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12월 1일

특집 | 미국, 전략중심 아·태지역 이동…중국 포위 강화 2011년 12월호

특집 | 동북아, 군비경쟁 늪에 빠지다

미국, 전략중심 아·태지역 이동…중국 포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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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전투 시스템이 탑재된 미 해군함정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은 태평양 국가”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면서 아시아로 자국의 힘을 집중시키겠다고 천명해 그 의도와 파장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은 향후 10년간 5천억달러 안팎의 군사비를 줄일 방침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에서는 군사력을 유지·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예산 삭감은 아·태지역의 전력 약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것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잘 드러난다.

해병대 호주 주둔 … 남중국해 거점 확보

미국은 이러한 의지를 과시하기라도 하듯, 호주에 해병대를 순환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2년 여름부터 250명을 시작으로 모두 2,500명의 해병대를 호주에 주둔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미군 기지를 만들기보다는 호주 북부에 있는 다윈을 비롯한 호주의 군사 시설을 미군도 공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양국 간의 합의에 따라 미국의 해병대와 해·공군은 호주 군사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미·중 간 갈등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남중국해에 미국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전진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베트남전쟁 이후 처음으로 호주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해공군의 기지 사용권까지 확보함으로써 미국은 한층 강화된 중국 포위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태평양사령부 소속 7함대가 있는 일본의 요코스카와 사세보,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군 기지인 오키나와의 가데나, 중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의 평택 미군기지, F-22 등 최신예 전투기와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괌에 이어 호주 북부에까지 상시적으로 미군이 주둔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 함께 아시아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와도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협력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의 해안선을 따라 미국의 군사적 포위·봉쇄망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포린폴리시> 11월호의 기고문을 통해 향후 미국 동아시아 정책의 핵심목표 가운데 하나는 인도양에서 태평양을 관통하는 작전환경과 해양수송로 확보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태평양에서 더 광범위하게 골고루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은 (미국에게) 중대한 이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호주에 미군을 주둔키로 한 방침이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 상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부챗살’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던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체제가 동맹국들 간의 횡적 연결을 통해 다자간 군사협력체제로 부상할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1년 6월 하순 워싱턴에서 열린 일본과의 ‘외교·국방장관회담(2+2 회담)’에서 양국 공동의 전략목표 가운데 하나로 “호주 및 한국과 3자 안보·방위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삼아 동아시아 군사동맹을 한국과 호주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미이다. 미·일 양국이 이와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기실 미국이 전략적 중심축을 대서양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는 10년이 지났다.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부르면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키겠다는 ‘예방적 패권전략’을 공식 천명했었다.

이러한 군사전략에 따라 해군력의 60%를 이 지역에 집중시키고 동맹체제의 재편도 추구했다. 그러나 전략적 중심축을 아·태지역으로 옮기려던 계획은 중동에서 발목이 잡혔다. 이 사이에 중국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끝에 아·태지역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할 정도로 성장했고, 다급해진 미국은 아시아로의 이동에 속도를 높이려고 한다.

美 동맹국 간 다자 군사협력체도 부상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17일 호주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은 아·태지역과 그 미래의 질서 형성에서 보다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중국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중국을 배제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규범을 준수하면서 책임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환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중국과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발언이었다.

최근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고위관료들이 중국에게 강조하고 있는 말이 “규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갈등의 핵으로 부상한 남중국해에서는 주변국들에게 강압외교를 중단하고 미국의 자유로운 통행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 포위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해 중국에게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다.

그러나 중국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중국은 “한 나라 또는 몇 나라가 결정한 것이라면 중국이 지킬 의무가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협정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인상, 지적재산보호권 보호,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삭감 내지 중단 등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들 사안은 중국이 경제발전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술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결국 군사 네트워크 강화와 자유무역협정을 두 축으로 하는 미국의 아·태전략은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해준다. 그런데 한국에게 미국은 유일한 군사동맹국이고,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한국이 지난 세기와 같이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아니라 두 고래와 함께 춤출 수 있는 외교적 상상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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