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서해 평화정착 방안은? 2011년 11월호
기획 | 연평도 포격 1년…현장을 가다
서해 평화정착 방안은?
연평도의 우리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에 대한 북한의 포격이 있은 지 1년여 지났다. 그간 포성은 멈추었지만 그 포성은 우리들 귓전을 떠나지 않았고, 평화로운 섬에 해무(海霧) 대신에 포연이 가득한 비극적 영상들은 우리들 눈길을 떠나지 않았다. 북한군의 무모한 연평도 포격과 이후 대응 내용들은 몇 가지 측면에서 서해 평화와 관련하여 더욱 심각한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 ‘치고 빠지는 도발’ 지속할 것
첫째, NLL을 부인하고 자신들이 임의로 설정한 서해경계선을 근거로 자신의 도발을 정당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속에 북한은 우리의 정상적인 군사훈련에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실제로 대응 훈련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공언하여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끌어 올렸다.
둘째, 중국은 천안함과 달리 연평도 포격에 대해 북한을 비난하기보다 서해경계선 관련 북한측 주장을 적극적으로 비호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중국은 진상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지 북한을 직접 두둔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도발 따로, 도발원인 따로’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휴전협정과 관련, 북한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서해 경계선문제를 다루고 있고 향후에도 그렇게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셋째, 북한의 전술적 위협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보복이 거론되자 핵 참화를 거듭 언급하며 우리의 보복의지를 위축시키려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축적해온 핵능력, 정치적 선언, 중국과 군사협력관계를 담보로 서해경계선을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는 정치군사적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를 고려할 때 북한은 언제든지 서해에서 ‘치고 빠지는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들의 의도대로 우리 사회,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대응과정에서 분열했고 국제사회에서는 서해와 서해도서지역을 분쟁지역으로 보는 시각이 증대되었다.
특히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확고하게 지지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다만 핵 참화를 언급하며 우리 측의 대응 군사훈련을 제한하려 했지만 우리 군의 단호한 모습을 보고 조금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해의 평화를 어떻게 담보받을 것인가? 북한의 정치·군사적 의지가 선명한 만큼,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군사적 결의도 더욱 선명해야 한다. 서해의 평화문제가 더 이상 서해의 평화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영토주권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서해를 평화적으로 이용하자는 이전 시대의 ‘기능주의적 논의’들에 더 이상 귀 기울일 수 없는 안보현실에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서해바다를 더 안전하게 지키려는 군사조직, 서북도서방어사령부를 새로 조직하고, 북한도발 시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필요한 ‘능동적 억지’라는 군사교리를 발전시키고 있다. 서해에 대한 이러한 남북한의 인식 속에서 서해의 평화와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선군후정(先軍後政)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선군후정이란 군사적 대비를 앞세우고 정치적 협상을 통해 공동이익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물론 협상 속에서 NLL의 인정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지구상에 복수의 국가들이 국경선을 인정하는 토대로 국경선 인접지역을 공동으로 개발하여 공동이익을 확보하는 노력을 벤치마킹하는 협상을 하자는 의미다.
여하튼 북한의 여하한 도발에 대해도 대응할 수 있는 군사태세를 앞세우는 것이 먼저다. 서해 5도의 군사시설과 주민들을 지킬 수 있는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1차적으로 적의 도발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호시설, 경계시설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북이 도발을 후회할 수 있는 응징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그 응징능력을 북이 알도록 해야 한다.우리가 북에 대해 갖고 있는 국가의 비대칭 자산이 활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북에 비해 우월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 우월한 경제력을 활용하여 서해에서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군사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도발원점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슬래미아, 제이담 같은 재래식 전력을 확충하고 운용의지를 보여야 한다.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의 포격을 군사적 차원에서 필자가 냉정히 평가하면, 그렇게 위협적이지 못하다. 북한군당국이 오랫동안 준비하여 우리 군사시설을 향해 발사한 해안포 공격의 명중률과 피해강요 능력은 사실상 우리 군이 얼마든지 압도할 수준에 불과했다.
군사적 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우리는 서해의 평화적 이용을 북측과 의논할 수 있다. 북은 1992년 기본합의서를 체결할 당시 “지금까지 지켜온 해양경계선, 북방한계선”을 지키기로 약속한 바 있다. 1992년의 남북한 환경을 고려하면 북한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시기였다. 구소련 등 동구권이 몰락하고 인접국인 중국이 천안문사태로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북한은 대남 정치협상에 임했고 NLL을 인정한 것이다.
북한이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면 우리 측으로부터 대규모 응징만 초래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상황을 만들면 북한은 서해의 평화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NLL을 인정하고 지킨다면 대승적 입장에서 이전에 합의한 바 있는 서해공동어로 등 평화적 이용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선군후정(先軍後政) 안보의식 긴요하다
서해에서 경제협력은 철저하게 군사적 상황을 반영하고 고려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는 10·4합의를 통해 남북한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설치’를 하면 공동어로수역을 만들고 서해에 경제특구를 건설하여 해주항을 이용하고 한강하구를 공동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담보 받을 것이라고 성급하게 기대했다.
현 정부 역시 한강하구의 나들섬을 개발할 계획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렇게 논의된 경제이익들이 군사적 신뢰구축의 진전 없이 전혀 진행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 이후 국민들은 백령도 인근에서 잡힌 조기와 꽃게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목숨을 걸고 바다를 지키는 군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는 남북한 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실질적 통일기반 강화를 ‘대북정책의 큰 그림’으로 제시했다. 향후 등장할 대한민국정부 역시 통일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우회하거나, 감추지 못할 것이다. 통일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군사적 신뢰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분단시대, 최고로 긴장된 지역이 신뢰구축의 진원지가 되면 신뢰구축이 일거에 달성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서해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북한체제가 바뀌고 개혁·개방이 실질적으로 추진된다면 우리 사회가 축적한 자본과 중국의 구매력,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여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번영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의 전제는 선군후정의 안보마인드가 깔려있어야 한다.
백승주 /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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