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 사라진 김 군 … IS가 노리는 것은? 2015년 2월호
집중분석
사라진 김 군, IS가 노리는 것은?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고 싶다. 어떻게 합류할 수 있나.” 지난해 10월 4일 김 군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러자 하루 만에 IS의 모집책으로 추정되는 아프리키(afriki)라는 이용자가 말을 걸어왔다. 터키의 또 다른 모집책과 연락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3개월 후 김 군은 터키로 떠났다. 터키에서는 시리아 국경의 킬리스로 이동했다. 모집책과 약속한 장소에 나가 불법택시를 타고 난민촌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IS의 거점인 시리아로 향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 IS 대원이 곧 공식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군의 행로는 전형적인 IS의 대원 모집 루트다.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와 다르다
IS는 기존의 지하드 세력 알-카에다와 차별성을 갖는 수니파 과격 조직이다. 이슬람국가를 건설한다는 궁극적 목표는 두 조직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이지만, 전략과 방법론에 있어서 IS는 알-카에다와 크게 다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의 주요 공격대상은 ‘먼 적(far enemy),’ 즉, 미국과 이스라엘을 필두로 하는 서방이지만, IS는 ‘먼 적’보다는 ‘가까운 적(near enemy),’ 즉 이슬람사회를 정화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알-카에다가 이슬람세계를 서방의 위협에서 보호하려는 ‘방어적 지하드’를 추구한다면, IS는 여기에 ‘공격적 지하드’를 병행하고 있다. ‘가까운 적’인 중동의 비이슬람적 요소를 ‘공격적 지하드’를 통해서 제거하기 위해 ‘이슬람국가’를 우선적으로 설립하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기존 국가의 통제권이 상실된 지역에서 IS는 ‘칼리파 국가’ 영향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통치 자금을 마련하고, 전사를 훈련시키고, 대중의 지지를 강화하고 있다. 알-카에다를 포함해 다른 어떤 지하디스트 조직들이 과거에 달성한 적이 없었던 수준의 ‘해방구’를 가진 것이다. 이 해방구로 전 세계 과격주의 이슬람세력이 집결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이슬람세력 뿐만이 아니다. 이슬람 신자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에서 사회 불만세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이들을 개종시키고 또 다른 테러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김 군은 3개월 전부터 누구나 볼 수 있는 트위터 계정에서 순니 무자히딘(Sunni Mujahideen : 수니파 전사)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수십개의 IS 관련자 트위터를 ‘팔로우’했다. 3개월 동안 그의 활동이 공개됐지만 어느 당국도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제2, 제3의 김 군이 언제라도 등장할 수 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슬람과격단체들이 작성하고 전달하는 수백개의 홍보물이 존재한다.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홍보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중동에서 제작된 아랍어의 조악한 동영상, 성명서 등이 아니다. 고화질의 동영상과 다양한 색채로 편집된 가독성 높은 영어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IS의 홍보물은 대체로 두 종류다. 하나는 승리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성공적인 전투장면을 기록한 것들이다. 또 다른 홍보물은 전사의 평화로운 일상 그리고 IS 장악지역의 낭만적인 삶을 휴먼드라마처럼 만든 것들이다. 여기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GTA’라는 게임을 이용하기도 한다. 미 국무부 대테러 홍보담당자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즈 대사는 지난해 말 IS의 홍보물은 “질과 양에 있어서 선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급작스런 테러는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무함마드 만평을 게재한 프랑스 언론사에 대한 테러가 지난 1월 초 발생했다. 주간지 <샤를리 엡도>에 무장 테러범이 난입해 편집장 등 12명을 살해했다. IS에 인질로 잡힌 일본인 두 명 중 한 명도 1월 25일 참수됐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거쳐 이제 호주, 일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테러는 일상화되었다.
인터넷과 SNS로 연계된 21세기의 테러 양상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테러주체의 개인화 혹은 소규모화다. 김 군처럼 인터넷과 SNS를 통해 테러단체에 가입을 시도할 수 있다. 인터넷에도 모든 정보를 다운로드 받아 집에서도 폭탄을 제조할 수도 있다. 슈어스팟(Surespot) 등 암호화 한 메신저 등을 통해 정보기관의 추적도 따돌릴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방에 홀로 앉아서도 인터넷만 있다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즉, 자신, 사회, 그리고 국가에 대한 불만이 쉽게 테러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테러 예방도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테러의 일상화 … 선제적 예방체계 구축해야
이런 상황에서 김 군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시리아로 향했다. 우리 정부도 테러 방지의 의지는 분명이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수많은 테러 관련 유해 게시물과 사이트가 있지만 글을 삭제하거나 사이트를 폐쇄하지 못했다. 김 군의 지인 그리고 동행한 홍 씨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도 진행하지 못했다. 터키 정부와의 용의자 명단 공유 등 국제적 테러공조에도 구멍이 있었다. 이런 노력이 어려운 이유는 법적 근거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테러는 예방되어야 한다. 사후조치는 부수적인 것이다. 선제적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테러방지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 2014년 9월 만장일치로 통과된 안보리 결의안은 각 회원국에 외국인 테러 전투원 방지 장치를 법으로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197개 유엔 회원국에 구속력을 갖는 결의안이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유해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도록 그리고 고립된 청춘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가정에서도 더욱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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