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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북·미 제2차 고위급 회담…시각차 좁히고 재개 발판 마련? 2011년 11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북·미 제2차 고위급 회담…시각차 좁히고 재개 발판 마련?

 

북한과 미국의 제2차 고위급 대화가 지난 10월 24일과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통과문으로 북·미 간의 대화에서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그만큼 중요한 회담인 셈으로 회담을 앞두고 북·미 양측의 기싸움도 팽팽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0월 20일 “북한으로부터 뭔가를 들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며 “(북한과의 협상이)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조치가 이행되는 것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해선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0월 19일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고 9·19공동성명을 이행함으로써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 김 위원장은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 서면인터뷰에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고 우리 공화국 정부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미국이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우리를 선의로 대한다면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있다.”며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北 “연내 재대화 희망” … 美 “시간·논의 더 필요”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대화에는 북측에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해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 최선희 부국장 등 1차 회동 때의 대표단들이 대부분 이번 회담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측에서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그의 후임으로 내정된 글린 데이비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대사, 시드니 사일러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 등이 대표단으로 나섰고,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주 제네바 미국대표부와 북한대표부에서 각각 하루씩 회담을 가졌다. 북측 대표단장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회담을 마친 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련의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부상은 “1차 대화 때 합의한 데에 따라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구축 조치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밝힌 뒤 “아직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문제도 있으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토하고 다시 만나 풀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연말 이전 가능한 이른 시간 내에 다시 대화를 가질 것을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미국 측 대표단장인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같은 시간 제네바 주재 미국대표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매우 유용한 회담이었다.”며 “북한 대표단과 매우 긍정적이고 전반적으로 건설적인 대화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 하지만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양측의 지속된 노력으로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는 정식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합리적인 토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과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월 2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지난 7월 말에 이어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는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일련의 진전이 이룩됐다.”며 “쌍방은 신뢰조성의 견지에서 미결문제를 토의해결하기 위한 조·미(북·미)접촉과 회담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단 회담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핵심쟁점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는 데는 일정 정도 성공함으로써 회담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대쟁점 ‘UEP 중단’ … 접점도출 실패?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과연 북·미 양측이 언급하고 있는 ‘진전’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부분적으로 수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미가 요구해온 사전조치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비롯한 모든 핵활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게 회담장 주변의 평가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가동을 중지하는 실질적 비핵화 행동보다는 WMD 모라토리엄 선언이나 IAEA 사찰 복귀를 허용하는 ‘낮은 단계’의 조치들을 수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정한 ‘성의표시’를 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비핵화 협상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6자회담 재개를 향한 중대 고비를 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쟁점으로 부상한 UEP 중단을 놓고 양측이 ‘출구없는 대치’를 이어가던 끝에 접점을 도출해내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드러난 쟁점들은 ‘빙산의 일각’으로서 실제 양측이 협상테이블에서 주고받은 대화는 훨씬 폭넓고 심도 있게 전개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측의 협상과정에서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과 대북 식량지원이 연계돼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또 UEP와 관련해 추후 6자회담에서 다뤄질 경수로 제공 문제가 거론됐을 수 있으며 북한이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체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완의 협상은 후속대화로 넘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후속대화가 언제,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열릴 지 예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회담 후 외교적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6자회담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한국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동시에 모스크바를 방문해 10월 27일부터 이틀 간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이 10월 26일 보도했다.

남북한이 만날 지, 남·북·러 3자회담이 열릴 지는 불투명하지만 러시아를 매개로 북·미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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