주동이 되어 나서야지 왜 하필이면 미국에만 기대는가. 미국인들이 들으면 얌체족이라고 욕할 일이다. 남한에 피켓을 들고 미군 나가라고 고함치는 사람들까지 있는 판에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이치에 맞다.

북한은 리비아와 다르다. 같은 독재국가라 해도 그 수위가 다르며 북한 내 반정부 세력의 존재는 파악조차 어렵다. 반정부 행동은 고사하고 그런 기미만 보여도 무자비한 처형을 일삼는 독재정권이 북한임을 감안할 때 북한에 재스민혁명의 여파가 이어질 가망은 거의 없다.

더구나 폐쇄된 체제에 살고 있는 북한주민에게 리비아 소식이 다 알려질 때면 이미 그 효력이 상당한 정도로 희석될 것이다. 또한 선전에 능한 북한은 그 사이면 얼마든지 주민들에게 리비아 사태에 대한 저들만의 해설문을 만들어 그것을 체제결속을 위하는 데 효과적으로 써먹을 것이다.

지난 1989년에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처형되었을 때도 북한은 그랬다. 당시 전 세계가 루마니아 소식으로 들끓었지만 북한은 이례적으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무분별한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배신자, 야심가들에게 활동공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옹근 2면이나 되는 장문의 선전논설을 실었으며 그것을 방송으로 연 7일 이상, 하루 5번 이상 재방송 했다.

그렇게 하고도 며칠이 지나서야 신문 한쪽 귀퉁이에 제일 작은 활자로 루마니아에서 차우셰스쿠가 ‘구국전선이사회’에 의해 총살되었다고만 간단히 게재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를 지나쳐 보지도 못했다.

그 후 북한은 대대적인 강연 캠페인으로 주민들에게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유럽 사태는 집권자들이 인민 위에 군림하여 관료주의와 독단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났지만 북한은 그들과 다른 ‘사람 중심의 사회주의’,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이므로 수령, 당, 대중이 3위 일체를 이룬 저들의 체제는 영원하다고 역설했다.

그 선전이 북한주민에게 잘 먹혀 들어가는 것을 볼 때 당시 라디오를 몰래 들으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있던 필자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때에 비해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제는 외부정보에 대한 폐쇄가 그 때에 비할 바 없이 뚫려 있다. 단 그 구멍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그 구멍을 넓히고 북한 내부에 재스민혁명의 영향을 주는 것이 북한을 변화 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이다.

북한 내에서 반정부군이 출현하거나 민주화 항쟁이 일어나자면 그 주체인 사람부터 달라져야 한다. 즉 북한판 재스민혁명을 안아올 수 있는 정신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먼저다.

북한판 재스민혁명? 정신적 인프라 먼저

그렇다면 이 일을 누가 해야 하나. 물론 탈북자들이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 힘이 너무 약하다. 남한이 해야 한다.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한반도는 남북한 사람들의 것이다. 남한이 주동적이지 않고 수동적이면 미국이 뭐가 안타까워 주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애써 해주겠는가.

설사 미국이 나서 해준다 해도 북한 민주화가 실현되면 남한 사람들은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남한 사람들을 미워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일부 사람들이 걱정하는 통일 후 지역갈등이 정말로 파괴적일 수 있다. 분단 때문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남북한 주민이 정작 통일이 되자 이번에는 감정 싸움으로 갈등을 겪을 수 있다.

북한의 민주화와 통일은 언제든 온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고야 말 그날을 위해 막연하게 기다리거나 그 누구의 힘을 바라기보다는 남한이 주체가 되어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재스민혁명의 영향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남한사회가 너무 감각이 둔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도명학 /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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