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2월 11일

영화리뷰 | “반동영화를 보지 말라” … 주민 호기심 자극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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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인터뷰>

“반동영화를 보지 말라” … 주민 호기심 자극

CS_201502_74“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인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라” 다소 살벌해 보이는 이 문구는 북한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어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미국을 최고 원수이자 타도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는 ‘백년숙적’을 외치면서 비공식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열심히 접촉을 시도하는 다소 아리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제작된 한 편의 코미디 영화로 인해 소동이 발생했다. 바로 영화 〈인터뷰〉다. 김정은의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물인데 북한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영화 〈인터뷰〉의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미얀마 등 외국에서도 영화 상영 및 유통을 금지해 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하며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중 국경연선에는 이미 보위부 등이 내부 감시망을 바짝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영락없는 B급 코미디 영화

재미있는 것은 보위부 등에서 영화 〈인터뷰〉의 내용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고 단지 ‘반동영화’를 보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본인의 의사가 아니라 ‘인용’일지라도 소위 ‘최고 존엄’을 비아냥거리는 표현은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당국에서도 콕 짚어서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고 단지 최근 미국에서 만든 ‘반동영화’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하여간 북한 당국이 서둘러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 때문에 영화에 대한 주민들의 호기심이 커지는 풍선효과도 생기고 있다.

영화 〈인터뷰〉는 영화 속 내용보다 영화 외적인 요소로 인해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영화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음모론에서부터 시작해서 영화의 제작발표 이후 소니사 해킹사건까지 겹치면서 미묘한 긴장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화의 내용은 어떨까? 한마디로 영락없는 B급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인 세스 로건은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대해 자신이 만든 영화가 재미없어서 죽이겠다는 사람은 봤지만 영화를 보기도 전에 죽이겠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실소했다고 전해진다.

영화는 북한의 노동당 창건기념탑앞에서 한 소녀가 노래를 부르며 시작한다. 그리고 노래의 마침과 동시에 기념탑 뒤에서 해치가 열리며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 발사된다. 북한의 이미지를 영화도입부에서 함축적으로 전개했다.

같은 시간 세계 외신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소식을 전하면서 이제 영화의 무대는 김정은의 초청을 받고 북한으로 들어가게 될 대중토크쇼 ‘스카이락 투데이’의 PD인 라파포트(세스 로건)와 진행자 데이빗(제임스 프랑코)에게 넘어간다. 데이빗 역의 제임스 프랑코는 영화 〈스파이더맨 3〉에서 스파이더맨의 친구인 해리 오스본(뉴 고블린)으로 나와 낯이 익은 배우다. 나머지 북한군 출연자들은 대부분 북미권 교포배우들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김정은(랜들 박)이 라파포트와 데이빗을 평양으로 초청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이들의 평양방문과 김정은의 환대는 캐빈 랜들맨의 평양방문을 연상시킨다. 김정은은 데이빗을 ‘베스트 프렌드’라고 치켜세우며 탱크도 태워준다. 그리고 2009년 김정은 전차를 조종하는 뒷모습으로 나왔던 그 장면이 오버랩된다. 여기서 이 영화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배경음악이 등장한다. 바로 Katy Perry의 ‘Fire Work’다. 한 번쯤 음미하며 들어볼 만한 팝송인데 감독은 이 노래의 가사를 통해 김정은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비닐봉지(a plastic bag)’ 같았던 삶이라고 표현된다. 이 노래의 가사는 그동안 억눌려왔던 김정은의 삶과 미사일발사라는 ‘불꽃놀이(fire work)’를 통해 자신의 한을 해소하려 하는 행태를 비꼬고 있다. 즉 왜곡 형성된 콤플렉스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비닐봉지’와 ‘불꽃놀이,’ 김정은 콤플렉스 비판

이 영화는 그동안 헐리웃에서 다루어졌던 북한소재 영화 가운데 그나마 문구, 복장, 말투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북한적인 요소의 리얼리티를 많이 살린 편이다. 도입부의 노동당 창건 기념탑이나 헬리콥터에 적혀있는 각종 문구 등 제작자가 나름대로 기초조사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준다. B급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연·감독·각본 1인 3역을 한 세스 로건은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과 많은 면담을 통해 영화를 구상했다고 밝히고 있다. 영화 〈인터뷰〉는 감독으로 두 번째 작품인데 소니 해킹사건 등 북한의 도움(?)으로 인터넷 판매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한다. 북한입장에서는 미국의 젊은 초짜 감독의 치기어린 창작열에 호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웠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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