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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맛지도 | 칼국수를 돈 내고 사먹는다고?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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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맛지도 30

칼국수를 돈 내고 사먹는다고?

남쪽은 참 재미있는 곳이다. 팔지 않는 것이 없다. 인간생활에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든 만들어 내고 무엇이든 팔 수 있으며 살 수도 있다. 북한에서 식당은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파는 음식도 한정되어 있다. 특히 고급 식당은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음식을 파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남쪽에 와보니 정말 희한한 일들이 많았다.

북한에서는 당 간부들도 접하기 힘든 생선회. 당연히 파는 식당도 없다. 그런데 남쪽에선 여기저기에 횟집이 있는 것이다. 평양에나 가야 그것도 엄청난 ‘빽’이 있어야 맛볼 수 있는 프랑스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 등도 돈만 있으면 아무나 사먹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놀란 것은 바로 칼국수를 식당에서 판다는 사실이다.

북한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는 여행용 양표를 사용해야만 식당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북한에서 식당은 출장이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사공간이기 때문에 식당은 사회급양망으로 지정되어 국가가 통제해 왔다. 그러다보니 북한에서 가장 많은 식당은 국숫집이고 그 외에 온반집, 만둣국집, 빵집 종류의 식당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칼국수, 중국산 밀가루 수입 이후 흔해져

돼지고기나 쇠고기, 닭고기국물에 밥을 말아 주는 온반집은 주로 역전 근처에 출장원들과 여행객들은 위한 식당이었고, 만둣국집은 찐만두나 만둣국을 특별음식으로 파는 곳이었다. 일반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숫집은 주로 옥수수가루를 압출식으로 눌러 건면으로 만든 다음 물에 불렸다가 삶아서 말아 주는 것이 대부분이고 직접 물국수를 눌러 파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평양의 옥류관이나 평남면옥, 칠성각, 청춘관, 지방의 압록강각, 압록각, 신흥관 등 대형 식당들에서나 메밀이나 감자전분을 사용하여 물국수를 눌러 팔았다. 빵집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옥수수빵을 만들어 파는데 품질에 대해선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곳들이고 평양의 일부 식당들과 지방도시의 대형 식당들에서만 밀가루에 설탕과 달걀, 우유 등을 넣어 만든 부드럽고 맛있는 빵이 취급되었다. 반면 식당에서 칼국수나 수제비는 전혀 만들어 팔지 않았다. 이 음식들은 정말 집에서나 만들어 먹는 서민 음식이기 때문이다.

칼국수는 평안도 지방에서는 제비국으로 부르고 함경도 지방에서는 칼국수라고 부르는데 주로 손님이 왔을 때 적당한 반찬이 없고 차려 놓을 식사가 마땅치 않을 때 만들어 대접하는 음식이었다. 또 명절날 가족이 모여 아침과 점심에는 떡과 고기음식 등을 먹고 저녁식사는 간편하게 하고 싶을 때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이런 칼국수 식사 문화가 바뀌게 된 시기가 있었다. 바로 300만명이 아사했던 1990년 초반에 시작된 ‘고난의 행군’ 때였다. 고난의 행군 초기에는 부족한 식량을 물로 채우며 지내던 터라 칼국수를 먹는 집은 상당히 부잣집인 셈이었다. 그러다 식량난이 더 심해지면서서 중국산 저급 밀가루가 북한을 점령하게 되고, 옥수수 배급이 밀가루 배급으로 바뀌면서 식사의 형태도 강냉이국수에서 칼국수나 수제비국으로 점차 변하게 되었다.

강냉이국수 식당 있어도 칼국수 식당 찾기 어려워

강냉이국수는 제분소에 가서 가루를 내어 국수를 뽑아 말려야 하는데 비해 밀가루는 즉석에서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도 옥수수보다 경제적이다. 그리고 옥수수는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그리 많지 않지만 밀가루는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북한주민들은 옥수수보다 밀가루를 선호하게 되었다.

칼국수나 수제비는 시간도 적게 소요되고 국물을 많이 부으면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식량난을 덜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음식이었다. 그러나 중국산 밀가루 수입 이후 칼국수는 더 이상 손님 대접용이 아닌 흔하디흔한 음식이 되었고, 그런 이유로 강냉이국수 파는 식당은 있어도 칼국수 파는 식당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먹는 칼국수도 집집마다 만드는 방식이 다르고 지역마다 특징이 있다. 평안도 사람들은 제비국을 만들 때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상큼한 맛을 내는 반면, 함경도 사람들은 칼국수에 된장을 넣어 걸쭉하고 구수한 맛을 즐기는 특징이 있다. 서울에 오니 조개, 새우를 넣은 해물칼국수, 닭 육수를 진하게 우린 국물에 만두를 얹은 칼국수 등 다양한 칼국수들이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칼국수까지 식당에서 사먹는다는 사실이 희한하기도 했다.

지금은 칼국수 집에도 자주 가고 마트에서 파는 칼국수를 사다가 끓여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가 직접 반죽해서 썰어 만든 칼국수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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