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취재수첩 | 北, 2012년 강성대국 열기위해 막바지 안간힘? 2011년 12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北, 2012년 강성대국 열기위해 막바지 안간힘?
2012년 북한은 대내적으로 매우 분주한 한해가 될 전망이다. 4월에는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이 예정돼 있고 앞서 2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칠순이 있다. 최고지도자의 생일을 ‘최대 명절’로 기념하는 북한의 풍습으로 볼 때 이번 생일은 대대적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북한은 이들 생일을 염두에 두고 이미 수년전부터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규정해 왔다. 따라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안간힘이 2011년 연말을 장식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함경남도 띄우기. ‘함남 바람’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8비날론연합기업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흥남제련소 현지지도를 보도한 이후 시작됐다.
2·8비날론연합기업소는 섬유직장을 개건해 비날론 섬유생산을, 흥남비료연합기업소는 갈탄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해 비료를 만드는 데 활용하는 가스화 1공정건설을, 룡성기계연합기업소는 지열을 이용할 수 있는 설비를 최근 완성하거나 개발한 것으로 각각 선전되고 있다.
여기에다 인근의 대흥청년영웅광산은 코크스를 쓰지 않고 마그네사이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으로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이들 생산시설에 대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이후 북한의 각종 매체는 거의 한달 간 하루에 7∼8건씩 함남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며 함남의 정신과 성과를 따라 배우라고 독려했다.
‘함남의 불길,’ 혁신과 창조 강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월 26일 ‘함남의 불길’이란 제목의 A4용지 8장이나 되는 장문의 정론에서 “우리는 이제 함남의 불길로 김일성 민족의 100년사를 빛나게 장식하고 강성국가 건설 승리의 대문을 열어젖혀야 한다.”며 “함남의 불길로 전국이 일어서자.”고 촉구했다.
북한은 경제 복구를 위한 동원 슬로건으로 이미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성강의 봉화’, ‘낙원의 봉화’, ‘라남의 봉화’ 등의 구호를 제시해 왔다. 이 같은 일련의 ‘봉화’는 북한이 1990년대 후반부터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경제구호인 ‘강계정신’을 기본으로 한 노력동원 운동이다.
그러나 이번 함남 띄우기는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례와 유사하지만 ‘혁신’과 ‘창조’를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노동신문> 사설은 “혁명적 전개력과 과학적 창조력 이것이 함남 땅에서 새로운 천리마 속도, 조선의 속도가 창조되고 생산과 건설에서 언제나 승리만을 이룩할 수 있게 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함남 띄우기는 강성대국의 실적을 실질적으로 보여줘야만 하는 북한 지도부의 조급함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월부터는 각급 공장, 기업소의 생산계획 초과수행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이 지난 10월 28일 개천철도국의 초과달성 소식을 전한 이후 <조선중앙통신>, <중앙방송>, <평양방송>,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는 하루에 4∼5건씩 생산목표 초과수행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통상 북한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야 생산계획 초과달성 소식을 전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이 사실 역시 북한이 내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설정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영림 총리, 독려 차 북한전역 순회
이런 움직임 속에 북한은 주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경공업 분야의 증산소식을 전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주민들에게 뭔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는데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앙방송>이 지난 11월 3일 “인민생활의 주공전선인 경공업 부문에서 함남의 불길이 세차게 타 번지고 있다.”며 “이 부문 일꾼과 노동계급의 투쟁에 의해 여러 단위에서 10월 인민경제계획을 초과 수행했다.”고 선전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런 북한 당국의 움직임 속에 가장 바쁜 인물은 최영림 내각 총리다. 최 내각총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헌법상 국가수뇌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서열상 ‘넘버 4’이다.
올해 81세의 고령이지만 전국의 생산현장을 직접 발로 누비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최 총리는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대책회의를 하는 현지요해, 내각 전원회의, 외빈 접견까지 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사실상 북한 전역을 순회했다.
지난 11월 12∼13일 함경북도 청진시의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와 염분진호텔 건설현장을, 10∼11일에는 함경남도 단천시의 단천지구광업총국을, 9일에는 함남 함흥시의 2·8비날론연합기업소 등을 시찰했다. 8일에는 연하기계종합공장 기술자들의 평양초청 연회에 참석해 노동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28∼29일 황해남도 협동농장을, 25일에는 평양시내에 있는 농업과학원을 둘러보고 식량증산활동을 격려했다. 또 같은 달 16일과 21일에는 두단오리공장과 대동강돼지공장을 다른 당·정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참관했다.
최 총리의 이 같은 잰걸음 역시 내년 4월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에 맞춰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각종 생산현장에서 목표를 달성해 내년에는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초조함이 엿보인다.
김일성 주석의 책임서기(비서실장)를 세 번이나 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최영림을 총리로 발탁한 것 자체가 경제정책 면에서 내각이 주도하도록 힘을 실어줘 내년 경제분야에서 성과를 기대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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