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러시아, 전력 현대화 가속…극동 해군 증강 주시해야 2011년 12월호
특집 | 동북아, 군비경쟁 늪에 빠지다
러시아, 전력 현대화 가속…극동 해군 증강 주시해야
러시아는 한반도의 북동쪽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블라디보스토크를 연안으로 연립해 있는 국가이다. 러시아의 지정학적 특성 중 우리가 주목할 점은 러시아 극동의 지정학적 특성에 있다. 러시아의 극동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엄청난 양의 에너지 및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21세기 ‘자원고갈의 시대’를 맞이해서 지정학 및 지경학적 비중의 지속적인 증대가 전망되고 있다. 또한 러시아 정부 역시 21세기 ‘러시아 발전전략’을 구상하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하면서 시베리아 및 극동지역 발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러시아 극동의 중요성은 한·러 양국에게 공히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 극동지역은 중국과 일본 간에 위치함으로써 한국의 전략적 선택 영역을 확대시키는 소중한 회랑(corridor)이기도 하다. 만약 중국이나 일본이 한반도에 군사개입을 시도할 경우 양국은 한반도 파병에 앞서 공히 러시아 극동 주둔 군사력을 견제할 목적의 병력을 우선 고려하고 배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단순히 국경을 맞대고 영해를 공유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최신 핵잠수함 태평양함대 배치 계획
러시아의 아태지역 중시 정책은 러시아의 극동지역에서의 군비증강에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이 극동지역에 경도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해상전력의 증강은 눈여겨 볼만한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는 보레이(Borei)급 신형 핵잠수함과 프랑스의 미스트랄급 지휘투사함(BPC)을 태평양함대에 배치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최근 군사력 증강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9월 20일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국정보고를 하는 공식회의에서 향후 10년 간 약 6천억달러 이상을 투입하여 군 장비 현대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 등 서방 무기체계와 관련한 기술도입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10년 간 무기구매 예산으로 기존의 국방예산에 비해 46% 증가한 19조루블(약 6천억달러) 규모의 2011~2020 무기구매 예산안이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같은 계획은 이미 국방부, 재무부, 경제부 등의 합의를 거친 사항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이는 러시아군 전력 현대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며 방산 업계와 상당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의 규모가 러시아의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막대하다는 점에서 진위가 의심스럽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 국방부는 최신예 무기의 비율을 2020년까지 70%까지 높일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NATO 회원국, 특히 미국으로부터 첨단기술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고 언급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방부는 무기 및 장비 현대화 계획에서 중요한 분야로 통신장비와 정밀타격 무기체계를 중점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노후 군사장비 폐기 5개년 계획에 의거 2010년에만 14만점의 노후 군사장비를 폐기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하였다. 이는 2009년에 단행된 여단 위주의 조직개편에 따라 23개의 사단과 12개의 여단을 85개의 상비여단으로 재조직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불용 군사장비가 발생한 것이다.
즉 1개 기동사단에서 평균적으로 3천대 이상의 장갑용 차량(T-72 탱크, BTR-70 및 BMP-1 장갑차 등)과 50문 이상의 야포가 폐기될 예정이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5년으로 계획한 노후장비 폐기계획은 시간 상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폐기과정과 장소선정도 쉽지 않은 과제라고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서기이며 직전 총참모장이었던 유리 발루엡스키는 러시아군이 매년 적어도 10% 이상 최신무기로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가운데 2020년까지 러시아군이 70%이상 신무기체계로 무장하기 위해서는 매년 10% 이상 신무기체계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방차관 포포킨은 상대국에 열세한 장비는 구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며 단순히 러시아 방산업계를 살리기 위한 무기구매는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같은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러시아가 방산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제 헬기 항모 구입 및 이스라엘제 무인기 구입을 결정한 것을 보면 러시아군이 최신 무기체계 도입으로 실질적인 전력증강이 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군은 구소련 해체 이후 전력약화, 장비노후화, 비효율성 등의 문제점을 노정하였고, 군 개혁을 통한 무기 및 장비의 현대화는 러시아군의 오랜 숙원 사업이라 할 수 있었다. 이에 푸틴 전 대통령은 2007년 군 경력이 전무한 40대의 세르듀코프 국세청장을 국방장관에 파격적으로 발탁하여 군과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에게 국방개혁의 임무를 부여하였다.
작고 기동성 강한 군 … 무기 현대화 박차
첫 순수 민간인 출신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은 ‘작고 이동성이 우수한 군’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군의 병력을 감축하고 지휘체계를 통폐합하면서 저돌적인 군 개혁 및 무기 현대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무기 현대화 계획 언급에서 주목할 것은 러시아가 생산하지 못하는 첨단무기의 경우 미국 등 서방세계 무기체계라도 도입할 수 있다는 방침으로, 이는 무기체계의 자급자족이라는 구소련 불문율을 깨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2010년 9월 16일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은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의 회동에서 러시아는 미국 무기 도입에 관심이 있으나, 군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미국 법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법적인 문제로 미국 무기를 도입하지 못한다면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와도 협의해 나설 것이라고 언급하여 주목을 끌었다.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첨단무기 도입 자체가 아니라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첨단기술을 습득하는 것으로써 구소련 이후 정체되어 낙후된 러시아 군사기술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유영철 /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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