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3월 1일 0

시론 | 비전외교가 절실하다 2016년 3월호

비전외교가 절실하다

2016년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 정세가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를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와 한·미 간 사드배치 협의를 개시하고 국회 연설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의 대전환을 표명하였다. 이로써 남북 간에는 1990년대 이래 구축된 대화협력 체제가 사실상 사라지는 상태가 됐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미·일 등 국제사회의 반응은 더욱 강경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의 공통된 대응을 강조했다. 미국 하원도 대북제재강화법안(H.R.757)을 통과시켰고 상원 외교위원회도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제재를 포함한 대북제재강화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유엔안보리 제재와 별개로 독자적 제재 실시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 정부는 대북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핵심 관건인 중국이 보다 강력한 제재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며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중국의 기존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북핵, 분노나 모험주의, 막연한 감상주의로 헤쳐나갈 수 없어

미·중 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처방을 놓고 벌어진 엇박자를 최대한 활용해 온 것이 북한이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조만간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북한의 핵개발은 중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미온적인 반응, 미국의 전략적 인내라는 소극적 대응의 틈새에서 자라나는 독초와 같다.

북핵 위기 국면은 당사국들이 국가 이익을 걸고 한판 붙는 ‘국제정치의 체스판’이다. 분노나 모험주의, 혹은 막연한 감상주의로는 세계 최강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얽혀 있는 지금의 중대한 국면을 헤쳐나갈 수 없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내부 변화론(regime change)’이나 대북 선제공격론은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감성적 접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외교로 푸는 수밖에 없다.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교한 외교 전략을 다시 짜서 북한에 대해 제재 및 압박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도록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제재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곤란하다. 지금의 위기가 분단체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만큼 북한을 압박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중을 설득해 ‘견고한 평화체제’로 전환하도록 하는 데 우리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핵능력 강화는 모두 ‘대화 중단’과 ‘제재 실패’ 때문에 발생된 것이다. 제재는 중국 요인, 대화는 미국 요인 때문에 지금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북핵) 문제를 활용해 자기 국익을 위해 서로 날카롭게 견제하려는 미·중이 스스로 대화와 제재로 선회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한반도 전쟁 방지가 가장 절실한 당사자 한국이 나서야 한다.

평화통일 청사진 국제사회 알리는 ‘비전외교’ 추진해야

북핵과 북한 문제가 동아시아의 안정을 해치고 결국에는 미·중 두 나라 모두에게 위협이 될 것임을 설득하여, 미·중으로 하여금 실효적인 협조체제를 확립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게 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통일된 원코리아가 북핵 문제를 풀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북핵 위기를 활용하여 비핵화 한반도 평화통일 청사진을 국제사회에 적극 홍보하는 ‘비전외교’를 통하여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 통일이란 결국 압도적인 경제력으로 남한의 자유민주체제가 북한 공산체제를 흡수하는 길일 것이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성취한 한국의 정치경제 체제가 북한도 지향해야 할 궁극적 비전이라는 인식을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갖도록 해야 한다. 비전외교가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통일정책에 대한 초당적인 국민의 전폭적 이해와 지지가 필수적이다.

정태익 / 한국외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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