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 머시코(Mercy Corps), 사과나무와 함께 자라는 신뢰의 씨앗 2011년 11월호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12
머시코(Mercy Corps), 사과나무와 함께 자라는 신뢰의 씨앗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머시코(Mercy Corps)는 1979년 설립되었다. 창립 후 3년 동안 긴급구호 활동에 치중하던 머시코는 1982년부터 중·장기적인 개발지원사업으로 방향을 전환, 현재까지 107개 국가에서 사업을 전개하였고 그 사업비는 19억5천만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머시코가 북한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이다. 그 이후 머시코는 미국 NGO들 가운데 주요 식량지원 주체로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특히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머시코는 9개 미국 NGO들의 대북지원 연합체인 민간자원단체연합(Private Voluntary Organizations Consortium, PVOC)의 회장을 맡아 식량지원을 비롯한 대북지원사업을 이끌었다. 또한 2008년 미국정부의 NGO를 통한 대북식량지원에 참여한 5개 민간단체의 리더 단체로 북한과의 협의 및 현지 모니터링을 이끌었다.
미국 NGO 대북지원 이끌어
지난 11월 머시코의 대북지원담당관인 데이비드 오스틴(David Austin)이 제3회 대북지원 국제회의 참석 차 서울을 방문하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3월 미국 5개 NGO 대표로 북한 식량 안보 상황 평가에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북한 취약계층의 상황은 여전히 외부의 대규모 식량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 또한 미국의 지속적인 인도지원은 북·미간의 관계 개선에도 필수적이라고 하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대북 식량지원에 참여할 것임을 밝혔다.
머시코의 대북지원이 대규모 식량지원에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 1999년 PVOC의 활동이 마무리 되어갈 때 즈음 머시코의 공동 설립자이자로서 대북지원사업을 이끌었던 故엘스 커버(Ells Culver)는 머시코 대북지원사업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 때 북한당국은 머시코에 과수재배 지원사업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엘스 커버는 이를 받아들였다.
사과재배, 절반의 성공과 계속되는 도전
당시 머시코는 과수가 주곡 이외에 북한주민들의 영양을 보충해 줄 주요 영양공급원이 될 것이며 더불어 이 사업이 향후 머시코와 북한과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줄 주요 사업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당시 과수재배를 국가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북한 입장에서는 선진 원예기술 도입이 시급했던 터라 머시코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러나 머시코는 즉시 사업 요청을 수락하는 대신 북한 농업전문가들을 오리건에 초청하였다. 북한 방문단은 오리건의 주요 농업시설을 둘러보고 미국 농업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서로가 믿을만한 상대임을, 지속적으로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는 파트너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 직후인 2001년, 머시코는 오리건 산 사과나무 10만주를 북한에 지원하였다. 오리건 도처에서 사과나무를 실어 나르기 위해 737대의 비행기가 동원됐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제공된 사과 묘목은 평안북도 2백만㎡의 땅에 심겨졌다.
사과재배 프로그램이 연차를 더해 가면서 머시코는 사과나무가 아니라 근경(rootstock)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사과나무는 그저 한 그루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사과 근경에서는 80그루의 나무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머시코는 2004년 10만개의 사과 근경(rootstock)과 종묘장 시설을 황해남도 과일군에 지원하였고 몇 년 사이 90만 그루의 사과나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머시코의 사과재배 프로그램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2010년 후반 오리건 주립대학 팀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머시코 방문단은 사과나무의 상태가 매우 나쁘며 열매도 적게 열리고, 특히 고엽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북한 측이 머시코와 상의 없이 드립식 관개 시스템을 도입하여 수천 헥타르(ha)의 난쟁이 사과밭을 조성한 결과였다. 이런 농장들은 노동·자본 집약적 농장으로 질병과 해충에 민감하여 많은 비료와 살충제가 필요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사업 방향을 선회했다고 머시코가 바로 이 프로그램에서 손을 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머시코는 오리건 주립대학의 학자들과 함께 바뀐 사업 방향 속에서 머시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으며, 그 결과 사과재배 농장에서 농약 사용을 50%까지 줄이는 농법을 소개하고 북한 측과 실행 방안을 논의하였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일하는 머시코 직원의 95%는 수혜 국가 출신이다. 그만큼 머시코는 직원 채용에 있어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북·미관계 때문에 북한에 상주 사무소를 설치할 수 없는 미국 NGO로서 머시코는 미국과 북한 민간 간의 잦은 만남이 현지와의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머시코는 농업 기술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미국시민들을 조직해 정기적인 북한 방문을 주선해 오고 있다. 북한을 직접 방문했던 이들은 미국으로 돌아와 주요 후원자로서 또한 대북지원사업의 필요성을 알리는 민간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내 대북지원 논의의 장 넓혀
이렇듯 가장 낮은 단계의 만남과 더불어 머시코는 미국 내에서 북한의 인도지원과 북·미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설립한 전미북한위원회(National Council for North Korea) 창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현재까지 공동대표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전미북한위원회는 대북지원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주창 단체로써 대정부, 대국민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 2006년, 북한당국은 머시코의 공동 설립자이자 초기 대북지원사업을 이끌었던 故엘스 커버에게 친선메달을 수여하였다. 미국인에게는 처음 수여하는 상이었다. 대북지원에 참여하고 있는 국제 NGO들은 대북지원사업의 성패는 북한과의 신뢰 구축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의미에서 엘스 커버에 대한 메달 수여는 북한이 머시코에 보여준 신뢰와 고마움의 작은 증표일 것이다.
이예정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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