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중국, 군비지출 세계 2위…동북아 역내질서 판 흔든다 2011년 12월호
<편집자주>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우선 중국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현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젠-20’을 공개했고,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바랴그호’를 진수했으며, 최근에는 실험용 우주정거장과 무인 우주선의 도킹 실험에 성공하는 등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우주군대 창설까지 추구하고 있다. 특히 해군력의 강화는 미국의 중국 연해 접근을 거부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응하여 미국과 일본은 보다 견고한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화하고 있다. 미국은 스스로 아·태국가임을 강조하면서 호주와 일본을 비롯하여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은 안보정책 기조를 동적 개념으로 바꾸고 해상자위대의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여기에 전군 현대화 목표 아래 극동지역의 전략적 위상을 고려한 러시아가 핵잠수함 등 해상전력을 중심으로 꾸준히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북한도 핵·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함께 재래식 비대칭 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복귀를 축으로, 동북아는 그야말로 ‘군비경쟁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 실태와 함의를 살펴보았다.
특집 | 동북아, 군비경쟁 늪에 빠지다
중국, 군비지출 세계 2위…동북아 역내질서 판 흔든다
20세기 후반 전 세계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주목해야만 했다. 그러나 21세기 전반기에 세계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21세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華民族偉大復興)’을 목표로 글로벌차원의 ‘강대국(强國)’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력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강대국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강대국의 지위는 대체로 상대적인 군사력을 기반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다. 일례로 중국은 2000년대 들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로 성장했으며, 지난 한 해에만 789억달러(약 92조원)가 넘는 돈을 국방예산에 지출했다.
중국의 군사 활동은 특유의 비밀주의로 인해 군사력 증강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최근 들어 변화하는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가령 금년 초 중국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방중에 맞추어 보란 듯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젠-20)의 시험비행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나서서 개발 사실을 공식화한 젠-20은 미국의 현역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의 라이벌로 거론되는 전략무기이다. 중국은 스텔스기 개발을 통해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일거에 단축시켰을 뿐 아니라 동북아 군사지형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해군력 현대화 주목 … 우주군대 창설도 추진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서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해군력 현대화이다. 중국은 경제가 급성장할수록 자국의 이해관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가이익의 수호 범위와 영역 역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해양을 통한 대외무역과 에너지도입의 확대로 인해 해양수송로 안전확보가 핵심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 해군은 핵잠수함을 포함한 최소 60척 이상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2척씩 첨단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바랴그(Varyag)호의 시험운항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항공모함 건조는 중국이 동아시아 패권세력의 지위에 성큼 다가섰음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육지와 바다, 그리고 공중을 넘어 이제는 우주와 사이버공간에서까지 펼쳐지고 있다. 중국은 우주군사력 발전을 위해 반(反)위성무기를 개발하고, 자체적인 위성항법시스템(GNSS)을 구축하고 있으며, 나아가 우주군대(天軍)의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이미 1997년 ‘컴퓨터바이러스 부대’를 창설하였고, 2000년부터는 전자·정보전 특수부대인 ‘넷 포스(Net Force)’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는 베이징, 광저우 등 4대 주요 군구(軍區)에 ‘전자전부대’를 설립·운영해오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배경에는 첫째, 지속적인 경제성장 둘째, 중국군의 전문화 셋째, 미국의 개입전략에 대한 대응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이른바 ‘G2시대’에 걸맞는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질서에 근본적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미국과의 전략적 긴장관계를 가시적 차원에서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과 대만문제로 인한 양안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군비경쟁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중국위협론’에 뇌화부동해서는 안되겠지만 거대 이웃국가의 비약적인 군사력 증강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이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과 대등한 수준의 전력을 보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고슴도치와 같은’ 최소한의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즉 고슴도치와 같이 주변 강대국에 대해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비대칭전력’의 보유를 추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 고슴도치식 방어적 억제전략 필요
예를 들어서 중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함으로써 서해와 한반도 해역을 작전권에 넣고 우리의 안보에 위협으로 작용할 경우 한국은 항모 등 수상함정을 목표로 하는 대함미사일 개발 등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 또한 한반도를 사정권으로 하는 중국의 공격용 무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중국의 연해지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순항크루즈미사일 등을 개발하는 것도 최소억지력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의 국방안보전략이 대(對)중국 적대관계를 상정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어떤 경우에도 중국과의 ‘비적대적 공생’은 불가피한 전제이다. 중국과의 적대적 관계 상황에서는 미래 한반도의 생존과 번영 역시 담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자극받는 군비경쟁이나 불필요한 갈등을 지향하기보다는 ‘방어적 억제전략’에 입각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군사력 증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자주국방을 실현하고 최소한의 억지전력을 갖추는 것 또한 우리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하겠다.
박병광 /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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