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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 무임승차 매뉴얼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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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48

무임승차 매뉴얼

함경북도 길주에서 국경도시 혜산으로 가는 버스 안. 소란스런 일이 벌어졌다. 맨 뒤 두 번째 줄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았는데 버스가 출발하자 버스 차장이 뒷줄에 앉은 사람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

할머니 앞에 와 손을 내밀자 할머니가 당당하게 “저 앞에 앉은 내 며느리에게서 받으시오.”라고 한다. 차장 아가씨가 돈을 받으며 나가다가 할머니가 가리킨 젊은 아주머니에게 가까이 닿자 할머니 차비를 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가 팔딱 뛴다.

“차비? 저 앞에 앉은 내 며느리에게 받으시오”

“저 할매가 누군데 내게서 차비를 받는다는 게요?”, “며느리라고 하던데…”, “며느리? 내겐 시어마이가 없소. 참 세상에…”

일이 그쯤 되자 승객 모두의 눈이 일제히 할머니에게 쏠렸다. 그래도 할머니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창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저년이 저게 집에서 하던 본때를 하네.”

그러자 승객의 눈이 다시 아주머니에게 쏠린다. 화가 난 그 여자가 발딱 일어섰다. “할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날 언제 봤다고!” 할머니도 지지 않는다. “그럼 못 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더니…”

할머니는 서럽다는 듯 창밖을 내다본다. 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차장 아가씨가 코를 싸쥐고 어쩔 줄 모른다. 주변 승객들도 얼굴을 찡그렸다.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이건 완전히 생똥을 싸 버린 격이다. 사방에서 투덜거렸다.

“대체 누구야?”, “방귀를 뀌어도 예절 있게 뀌어야지, 에구야.” 코를 싸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할머니에게 쏠리자 할머니가 능청스럽게 던지는 말이 참 가관이다. “그래그래, 여러분네들 내가 뀌었다 생각하시우, 늙은 게 잘못이지…”

버스가 시내 변두리에 있는 시장 옆을 지나자 할머니가 일어서며 세우라고 소리쳤다. 기사는 버스를 세웠다. 할머니가 내리려 하자 차장이 또 소리친다. “할머니, 차비는 내고 가셔야죠.”, “참 몇 번을 말해야 하우? 저기 앉은 내 며느리한테서 받으라니까!”

버스가 떠나자 할머니가 히죽 웃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뉘긴지 모르지만 미안하네. 에구, 억지 덕에 오늘은 내 다리가 호사를 했네.” 그리고는 시장 안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갔다.

요즘 들어 북한에선 어딜 가려고 하더라도 교통비가 엄청 비싸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고 한다. 절대적으로 기름이 부족해 교통편이라고는 열차뿐이어서 열차 안은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종 형태로 개인들이 운영하는 교통편이 새로 생겼다. 화물트럭도 짐을 싣건 안 싣건 적재함에 사람을 태운다. 개인이 운영하는 버스도 곳곳에 나타났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개인이 버스를 운영하나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기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조건이라 기업들은 가지고 있는 트럭들을 개인들에게 맡긴다. 기업의 물자를 운송해 주는 조건에서 개인용무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는 말이다. 짐을 실었든 안 실었든 적재함 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전부 돈을 받고 기사가 태운 사람들이다. 차에 오르려면 가는 거리에 따라 기사가 요구하는 돈을 내야 한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기사는 개인 유통업자들에게서 기름을 사 들이고 제 주머니에도 넣는다.

“싫으면 타지 마!” … 차비도 부르는 게 값

버스 운행도 똑같은 방법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그렇게 운행되는 것이 다 불법이기에 운임도 기사가 내키는 대로 정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기사의 하루벌이와 기름값을 뽑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다. “싫으면 타지 마시오!” 하면 끝나는 일이다.

버스나 트럭을 비싼 운임을 내고 타는 사람들 모두가 다 장사를 목적으로 다니는 만큼 누구하나 빈 몸이 아니어서 비싸도 서로 타려고 한다. 기름 부족으로 교통편이 열악한 형편에서 도로상에는 태울 사람이 넘쳐난다. 버스는 대체로 장거리 버스지만 탄 사람의 요구대로 임의의 곳에 세우고 내린다. 차비가 없으면서도 마구 올라 애를 먹이는 일도 다반사다. 위에서 언급한 할머니처럼 말이다.

이지명 / 망명작가펜(PEN)문학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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