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 미국-쿠바 관계정상화, 그럼 북한은?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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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관계정상화, 그럼 북한은?
쿠바만큼 낭만과 파국이라는 두 개의 극단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영화 <007 : 다이 어나더 데이>의 배경이 되었던 말레콘 해변과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집필했던 코히마르의 낭만적인 해변이 떠오른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를 핵전쟁의 파국으로 몰아갈 뻔했던 쿠바미사일 위기와 연결되어 ‘미·소 냉전대결’의 상징이 떠오르기도 한다.
쿠바, 개방화·자유화 수용 … 2013년 해외여행도 자유화
1959년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이후 쿠바와 미국의 적대관계가 시작됐고, 1961년 1월 국교관계를 단절한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쿠바는 미국의 앞마당에 놓인 눈엣가시 같은 불편한 존재였다.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던 냉전시대에는 소련의 전진기지로 미국의 직접적인 위협이었기 때문에 체제붕괴를 위한 봉쇄정책에 명분과 실리가 있었다. 하지만 1989년 동구공산권의 몰락으로 1991년 공식적으로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된 상황에서 쿠바는 더 이상 미국의 실질적 위협은 될 수 없었지만 쿠바에 대한 미국의 봉쇄는 25년을 더 이어왔다. 쿠바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할 적극적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미국의 외교정책의 관성일 수도 있고, 여전히 카스트로 형제가 집권하는 독재정권을 용인할 수 없다는 미국 내 쿠바 이민자들의 주장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소식을 접했을 때, 외교사적 의미나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에 대한 분석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그럼, 북한은?’이었다.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었던 중국은 데탕트 시대에 관계를 정상화했고, 전쟁을 치른 베트남과도 1995년에, 리비아, 이란과도 각각 2006년, 2013년에 관계를 정상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수행된 쿠바와의 관계개선 조치도 완전한 봉쇄 해제를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상태이지만 관계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미국의 대 쿠바 봉쇄조치 해제와 국교정상화 과정에 대하여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고립을 목표로 한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쿠바 정부가 자국민들을 억압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동시에 “쿠바를 붕괴로 몰아가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쿠바의 국민들에게도 이롭지 않다.”라고 규정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통해 다른 결과를 추구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표명했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주권, 민주주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에 양국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대화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로 화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쿠바가 여행, 우편, 통신, 가족방문과 같은 인도적 문제에 장애를 철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에 캐나다에서 벌어진 비밀협상과 교황의 적극적인 중재가 작용했다는 외교 비화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책적으로 짚어볼 의미는 따로 있다. 유엔 총회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쿠바에 대한 경제봉쇄 해제를 촉구했음에도 꿈쩍하지 않던 미국이 현시점에 전격적이고 적극적인 국교정상화를 추구한 실질적 배경이다.
우선 국제정치적 요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의 압박조치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지난 여름 쿠바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350억 달러에 달하는 쿠바의 부채 중 90%를 탕감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에너지 탐사, 마리엘 항구 현대화, 공항과 화물터미널 건설지원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문제에 있어서 러시아를 상대로 외교적인 선제공격을 통해 서반구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로 강력한 압박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다음은 쿠바의 국내적인 요인이다. 카스트로 정권은 2011년 이후 점진적으로 담배와 술의 배급제와 직장 내 배식의 폐지 및 축소를 추진했다. 또한 2011년부터 주택의 소유는 인정하되 매매를 통한 자본이득의 취득을 불허하던 쿠바식 소유권제 폐지, 중고자동차의 매매허용, 그리고 자영업 육성 등의 정책변화가 있었다. 2013년에는 쿠바인을 비롯한 쿠바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해외여행 자유화를 통해 출국허가제도를 폐지했다. 쿠바가 적극적으로 해외투자 유치와 시장경제 조치를 추진해오고 국내적으로도 실질적 개방화·자유화를 수용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쿠바에 대해 지속적으로 봉쇄를 유지할 명분과 실리가 사라졌다.
미국, 쿠바 봉쇄 지속 명분과 실리 상실
미주대륙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관계가 청산되었다는 점에서 이제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대결인 북·미관계의 개선에 대한 좋은 선례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정상화를 촉진시킨 국제정치적 요인은 러시아 견제를 위한 미국의 쿠바 견인책으로 요약된다. 한반도 주변정세에 기초해 북·미관계를 고려할 때, 불행히도 미국의 입장에서 러시아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견인책으로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상황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봉쇄정책을 견지해야 할 명분도 실리도 없는 상황을 북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첫째, 쿠바는 미국을 위협하는 미사일을 철수했고 핵무기도 개발하지 않았다. 둘째, 라울 카스트로는 형으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았지만 실용주의, 경제개혁주의, 중국식 사회주의를 추진하였다. 셋째, 1993년부터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인민권력전국의회를 구성하는 민주화를 추진하고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자국민을 폭압적인 강제수용소에 수감하거나 굶겨 죽이지는 않을 만큼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은 지고 있다.
이성우 /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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