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반도 통일경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2015년 12월호
광복 70주년 기념 좌담 ‘통일 한반도를 향해!’
한반도 통일경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현재까지 각 여론조사 및 연구기관에 의해 조사된 우리 국민의 통일의식 결과를 종합해보면 ‘통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적 효과성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저성장의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고 기회의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로 인한 불만이 심화되는 등 우리 경제의 어두운 면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제2의 국가적 도약을 이룩하는 데 통일이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는 기대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경제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가적 기회로 작용할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선진 통일경제 위한 국가대전략과 주도면밀한 기반조성 긴요해”
이상만
한반도 통일경제의 바람직한 방향을 말하기에 앞서 우선 한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고자 합니다. 전체적인 상황에서 봤을 때 현재 한국 경제는 어떤 국면에 처해 있으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지 논의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임을출
최근 기업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획기적인 투자처를 발굴한다든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등 기본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건인데 지금은 사방이 모두 막혀있다는 거예요. 수출도 어렵고 내수도 어려운 상황이라 진퇴양난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 청년들의 경우 실업률이 굉장히 높은 상황에 처해 있고 청장년 세대들 역시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전체적으로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는 등 인구학적으로도 위기가 현재화 되고 있거든요. 구조적 문제 속에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가야 하지만 여러 조건으로 인해 정체되고 있는 경제적인 상황이 지금 종합적인 한국 경제의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훈
최근의 한국 경제 구조를 진단해보면 앞으로도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적으로 보면 일단 민간소비 지출이 늘어날 여지가 없다는 점이죠.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크게 자리 잡고 있고요. 전체 노인 인구의 40% 정도만이 공적연금을 받지 못하는 등 안정적인 노후보장이 되지 않고 있는 점을 비춰보면 앞으로도 민간소비 지출이 대폭 늘어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수출 절벽’이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의 수출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죠. 최근 추세를 봐도 산업 측면에서는 전자분야, 즉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중국에게 추월당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간 우리의 성장동력은 수출 분야였고 대부분 수출은 신흥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최근 중국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수입 규모가 상당히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타격을 크게 받은 데다가 신흥국 시장 상황 역시 미국에서 발표된 것처럼 12월
이후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상당한 부작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 3년 동안은 새로운 출구를 마련하지 않는 한 어려운 상황을 겪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동용승
최근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에 대해선 여러 가지 진단이 있지만 대부분 매우 어렵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유를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한국 경제의 성장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태껏 한국은 앞서 성장한 모델, 즉 선진 경제 모델을 앞에 두고 따라갔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제일 앞에서 달려야 하는 시점이 온 겁니다. 가장 앞서 나가야 하는 게 어려운 점이 뭐냐면 보이지 않는 길을 새로 개척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 경제의 발전 방식과 시스템은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처한 위치는 선도적인 입장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 가장 큰 과제로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 1997년 IMF 사태가 한국에 몰려오면서 사실상 한국 경제는 독자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열린 사회’가 된 것이죠.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통화정책을 펼친다고 하면 이는 단순히 우리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통화정책이 환율정책과 연결되기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에 영향을 주고 받게 되죠. 그러니 정책적 시각과 대안을 마련할 때도 이제는 글로벌한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 겪고 있는 것이 상당한 위기라 할지라도 이를 돌파할 수 있다면 큰 비전을 볼 수도 있어요. 지정학적 측면에서 ‘섬 아닌 섬’이 된 한국을 대륙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간의 남북경협이 한반도 안에서 추진되었던 틀을 확장하여 대륙을 포함한 범위까지 확대하는, 이른바 글로벌한 관점에서 새롭게 추진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도 여전히 큰 기회는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김영희
최근 건설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는데 실제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지금 남한 사회에서는 해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렇다고 동남아나 기타 지역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하고요. 물론 지금 상황은 단순히 건설업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 겁니다. 다른 수출업도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죠. 경제성장률을 발표할 때 정부는 3.3% 정도 선에서 말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전망치는 정부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한국 경제는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인데요. 저성장이 이어지면 신규 설비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결국 국가적 성장동력이 멈추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죠. 이로 인해 청년실업도 야기되고 소득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발생하게 되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기업 관계자분들은 지금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통일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아요. 물론 당장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남북 간의 문을 열어놓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방법은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의 철도나 도로, 항만 시설 등 경제적 인프라 구축에 대한 작업을 점진적으로 진행해 나가면 남한의 산업도 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죠. 수출 측면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경협을 통해 북한에 진출하고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기도 하고 내수에 풀기도 하면서 활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통일경제, 한국 경제 문제 해결할 대안?
이상만
네 분의 전문가 모두 지금 한국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수출과 내수의 부진에 의해 전반적으로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고 만성적 저성장 구도로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투자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도 찾기 힘들어 전반적으로 경제적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더구나 실업과 소득불균형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속에서 한반도 통일경제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는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임을출
통일이 막연하긴 하지만 낮은 단계에서 남북 간 경협의 물꼬가 트인다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남북경협만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남북경협이 대륙경제와 연계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죠. 과거에도 물론 북방경제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사실 그때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북방시장이 과거와는 달리 많이 성장해 있는 상태잖아요. 이제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하고요. 결국 남북경협과 대륙경제와의 연계가 가능한 상황이 왔다는 측면에서 보면 남북경협으로 시작되는 통일경제는 분명 한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중국을 자주 오가며 현지인들로부터 전해 듣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북한의 내수 시장이 많이 성장했고 북한 인구 중에서 100만명 정도는 일정한 수준의 구매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거든요. 이 100만명만 목표로 삼는다고 해도 상당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어요. 지금은 100만명이지만 남북경협이 활성화 되고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과정에서 북한의 시장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의 부족한 시장이 확장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반도 통일경제가 우리 경제의 대안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논의의 수준을 조금 더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막연하게 북한의 저임금이나 지하자원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수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과연 기업 차원에서 북한에 진출할 때 어떤 방식을 취하는 것이 남북이 ‘윈-윈’ 할 수 있는 길인지 찾아내야 합니다. 개성공단이 창(窓)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 중 북한과 협력했을 때 이익이 되는 요소로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이 북한 인력을 활용했을 때 이익이 된다는 점이거든요. 제조업 같은 경우는 생산원가를 낮추는 데 결정적 요소가 인건비 부분이니 그런 맥락에서 북한의 인력을 활용하는 점은 상당한 이점이 될 수 있겠죠. 물론 먼저 인적 자원과 법·제도적 차원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한 인력들이 하루아침에 일정한 수준의 생산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남북경협을 추진하면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북한의 이점을 활용한다고 하면 북한의 인적 자원과 법·제도적 차원에서 얼마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 단순히 개선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생산성을 계속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고요. 우리 기업 측면에서 보면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유럽 등지로 진출할 때 북한을 통과할 경우 물류비를 대폭 낮출 수 있고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북한의 과학기술 인력이 한국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그 수준이 낮긴 하지만 활용할 요소가 분명 있다는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요. 남북한의 인적 자원과 적절한 기술의 결합이 기업의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FTA 역시 고려할 부분이 있죠. 남북한이 함께 생산했을 경우 분명히 기체결된 FTA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기대이익이 전망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남북경협을 통해 단계적으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영희
시간이 지체되면 저성장 문제는 점점 더 해결되기 어렵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 갈등 측면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통일경제를 위한 정책도 시기적 측면에서 보면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남북 간의 경협인데,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하거든요. 북한과 경협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것이 지금의 저성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여러 기업들에게 출로를 열어줄 수 있다고 봐요. 물론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해주는 길이 되겠죠. 문제는 북한의 상황을 면밀하게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의 경제 상황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한 상태예요. 국내의 일부 학자들은 ‘계획과 시장의 공존’이라는 모습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제가 북한 내면을 봤을 때는 시장이 차지하는 부분이 계획보다 훨씬 높아진 상황, 즉 시장이 계획을 압도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지난해 ‘5·30담화’나 ‘6·28방침’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보면 이 시점에 한국이 빨리 북한과의 경협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사실 예전에 사회주의 동구권이 무너질 때 북한에서
‘경제적 예속은 정치적 예속이다’라는 말이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실제 지금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를 보면 90%에 육박하고 있죠. 비록 무역이라는 분야에 한정되어 있어 현재까지는 큰 문제로 비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수준에서 경제의존도가 90%가 된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대남 의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을 남한의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로 우리 경제에 통합해 나가는 거죠. 그러다보면 북한의 개혁·개방의 길도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이고요. 통일된 이후 경제 격차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수준에서 당면한 과제는 남북경협을 적극적이며 다발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영훈
사실 통일경제는 가능성만 제시된 상황이지 구체적 방안이라든가 시점에 대해선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국민들의 통일비용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통일경제에 대한 청사진을 화려하게 그리고 있지만 사실 ‘1+1’이 ‘2’가 될지, 그 이상이 될지, 어쩌면 마이너스가 될지에 대해선 실제로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통일경제를 논의할 때에는 기대가 극대화된 방향에서 결과 중심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보다는 이를 실현해 나가는 중간 과정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통일과정에서 제기될 주된 문제들을 예상하고 지금부터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통일과정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인구이동 압력, 화폐통합, 통일비용 등의 문제는 남북 간에 경제력 격차가 줄어들수록 우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단적인 예로 통일비용이란 경제력 격차를 줄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따라서 통일비용을 줄이려면 지금부터 남북 간 경제력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우리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부터 경협을 통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남북 간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한국의 근로자들 월 평균 임금이 대략 260만원 정도입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월 평균 임금이 100달러 정도 되니까 지금 당장 남북경협을 하면 대략 남한 근로자 대비 1/20 정도의 임금을 지불하고 사업을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막상 통일하게 되면 이러한 수준이 유지될 수 없을 겁니다. 적어도 최저임금을 줘야 하니까요. 또 연구결과를 보면 현 단계에서 북한의 교통, 전력, 통신 등 기본 인프라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략 100조원 정도 발생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100조원은 우리나라 GDP의 1/10 이하입니다. 통일 후 매년 GDP의 평균 4%를 통일비용으로 지불했던 독일의 사례에 비하면 매우 약소하죠. 왜 이런 결과가 나오냐면 지가와 임금 때문인데요.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렴한 북한 토지수용비와 임금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거든요. 하지만 급변사태 등으로 당장 통일이 된다면 북한지역 개발 비용 등 통일비용이 급상승할 뿐 아니라 화폐통합이나 인구이동 압력 등 다방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경제가 살기 위해서라도 통일경제의 추진 과정은 지금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죠. 점진적으로 통일경제를 대비해 나갔을 때 들어가는 비용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비용도 적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힘으로도 상당 부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동용승
우리의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전략 안에서 통일을 담아내는 장기적인 비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죠.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예측하기도 힘든 것입니다. 그러나 우선 미래를 그려놓고 그 방향으로 가려는 힘을 모으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작업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지금 당장 남북경협이 필요하다’, ‘빨리 통일경제를 이뤄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대안이 없는 상황이거든요. 개성공단을 봅시다.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기업들이 과연 우리 경제의 수준으로 봤을 때 계속 안정적인 업종들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요. 개성공단을 처음 시작한 방향은 지금 방식처럼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개성공단이 우리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그려놓고 본다면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은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러한 전략 속에서 북한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가 북한 경제를 보는 모습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있거든요. 있는 그대로 두고 이 시점에서 북한과 어떻게 협력점을 찾아낼 수 있고 또 찾아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부족합니다. 무조건적으로 북한에 투자를 하고 인프라 구축하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상식에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건 희망일 뿐이지 사실상 다 제공하겠다고 들어가더라도 북한이 받지 않을 수 있거든요. 이런 현실적인 장애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또 하나 지적하자면 지금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분야가 바로 재정입니다. 북한과 협력을 하고 통일경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통일비용을 많이 걱정하지만 사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면 기술적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통일경제라는 기치를 내걸고 뭔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했을 때 과연 우리가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국제금융기구든 다른 국제자본이든 여기에 들어와서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가져가도록 놓아두는 구조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시장만 형성시켜 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재정 쪽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굉장히 시급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도 시급한 과제일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점검 아래 장기적으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마지막으로는 경제 체질에 대한 문제입니다. 대외의존도와 내수 경제의 비중 측면에서 지금의 한국 경제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통일경제의 체질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100%가 넘어가는 상황이고요. 반대로 북한의 경우는 대단히 폐쇄적인 상황이죠. 이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우리 경제가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북한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과도하게 수출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활용해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서로 맞물려서 큰 전략을 짜낼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경제 기반조성,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이상만
전문가 모두 한반도에서 이룩해 낼 통일경제가 지금 당면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다만 장기적이며 글로벌한 관점에서 한국 경제의 바람직한 모습을 담은 대전략을 우선 설정해야 하고 그 안에서 점진적으로 생산성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남북경협을 추진해 통일경제를 준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그러면 통일경제 기반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지금 우리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동용승
통일경제 기반조성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진행되었다고 봐요. 추진했다가 다시 원복하는 그런 구조였다고 봅니다. 사실상 크게 진전되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먼저 통일경제 기반조성에서 그 ‘기반’이라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통일경제의 기반은 인프라도 될 수 있고, 금융도 될 수 있죠. 물론 통일비용 조달도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통일경제 기반은 바로 국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제가 자주 예를 드는 것이 선진축구와 후진축구의 비교인데요. 선진축구의 경우는 공간 활용이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없는 곳에 공을 찔러 넣어 패스하거든요. 그러면 어느 시점에선가 선수가 그 공간에 와서 공을 바로 받습니다. 그런데 후진축구는 여전히 사람을 보고 공을 차요. 통일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면 선진축구처럼 공간을 만들고 활용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공간이란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북한에 대한 제재 국면 속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고요. 지역 통합적 측면에서 보면 동북아 지역에서의 통합을 통일기반 조성이라는 틀 안으로 가져오는 사고의 전환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실제로 독일이 통일되는 과정을 보면 엄청난 통일비용을 부담하기는 했지만 유럽의 통합이라는 과정 속에서 헤징(hedging)되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우리는 과연 이러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느냐는 것이죠. 또한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과 중국, 한국, 그리고 최근에는 동진하고 있는 러시아까지 포함해 4개국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기초로 지역 통합에 다가가는 구상을 그려낼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의 통일기반 조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전 세계 수요의 30%를 한·중·일이 소비합니다. 그리고 그것의 30%를 러시아가 공급할 수 있죠. 굉장히 좋은 조합이 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런데 왜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을 만들어내고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결국 통일기반을 조성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영훈
통일경제 기반조성을 위한 작업, 즉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금융, 통일재원, 남북경협 등에 있어서 남북경협을 제외하고선 여전히 문건으로 작업되어 온 것이 대부분이고, 경협사업 역시 5·24조치 때문에 상당히 위축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남북경협 사업은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개성공단은 이를 위해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에서는 지금도 통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지속적으로 남북 근로자들이 교류하는 중요한 공간이지 않습니까. 통일의 비전을 제시해 준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지금의 상황에서도 그나마 개성공단에서 남북이 교류하고 있고 그간 엄정한 외부의 시련 속에서도 남북이 쉽게 깨지 못했던 상징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개성공단 같은 경협 패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경제통합을 이야기할 때 보통 4가지 조건을 이야기 하거든요. 국가 간의 정책목표가 수렴하는지, 국가 간 경제구조가 유사성 또는 상호보완성을 갖는지, 기대이익을 올릴 수 있는지, 문화적 동질성이 있는지 등을 이야기 하는데 사실 남북 간에는 경제구조의 상호보완성이 있고, 우리의 자본 및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을 조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도 있습니다. 또 언어가 같기 때문에 문화적 동질성도 있죠. 다만 문제가 있다면 서로의 이해가 다를 수 있는데 지금 북한의 경제 전략은 특구 중심의 발전 전략입니다. 남북경협 사업과 북한의 경제특구는 남북 간의 이해가 일치되는, 즉 정책목표가 수렴할 수 있는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걸 핵심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작업 중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여론을 형성해 나가야 하는 것도 필수적일 것입니다. 여기서 전문가들이 앞으로 주안점을 두고 해야 할 일이 있죠. 통일경제를 만들어 나갈 때 어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일반 대중이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고 대안적 내용에 대한 부분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과정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임을출
통일기반 개념에서 결국 ‘기반’이라는 것은 초기 단계에 통일의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과거 동서독 통일 사례를 보니 그 중에서 핵심은 서로 간에 어느 정도 동질성을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동질성은 서로 교류하고 접촉하며 협력해야만 만들어지는 것이지 일방적인 관계에서는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개성공단을 두고 봐도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성과와 드러나지 않은 성과를 같이 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드러난 것만 놓고 보니 비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사실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보면 긍정적 효과가 참 많습니다. 인적 차원에서 남북의 동질성이 확보되는 과정을 보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적어도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남한 문화에 대한 이해수준이나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측면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고요. 또한 지금까지 북한이 새로운 경제개발구를 20여 개 만들어 놓은 상황인데 물론 북한이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긴 하지만 사실 개성공단에서 겪은 경험, 법·제도적 측면이라든지 관리위원회를 운영하는 방식 등을 이미 상당 부분에서 반영해 놓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경험이 경제개발구 추진 전략에 녹아 있다는 말이죠.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남북경협을 확산하는 전략을 추진하게 된다면 결국 그 거점은 북한의 경제개발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금 북한은 남북관계가 잘 되지 않고 있으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환경적인 조건만 부합된다면 결국 북한 경제개발구는 남한의 기업을 위한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또 재미있는 것은 북한 경제개발구에 중국 기업들이 진출한 실태를 파악해보면 이들이 개성공단 사례를 자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개성공단 경험을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말로 중국 기업들이 북한에 요청하고 있거든요. 이만큼 개성공단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이죠. 북한이 지금 개성공단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평가를 하지 않고 경제개발구의 선례로 삼아 도입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임금, 세금제도, 토지사용료 등 불리한 요소들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지, 그 외 나머지는 개성공단 사례를 적극 참고하고 있고요. 특히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데 이용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이런 점에서 볼 때 개성공단을 경제개발구와 연계해서 확산 발전하는 것은 통일경제 기반조성을 위한 핵심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개성공단과 인접지역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인데요. 최근 북한이탈주민 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에서 소득수준이 제일 높은 곳이 나선과 신의주, 그리고 시장이 발달된 평성, 원산 쪽이 높아요. 그런데 개성공단 같은 공단이 들어가게 되면 인근지역 개발이 되는 거예요. 공단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공단 주변지역은 자동으로 발전을 하게 되거든요. 중국의 사례를 봐도 경제개발구를 설치하면 주변지역의 인프라를 포함해 교육이나 복지시설 등이 동시에 발전하잖아요. 그러니 개성공단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경제개발구를 만들고 이를 통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면 주변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방향이 될 수 있겠죠. 이른바 지역 균형발전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게 모두 다 더해져 통일기반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용승
저는 북한의 경제개발구에 우리가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개성공단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개성공단은 잘 운영되고 있고 여러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입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모델을 계속 가져 것이냐에 대해선 문제가 다르죠. 최근 중국의 한 지방 성(省) 정부에서 한국에 요청한 것이 있습니다. 소규모 단위의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부분, 즉 에너지 사용 절감과 IT 기술이 접목되어 있으면서 환경친화적인 모델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술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개발을 요청한 적이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도시개발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각 분야별로 관련 기술이 산재되어 있잖아요. 그러니 이를 하나로 모으면 굉장히 좋은 국제적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실사례가 되는 것입니다. 북한의 경제개발구와 관련해서도 북한 지역의 경제개발구가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그려봤을 때 어떤 모습으로 형성되어야 하는지, 장기적 전략을 가진 상태에서 경쟁력을 갖춘 분야들이 조합되어 들어가야 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통일 과정이라는 것이 비용이 투자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그 비용을 선(先)투자 개념으로 전환해 산업화 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북한의 경제개발구가 산업화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밀한 고민을 해야 하고 그 결과 나온 방안을 북한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영희
북한 경제개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것이 예전 북한에서 추진한 특구와는 조금 성격이 달라요. 경제개발구는 말 그대로 개발을 위한 것이죠. 개발로 인해 돈을 벌면 해당 지역에 다시 투입해 이를 확산시켜 나가려는 목적이 있고요. 반대로 특구는 외화를 벌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경제개발구의 경우 북한 중앙에서 각 도별로 과제를 내려 지역별 경제개발구를 선정해 내놓으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그 때 최초 13개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워낙 급작스럽게 추진되었죠. 그러다 보니 양강도의 경우에는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무봉국제관광특구 같은 것이 나오기도 했고요. 여러 경제성 측면에서 보면 부합하지 않은 대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후에 여러 번 조사를 거친 다음에는 와우도수출가공구 같은 지역적 조건과 기타 환경적 측면을 보다 면밀하게 고려한 대상이 나오게 된 것이죠.
이영훈
과거 농경사회와 산업 시대에 비해 지금 지식산업 시대는 그 발전 속도가 엄청나죠. 10년 후의 미래는 지금의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을 겁니다. 현재 동남아 지역이나 인도 등지에서 도시개발 하는 것을 보면 예전의 방식과 완전히 달라요. 이것이 후발국의 이점인 것 같은데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뛰어 넘죠. IT 기반의 도시개발을 추진하고 있거든요. 물론 지금 북한의 핵문제가 걸려 있기는 하지만 만약 해결의 계기가 보인다면 앞으로 북한 경제개발구는 분명 IT를 기반으로 하는 개발 방식으로 나아가며 단계적인 발전을 겪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에 우리가 정책적인 드라이브를 제대로 걸면 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고 그런 거점이 북한에선 경제개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기술과 자본이 접목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통일경제 목표를 위한 당면한 준비 과제?
이상만
한반도 통일경제의 기반은 사회간접자본(SOC)과 금융, 통일재원 등 경제구조적 인프라와 함께 국제환경까지 고려해 다양한 측면에서 주도면밀하게 구축되어야 하고, 특히 통일경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을 선(先)투자 개념으로 전환해 활용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남북의 정책목표가 상호 수렴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발전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통일경제 기반조성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지 정부와 민간 차원으로 구분해 살펴보겠습니다.
임을출
지금까지 통일경제에 국한해 말해 왔는데 사실 전체적인 면을 놓고 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에서 보자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부분과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을 경우 북한에 이전될 자금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으면 균형이 맞지 않을 것입니다. 북핵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남북경협에 따른 소득 이전이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활용되는 부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부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고요. 제 개인적 생각이지만 남북경협이 확대되면서 북한에 돌아갈 이익이 커지게 될 경우 군사부분에서도 이전보다 핵에 집착하는 정도가 낮은, 즉 지금보다 덜 위협적인 방식으로 변모해 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따라서 남북경협은 초기 단계에서는 여러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점진적으로 우리에겐 북한의 안보위협을 감소해 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고 또 그런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차원에서는 북한의 시장 변화를 잘 관찰하는 가운데 대규모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내실 있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남북경협이라는 것이 국민의 여론과 분리될 수 없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우선은 북한을 조금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이미 연구가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우리가 북한과 상호작용하고 상호협력 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어 이를 조금씩 확대하는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동용승
이제는 ‘햇볕정책 시즌 2’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햇볕정책 시즌 1’이 폐쇄되었던 북한을 여는 데는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햇볕정책의 진정한 의미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조성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이를 두고 심각한 남남갈등이 촉발되곤 했죠. 그러나 지금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치밀하고 정교한 햇볕정책을 통한다면 남북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을 수 있고 북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문제는 이를 위해 핵문제 같은 부분에서 북한이 포기할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적극적인 방안이 정부 쪽에서 나와야 할 것 같고요. 민간에서는 실질적으로 사업성이 있고 상품 가치가 있는 것을 발굴해내 창조하는 작업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단순히 북한 노동력만 활용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만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이영훈
북한 문제로 인한 남남갈등은 불가피한 것 같아요. 문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통일경제를 이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하겠죠. 우선 지금의 북한 모습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더 이상 폐쇄사회가 아닙니다. 무역의존도도 높을 뿐 아니라 정보의 확산도 매우 빨라졌습니다. 2015년 10월 기준으로 휴대전화 보유자가 370만명에 이르고 계속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남한의 TV드라마나 가요 등 한류를 접하는 주민들이 85% 이상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북한 문제에 부정적 시각을 갖는 사람 중 일부는 북한이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런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최신의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요. 기업인들에게도 북한이 시장 친화적이고 남한 친화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물론 북한 정부가 핵으로 주민을 통제하고 있지만 경협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새로운 경험이 계속적으로 축적되면 북한에서 핵이 가진 효용은 점차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즉 우리가 취하는 대북정책들이 북한의 군사노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통일의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할 것으로 봅니다. 기업은 어떤 조직보다도 기회에 예민한데 지금처럼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기회의 극대화’를 추구하리라 봅니다. 앞으로 통일경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정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리스크가 완화되면 주어진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겠지요.
김영희
핵문제를 비껴갈 수 있으면서 통일경제 준비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우선 북한 변화에 대비해 북한 내에서 시장경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요. 원래 북한에는 관광 관련 대학이 없었지만 경제개발구가 등장하고 관광특구도 회자되면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도 나왔고요. 호텔경영과 같은 전례 없는 분야의 인재 양성에도 나서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북한이 이렇게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경제를 준비하고 있다면 우리 정부는 이것에 적극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재개발이나 기타 여러 방법으로 지원을 해줘서 북한 내부의 경제 전문가를 확대 양성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하고 이로 인해 북한이 스스로 시장경제를 점점 확산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총평 | 이상만
오늘 다뤘던 내용을 총체적으로 정리해보면 우선 네 분의 전문가는 모두 통일경제가 지금 한국 경제 앞에 놓인 구조적 문제의 해법과 동시에 대안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선 통일 이전에 우리의 경제발전 전략에 대한 부분을 주도면밀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 남북경협과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남북의 상호접점들을 확대하면서 통일경제 기반을 구축하자는 등의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또한 지금이 통일경제 기반조성을 위한 골든타임이며 이제는 북한이 수용할 자세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의미로 업그레이드 된 ‘햇볕정책 시즌 2’를 진행할 시점이 되었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결국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하지만 그 전이라고 해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통일경제 기반조성에 나서야 하며 이는 결국 북한 스스로 변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시장경제 및 국제금융에 대한 북한 내부의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과 북한의 변화를 국민에게 객관적으로 알리고 기업은 이윤을 넘어 기회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는 실천 방향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자 이상만 /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이영훈 /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김영희 /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동용승 /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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