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4월 1일 0

윗동네 리얼스토리 | 1대당 1,200분! 초과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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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62

1대당 1,200! 초과하면?

 

최근 함경북도 보위부 후방보급 운전기사를 하다가 2016년 1월에 한국에 입국해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을 나온 김 씨를 만났다. 북에서 휴대폰을 가져봤냐는 질문에 김 씨는 휴대폰은 이제 북한 주민의 생계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수단이 됐다며 사용해 본 경험은 물론 휴대폰 기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집트 오라스콤 통신회사와 북한 체신성의 합작으로 2009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사용되기 시작하자 해마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한국 가입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카카오톡 같은 기능은 없지만 통화와 문자전송은 물론 사진, 동영상, 영화 감상과 신문 읽기 같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만 가능한 기능이라고 했다.

김 씨의 말에 의하면 이집트와 태국 통신위성을 빌려 북한에서 전국적인 통화와 텔레비전 중계가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양국 통신회사에 계약요금을 제때에 물지 못해 이따금 위성전파를 차단하는 바람에 통화가 단절되는 때가 많은데 깊은 산속은 말할 것도 없고 시내에서도 통화가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이 있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집안에서도 전화기를 높이 쳐들면 통화가 되고 내리면 안 되는 때가 있어 의자를 갖다 놓고 올라서서 전화하는 예가 비일비재라며 킥킥 웃었다.

초과요금 부담스러워 휴대전화 2~3개씩 사용

요금에 관해 묻자 김 씨는 웃으며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장사를 하기 위해 떠난 아내가 보름 가량 집을 비우자 너무 보고 싶어 영상통화를 2~3분 정도 했는데 다음에 전화하려니 카드번호를 입력하라는 통신사 안내원의 말이 흘러나왔다. 통신사는 가입자들에게 한 달에 1,200분간 통화할 수 있게 해 주는데 이때의 요금은 60분에 북한돈 800원이었다. 쌀 1kg에 6천~7천원인 것에 비하면 많이 비싼 가격은 아니다. 그런데 만약 이를 초과하면 통신사에서 파는 카드번호를 사야 통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카드번호는 북한돈이 아닌 위안화나 달러, 또는 엔화라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200분에 중국돈 100위안을 내야 번호를 받아 통화를 이어갈 수 있게 했는데 100위안이면 북한돈 14만원을 웃도는 돈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주민들은 휴대폰 2~3대를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영상통화 2~3분에 1,200분의 기본 통화시간이 훌쩍 다 날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영상통화를 하지 않는 것인데 이미 저지른 일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외화를 내고 카드번호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김 씨는 허탈하게 웃었다.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0여 일 만에 집에 돌아 온 아내는 사연을 듣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 먼 행방 길에 갖은 고생을 하며 쌀 20kg 정도 살 수 있는 돈을 벌어왔는데 그걸 카드 구입비로 훌쩍 날려 버렸으니 눈물밖에 나올 게 없었다는 이야기다. 김 씨 경우엔 전화가 안 되면 일을 할 수 없는 기관운전기사니 부득불 비싼 카드번호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김 씨는 국경 연선에서 중국 전화기를 사용해 본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이 친구는 어지간해선 전화를 걸지 않고 받기만 했다. 문자 같은 것은 통화보다 시간을 덜 잡아먹기에 필요할 땐 상대방이 전화하도록 문자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대방은 아무 거리낌 없이 문자를 받는 즉시 전화를 걸어오곤 했다. 친구는 그런 방법으로 1,200분이란 시간을 아끼려 했는데 또 얼마 못가 카드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원의 말이 흘러나왔다고 했다. 친구는 머리를 기웃했다. 실제로 그가 먼저 전화 건 일은 얼마 없었으니 말이다. 이게 뭔 일이냐며 찾아가 따지자 아가씨가 내역서를 보여주며 되레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알고 보니 수신이든 발신이든 상관없이 통화만 되면 모두 다 1,200분 시간에 해당된다는 것을 그 친구만이 몰랐다고 한다. 기가 막혀 이 친구가 얼결에 한 말이 “중국 전화는 받는 전화는 돈을 안 물던데…” 하자 아가씨가 “그건 중국 전화구요, 여긴 중국이 아니잖…, 가만 아저씨는 중국 전화기도 써요?”라고 되묻는 바람에 너무 놀라 “아니, 아니!” 손사레를 치며 급히 나와 버렸다고 한다.

걸거나 받거나 관계없이 무조건 대당 1,200

그럼 북한에선 왜 한 달에 1,200분의 통화시간만 주고 이를 초과하면 카드번호를 구입하게 만들까?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거야 뭐 외화를 걷어 들이자는 목적이죠. 근데 현재 이런 방법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짝짝 박수를 쳐요. 당연히 못 사는 사람들입니다. 간부나 큰 장사꾼들, 밀수꾼, 외화벌이 계통에서 일하는 돈 잘 버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거리감이랄까요? 보통 사람들은 한 달 1,200분이면 사용 시간이 충분하기에 일종의 질투이기도 하죠. 그러다가 걸리면 아뿔사, 울상을 하고요. 저도 일 관계로 1,200분이 모자라 휴대전화 두 대를 구입해 썼지만 늘 시간을 초과해 한 달에 보통 200~300원씩 인민폐를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땐 그게 얼마나 아깝던지…, 정부적 차원에서 통신사를 이용한 외화벌이 행위가 언제 없어질까요? 아무래도 개혁·개방이 되기 전엔 힘들겠지요?”

이지명 / 망명작가펜(PEN)문학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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