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2월 1일

새와 함께, 자연과 함께! | 개발이익과 자연보호 균형점을 찾아라! 2015년 12월호

새와 함께, 자연과 함께! 마지막회

개발이익과 자연보호 균형점을 찾아라!

1945년에서 1990년까지 45년 동안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어 있었다. 동독의 국경 경찰이 총과 지뢰를 사용해 과거 ‘죽음의 지대(death strip)’로 불린 경계지역에서는 거의 1천명에 달하는 인원이 국경을 건너려다 목숨을 잃었다. 이 1,393km의 치명적이고 폐쇄적인 지대는 그러나 자연적인 면에서 보면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지대를 따라 생태적으로 다양하고 귀중한 의미를 지닌 공간들이 보존되었고 새롭게 탄생하기도 했다.

늪(marsh)과 이탄늪(bog)을 포함한 습지대에서는 개개비(Reed Warbler) 등 희귀 조류종과 양서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독일에서 지난 10년 동안 전체 습지대의 90% 이상 면적이 다른 용도로 전환되어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음을 고려할 때 남아있는 습지대는 더욱 중요성을 가진다. 그 중 일부가 바로 과거 동서독의 국경이 위치했던 지역에 있는 것이다. 기존에 농업지로 사용되었던 이 땅은 비록 휴한지가 되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관찰하기 힘든 파충류와 검은 딱새(Whinchat) 등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변모했다.

또 국경 지역의 개울이나 강 등 물줄기들은 분단 당시 심각한 수질오염 때문에 생태적으로 위기를 겪긴 했다. 그러나 다른 곳처럼 운송의 목적 아래 강제적으로 직선의 형태를 취하도록 공사하는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어 여전히 강 조개와 유라시아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이 지역의 초원 역시 파충류와 조류, 난초류의 보존을 위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산림 지역은 분단 당시에 국경이 위치한 관계로 집중적으로 활용되지 않아 바이에른주(Bavaria)와 튀링겐주(Thuringia) 사이의 남동쪽 국경 지대에 있는 숲에는 희귀 먹황새가 서식하고 있고 이 밖에도 멧닭, 쏙독새, 물총새, 북부 때까치 등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만 현재까지 130여 종의 조류종이 발견되었고 그 중 30종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과거 죽음의 지대가 오늘날 그린벨트의 중심 지역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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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 등산객과 자전거 관광객을 위한 과거 접경지역의 환경 가치 관련 안내물구가 삽입되어 있다.

그린벨트 사인: 과거 접경지역을 따라 설치된 보호지역 사인

그린벨트 사인: 과거 접경지역을 따라 설치된 보호지역 사인

동서독 국경지대 그린벨트 보호 위해 민관 함께 나서다

1979~1980년 독일 환경 단체인 ‘환경과 자연보호 연맹(BUND)’은 조류종을 중심으로 지도를 제작하려는 최초의 시도를 했다. 1989년 11월 동서독 국경이 개방된 이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2월 ‘환경과 자연보호 연맹’은 독일 내 국경 및 독일-체코 국경에 인접한 바이에른주의 호프(Hof)시에서 400명이 넘는 동서독 환경보호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회의를 열고 결의안을 발표했다. 결의안은 환경보호의 목적뿐만 아니라 독일 역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지역으로서 의미가 담긴 동서독 국경지대 그린벨트를 보존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지역과 NGO, 지방 및 연방정부 수준의 협력이 이루어졌으며 법률도 제정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연방 차원에서는 자연보전청을 통해 통합적인 관리 및 보호 체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2001~2002년 진행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경지대 그린벨트의 면적은 177㎢다. 이중 60%는 수중 생태계, 다양한 종류의 산림, 대규모 목초지로 구성되어 있고 절반은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의 서식지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분류체계에 따르면 이 지역의 16%는 서식동물 지침 내 ‘우선 별첨 I의 서식지(priority Annex I habitat)’라고 불리는 서식지 유형에 해당하며, 자연보호에 있어 특히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한편 그간 국경지대 그린벨트를 보존하는 과정은 여러 도전 과제를 헤쳐나가야 했다. 동독과 서독을 연결하는 새로운 운송노선이 필요했기 때문에 개발 의지에 맞서야 했고 그린벨트 인근 지역이 사유화됨에 따라 주민들이 이를 통해 농업 등의 방식으로 여러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처해야 했다. 인위적으로 단절된 지역을 잇는 운송 노선 설치 사업은 연방 차원에서 대규모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데다 자연보호와 지역주민의 생계, 그리고 경제적 발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웠으며 당시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독일 통일 직전 1990년 9월에 동독 영토의 7%를 국립공원과 생태계 보전 지역으로 지정하는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이러한 전개는 사업적 이익과 자연보호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독일의 경험은 한국이 북한 개방 초기 단계 혹은 통일 준비 단계에서 국경지역의 자연보호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가능한 최대치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 한스자이델재단 서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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