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2월 1일

영화리뷰 | 휴전 3일 전 ‘일급 비밀문서를 전달하라!’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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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서부전선>

휴전 3일 전 일급 비밀문서를 전달하라!’

CS_201512_74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의 전방지대는 서부, 중부, 동부전선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가운데 서부전선은 수도권과 불과 수십 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군부대의 밀집도가 높은 편이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서부전선>의 무대가 바로 DMZ와 인접한 경기도 북부 지역이다. 현재 경기도 고양, 김포, 파주, 연천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즘 서부전선은 통일과 관련한 안보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이다. 거기에 DMZ 평화생태공원 조성 등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영화 <서부전선>의 개봉 초기만 해도 오랜만에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에 눈길을 끌었다. 설경구와 여진구 투톱의 활약으로 쌍끌이 인기를 기대해 봄 직 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연휴를 전후로 반짝 상승곡선을 그렸으나 관객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비문 잃어버리면 총살 vs 탱크 버리고 도망가면 총살

영화는 휴전 3일 전, 농사를 짓다 강제 징집되어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과 북한군 전차병 ‘영광(여진구)’이 엮어가는 이야기다. 남복의 부대는 일급 비밀문서를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게 되는데, 인민군의 습격으로 동료들과 비밀문서 모두를 잃게 된다. 영광 역시 미군 무스탕기의 폭격으로 고참 전차병이 모두 죽어버리면서 홀로 남게되는데, 전차를 운전할 줄도 모르는 초짜 전차병이다. 그리고 서부전선 길목에서 영광과 남복이 맞딱뜨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선 영화 <서부전선>의 구성은 그다지 독창적이지 않다. 전차병들의 전투를 그린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퓨리>와 <웰컴 투 동막골>, <공동경비구역 JSA>, <포화속으로>, <고지전> 부류의 분위기가 산재해 있다. 영화는 1953년 휴전협정 직전의 긴장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전달하는 긴장의 집중도가 느슨하다. 전반적으로 산만한 느낌이다. 단적으로 이 영화에서는 제목 <서부전선>의 무게가 주는 기대감만큼의 그 ‘무엇’이 빠져있다.

두 주인공인 남복과 영광은 각각 ‘비문 잃어버리면 총살’과 ‘탱크 버리고 도망가면 총살’이라는 절체절명의 설정에서 시작된다. 그 사이사이를 코미디적 요소가 메우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주인공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통해 영화에 웃음을 전달하려 시도하지만, 웃음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에서도 억지웃음을 유도하는 무리가 엿보인다. 관객이 감동할 수 있을 여백이나 감정이 정돈될 공간이 엉클어져 있다.

주인공인 설경구는 지난해 <나의 독재자> 실패 이후 1년 만에 분단영화로 복귀한 셈인데 이번 영화에서도 재미를 못 봤다.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 설경구의 웅변하는 듯한 마지막 대사는 압권이었다. 그래서 그 장면이 머릿속에 가장 강하게 남지만 거기까지였다. 설경구의 개인기는 설익은 영화 구조 속에서 빛이 바랬다.

​영화 <서부전선>에는 소가 상징체로 등장한다. 너무 단순한 구조를 의식했는지 ‘소’를 통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우리 영화에서 소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영화는 <워낭소리>와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소는 굳이 짜 맞추자면 후자에 가깝다. 소를 타고 전력 질주하는 남복의 모습이나 살아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적인 남복의 모습에서 “나 돌아갈래”를 외쳤던 영화 <박하사탕>의 절규가 떠오른다.

내가 니들한테 해방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어? 사정했어?”

이 영화는 기대와는 다르게 전반적으로 루즈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앞선 <웰컴 투 동막골>의 코미디와 휴머니즘을 아우르는 리듬의 완급이 없고 <공동경비구역 JSA>식의 파격적 설정이나 잔잔한 재미도 약하다.

영화 <서부전선>에 대한 평가는 기대가 컸던 만큼 혹평이 많았다. 남복의 “내가 니들한테 해방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어? 사정했어?”라는 대사는 남침한 북한군에 대한 원한과 가정을 떠나 전선을 헤매는 중년병사의 억울한 호소다. 영문도 모르고 전쟁터에 끌려나온 일반병사들의 억울함을 대변해 주는 말이다. 이념도 모르고 동원된 전쟁은 그저 원망스럽기만 하다. 남복과 영광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다만 이 영화에서 전쟁에 동원된 병사의 미시적 바람과 거시적 흐름의 간극이 빚어내는 복잡미묘함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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