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4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디저트가 뭐지?

print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1

디저트가 뭐지?

 

남한에 와서 처음에는 디저트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외래어인데다 북한에서 전혀 써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디저트가 식사 후에 먹는 후식이었다.

남한에선 그것이 평범한 일상이고 습관처럼 되어 있었다. 밥을 먹고 나면 자연스레 커피를 타거나 과일을 깎는다. 배불리 먹었으면 됐지 또 군것질을 하는 것이 낯설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몇 번 따라해 봤지만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그 대신 북한에서처럼 식후별미라고 담배 한 대 맛나게 피우는 것이 더 좋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커피도 잘 마시지 않는다. 마신다면 대개 밖에서 여러 사람과 점심식사를 한 후다. 남들이 하는 대로 덩달아 종이컵에 커피 한 잔 타가지고 밖에 나가 한 손엔 담배를 들고 다른 손엔 커피를 들고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재미는 괜찮다.

그렇지만 집에서는 단 한 잔도 마시지 않는다. 우리 집 식구들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다른 집들에선 아이들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잔소리를 듣는데 우리 집은 다르다. 그렇다고 후식으로 과일을 먹는 것도 아니다. 우리 집에서 과일은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 먹는 간식일 뿐 후식은 아니다.

커피 한 번 사놓았다가 3년 묵혀 내버려

아무 간식도 먹지 않고 밥만 먹는 날이 많다. 대신 하루 세 끼는 꼬박꼬박 챙겨먹는데 건강엔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그러니 후식 재료를 미리 잔뜩 사놓을 필요도 없다. 언젠가 편의점에 갔다가 잘 먹지도 않는 커피를 충동구매 해 주방에 갖다놨지만 먹지 않아 3년을 묵혔다 버렸다.

차도 마시지 않고 우유를 배달시킨 적도 없다. 아이스크림은 아이들 때문에 자주 사는 편이다. 같은 처지의 탈북민 중에 우리 집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물론 나중에 배운 도둑질이 더 어떻다는 식으로 오히려 더 많이 먹는 사람도 있다.

북한에 살 때 디저트요 후식이요 하는 말을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외국에서 군것질을 많이 하고 식후에 과일을 먹는다는 말을 듣긴 했다. 일본에서 살다 온 북송교포들도 식후에 과일을 먹곤 했다. 그러나 그것을 후식으로 인식 못했고 그냥 먹고 싶어 먹겠거니 했다. 북송교포들은 일본에 살 때부터 해 온 후식 경험이 있는데다 일본 친척들이 송금해주는 엔화가 있어 경제형편이 좋았다. 하지만 일본의 대북송금 통제로 북송교포들의 처지가 어려워졌는데 요즘도 후식까지 즐길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내가 살던 고장에서 나무로 다과쟁반을 깎아 중국에 수출한 적이 있다. 어떤 나무를 썼던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무튼 결이 곱고 재질이 단단한 나무를 썼는데 적합한 것을 찾느라 산속을 돌아다니던 생각이 난다. 왜 하필이면 도자기, 플라스틱, 금속 등으로 된 쟁반을 쓰지 않고 나무로 만든 것을 요구하는지 궁금하긴 했다. 나중에 들으니 목기가 건강에 좋아서 선호된다고 했다. 그때 그것을 주문한 중국 측 무역업자로부터 중국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져 식후에 커피와 과일을 먹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그때 후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되자 눈이 밝아져 후식을 먹는 사람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권력기관, 외화벌이기관, 무역회사 등의 간부들과 장사로 부를 쌓은 신흥부자들 속에 있었다. 한 쪽에선 죽도 없어 굶는데 다른 쪽에선 후식까지 즐기는 현실을 외면하고 사회주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당국의 처사가 역겨웠다.

없을 때야 맛있었지만

남한에 오려고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잠시 체류하던 때에는 밥은 조금 먹고 음료나 과일을 더 많이 먹었다. 북에선 값이 비싸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는데 중국은 딴 판이었다. 하지만 그때 너무 많이 먹어 지겨워졌는지 남한에 온 후엔 잘 안 먹게 됐다. 무슨 음식이든 부족할 때 맛있지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흔하면 맛있는 줄 모르게 된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처음에는 남한에서 생산되는 과일이 북한 것보다 맛이 없는 줄로 알았다. 하지만 훗날 북한 사과를 먹어볼 기회가 우연히 생겨 먹어봤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던 맛이 전혀 아니었다. 북한에 살 때 어쩌다 한 번씩 먹으니 맛있었던 거지 남한 사과맛보다 훨씬 못했다.

최근 디저트 전문 카페가 생겼다는 말도 들었지만 워낙 디저트에 관심 없다보니 아직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일부러 짬을 내서라도 한번쯤 가볼 생각이다. 남한은 문화적 환경과 유행이 너무 빨리 변해 미처 따라가기 숨차고 때론 귀찮기까지 하다. 아마 북한에 가서 이런 말을 하면 저 사람이 ‘복 속에서 복을 모른다’더니 별난 투정 다한다고 웃을 것이다.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