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3월 1일

영화리뷰 | “아부지, 이 정도면 저 정말 잘 살았지예?” 201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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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국제시장>

아부지, 이 정도면 저 정말 잘 살았지예?”

 

CS_201503_76영화 <국제시장>이 1,300만 관객을 돌파하여 흥행에 성공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흥행과 더불어 아직 우리사회가 좌우이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일면을 보여줘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 <국제시장>은 지난해 12월 17일 개봉 이후 61일째에 1,335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에서의 흥행성공을 발판으로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어 영화제 필름 마켓을 통한 아시아 지역 판매가 기대되고 있다.

이념갈등 논쟁 따른 ‘노이즈 마케팅’ 효과 톡톡

영화 <국제시장>은 기존 ‘1000만 영화’와는 다르게 3주차 징크스를 보여주지 않았다. 보통 3주차부터 관객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국제시장>은 이 기간부터 더 많은 관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와 같은 기현상의 이면에는 ‘보수 영화’ 논란과 관련한 정치·이념·세대 논쟁이 한 몫 했다. 한 영화평론가의 발언으로 촉발된 진영 갈등은 정치인들의 발언 및 행보와 연결되면서 확산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에서의 영화 평점도 ‘성향’에 따라 갈렸다. 한 포털사이트는 10점 만점에 9.0점이었으나 다른 포털에서는 6.9점에 그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이념갈등은 결과적으로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에 큰 보탬이 됐다. 의도하지 않은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양극화된 반응은 “6·25전쟁 이후 숨 가쁘게 진행되어 온 산업화 과정에 대한 향수와 세대를 초월한 공감이 주는 감동적인 스토리”라는 평가와 이른바 “박정희식 산업화 시대의 신파적 추억만 추려서 엮은 영화”라는 혹평으로 갈린다.

지난호에 영화 <인터뷰>가 북한의 미국에 대한 과잉대응으로 오히려 세간의 관심을 더 모으면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는데 영화 <국제시장>도 색깔논쟁으로 인해 국민적인 관심이 커진 케이스다. 하여간 사회현상은 항상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어쨌든 <국제시장>은 비판적 입장에 있던 사람들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물론 단순히 사회적 ‘노이즈’ 때문에 그 많은 관객이 몰린 것은 아닐 것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였드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홀로 왔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제를 관통하는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다. 이 영화 속에서는 금순이가 아니라 꽃분이다. 큰 틀에서 보면 이 영화는 주인공 덕수(황정민)가 흥남철수 이후 부산에 정착하면서 아버지와 꽃분이를 기다리는 삶을 그린 것이다. 거기에 덕수가 국제시장 ‘꽃분이네’로 자리 잡기까지 파독 광부와 월남전을 겪은 삶의 과정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리고 전국을 눈물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이산가족 찾기’ 행사까지 현대사에 녹아있는 덕수의 삶이 주마등처럼 그려졌다.

흥남철수·파독광부·월남전, 현대사 고스란히 녹아있어

영화 <국제시장>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흥남철수 모습이다. 향상된 국내영화의 그래픽 수준을 가늠케 해주는 장면이었다. 일견 미국 드라마 <퍼시픽>이나 영화 <라이언 일병구하기>에서 그려진 해안선과 대형전함의 모습을 완성도 높게 구현하면서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만족감을 선사한다. 물론 흥남철수라는 역사적 사건의 비극적 성격은 잠시 내려놓고 본다면 말이다. 하여간 흥남철수의 모습이 우리 영화에서 규모나 세부적인 면에서 제대로 그려진 것은 처음인 듯싶다. 관객에게 그리고 전후세대에게 그 당시의 아비규환과 절박함 등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흥남철수 현장을 경험한 세대들은 철수 당시보다 더 비극적인 사건들이 있었다는 점을 증언하기도 한다. 비극적인 사건은 무수한 사건과 사건의 조합이기 마련이다.

영화 <국제시장>이나 <변호인>은 우리 대중문화가 아직 정치적 영역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는 그 자체로 대중들에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평론가나 정치인이 왈가왈부할 대상은 아닐 것이다. 웰메이드(Well made) 영화는 그 자체로 대중들에게 인정받으며 성공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해 흥행에 실패할 것이다. ‘대중’ 영화는 항시 메시지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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