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2월 1일 2

북에서 온 내친구 | ‘엄마표 밥상’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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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10

‘엄마표 밥상’ 최고예요!

 

돼지 불고기, 계란말이, 아욱 된장 국, 싱싱한 겉절이 김치, 소시지 볶음…. 그리고 사과 한 개. 내가 나가고 있는 탈북 학교의 점심 메뉴를 살짝 공개한다. 매일 새로운 반찬과 찰밥, 오곡밥, 현미밥 등 다양한 밥이 나온다. 그렇게 뷔페식으로 차려놓은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식판에 각자 먹을 만큼 음식을 담는 아이들의 눈빛에도 봄볕 같은 행복이 피어난다.

 

이렇게 맛있는 밥 먹어도 되나? 꿈을 꾸는 건가?”

“난 학교에 밥 먹는 재미로 와요. 정말 맛있어요. ‘엄마표 밥상’이예요.” 북에서 온 지 일 년 정도 된 아이가 입에 밥을 가득 물고하는 고백이다. “이렇게 매일 맛있는 밥을 먹어도 되나, 내가 꿈을 꾸는 건가, 싶을 때가 있어요.” 북에서 할머니와 살다 배가 고파 강을 건너고, 중국에서 쫓기며 살다가 힘겹게 남한까지 왔다는 혁이 감격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혁의 말처럼 아직도 탈북 아이들 중에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고향을 떠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따뜻한 밥상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자 축복이다.

아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엄마표 밥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탈북 아이들에게 ‘집밥’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봉사의 길로 들어 선 최은혜 간사님. 60세가 훌쩍 넘어 70세가 가까워 오는데도 여전히 소녀처럼 살포시 웃는 게 주특기다. 손에 물마를 새가 없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시는 걸 보면 놀랍다. 내가 학교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주방에 들르는 이유도 간사님의 따뜻한 미소 세례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배고파서 온 아이들인데…. 먹는 것만이라도 배불리 먹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맛있으면서도 색다른 맛을 주는 음식이 무엇일까? 늘 생각하지요. 다행히 학생들이 내가 만들어 준 음식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어주니 감사해요.” 간사님의 정성이 담겨서인가. 학교에서 먹는 점심은 꿀맛이다. 나도 음식을 하는 주부지만, 간사님의 손맛은 따라 갈 수가 없다. 생선조림도 평범해 보이지만 맛을 보면 뭔가 다르다. 입에서 살살 녹는 맛에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로 맛있다.

알고 보니, 최 간사님은 기숙사에서 아이들의 진짜 엄마 역할도 맡고 계셨다. 그것도 벌써 햇수로 10년이 넘는다고 한다. “부모 없이 낯설고 물 선 땅에 와서 비 맞은 새처럼 외로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웠어요. 그 때 내 몸도 많이 아프고 힘들었는데 아이들에게 밥해주고 기도해 주며 같이 한 공간에서 뒹굴다 보니, 아플 새가 없었어요. 오히려 지금은 더 건강해졌고, 눈 뜨면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밥은 생명! 온 몸으로 생명을 부여하다

그렇게 10년 넘게 밤에는 아이들의 ‘기숙맘’으로, 낮에는 학교에 나와 모든 식사 준비를 해 오신 것이다. 매일 선생님을 포함해 60인분의 밥을 해결해 주시면서도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다. (물론 조리 담당 선생님이 계시긴 하지만) 그뿐 아니다. 전교생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삼시 세끼를 모두 학교 식당에서 해결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물론 아침은 간단하게 국과 밥 정도. 저녁은 점심에 먹고 남은 반찬에 새로 지은 밥으로 해결한다고 하지만 설거지 등 손이 가는 부분이 정말 많을 텐데, 그 많은 일들을 젊지도 않는 연세에 다 감당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이 들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지요. 졸업생들이 홈커밍 데이에 와서 내가 해준 밥 먹고 싶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는 말을 할 때, 모두 내 아들 딸처럼 대견하고 보람을 느꼈어요.” 이 말을 하며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르는 듯 아련한 눈빛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우리 주위에는 최은혜 간사님처럼 탈북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개인 신앙의 고백이자, 헌신된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긴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10년 넘게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고 ‘아빠’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탈북 아이들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를 잘 하며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밥’은 ‘생명’이다. 그 생명을 부여하는 일에 온몸으로 모든 것을 투자하는 최은혜 간사님의 삶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봉사는 말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임을 실천으로 보여 주시는 분.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아이들에게 난로 같고 따뜻한 이불이 되어 주는 분을 보며, 희망을 읽는다.

오늘도 나는 간사님이 만들어 주시는 ‘집밥’보다 더 맛있는 ‘엄마표 밥상’을 만날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Q. 북에서 온 친구, 못 먹는 음식이 많대요. 왜 그런가요?

A. 몇 년 전 한 달가량 중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한식을 먹고 싶어 한국식당을 찾아 헤맨 기억이 나네요. 여행 중에도 집밥이 그리운데, 하물며 한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북에서 온 친구들 대부분도 이곳 음식에 익숙해질 때까지 한동안은 고생할거라 생각해요.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사회적응교육시설)을 수료하고 사회에 갓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여기 음식은 너무 달아요. 입맛에 맞지 않아요. 그래서 모조리 조리해서 먹어야 해요.”라고 말씀하세요. 그러다가 정착기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적응하고, 이곳 음식에 익숙해지게 되는 거죠. 탈북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더 빨리 이곳 음식문화에 적응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해둘 사실은 북에서 온 친구가 입에 맞지 않아 친구가 권한 음식 먹기를 꺼려할 수도 있겠지만,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음식이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요. 친구가 처음 접하는 음식이라고 한다면 아는 선에서 친절하게 소개해주면 좋겠죠?

북에서 온 친구와 친밀해지기 위해 북한 장마당의 길거리음식 한 가지를 알아두면 어떨까요? 유부초밥과 비슷한 모양의 ‘두부밥’이라는 음식이에요. 두부를 얇고 세모나게 잘라 기름에 튀긴 뒤, 반을 갈라 밥을 넣고 매콤한 양념소스를 발라먹는 음식이에요. ‘두부밥’ 이외에도 어떤 고향음식이 있는지 묻고 대답하며 서로를 이해하면 좋을 듯 해요.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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