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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북한인권법 통과, 통일정책 패러다임 바뀐다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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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인권법 통과, 통일정책 패러다임 바뀐다

 

지난 3월 2일 드디어 북한인권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법안이 최초 발의된 지 11년만이다. 이번 북한인권법 제정은 재석의원 236명 가운데 기권 24명을 제외하고 반대 없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 동안 야당은 북한인권법은 실효성이 없으며 북한을 자극하여 남북교류와 대화에 장애가 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해 왔다. 반면 여당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여 북한에 대한 인권압력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북한인권법안 여야 합의통과는 야당 지도부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북한인권법 통과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지난해 9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양당 간사들은 실무협상을 통해서 여야 합의안을 만들었으며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양당 지도부 간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야당이 북한인권법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압력이 강화되고 작년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서울에 설치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는 5명의 상주직원이 북한 최고지도자의 인권침해 증거수집을 주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9가지 항목에 걸쳐서 북한의 심각하고 지속적인 인권침해 문제를 적시하고 이에 대한 책임자 기소를 유엔 안보리에 건의한 바 있다.

주민 생존권 문제, 한국 정부 책무로 천명하다

이번 북한인권법의 또 다른 의미는 국가책무의 확장과 통일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북한인권법은 제1조에서 이 법안의 목적이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유엔 세계인권선언 등 국제인권규약에 규정된 자유권 및 생존권을 추구하는 것”임을 표명하고 이어서 제2조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물론 국가는 “북한인권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하여야 한다.”는 문구가 야당의 요구에 의해서 병기되기는 하였으나 제1조와 제2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북한난민보호를 주축으로 하는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자국민 납치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일본의 북한인권법과 달리 우리나라의 북한인권법은 헌법의 영토조항 연장선 상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생존권 문제를 대한민국 정부의 책무로 규정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따라서 남북 체제 간 평화공존과 1국 2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의 ‘공동체 통일원칙’ 혹은 ‘연방제 통일원칙’을 벗어나 ‘능동적 통일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정치범수용소, 탈북자 및 가족에 대한 탄압, 만성적 기아, 공개처형 등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들은 대부분 북한 체제의 성격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한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해서 북한 체제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헌법은 시장자본주의와 민주주의 통일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와 증진이라는 원칙이 추가됨으로써 인권탄압을 자행하는 북한 정권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북한인권법 합의통과는 향후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에서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은 여야 합의도출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을 뒤섞다 보니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법안 문구의 문제점이다. 예를 들어 제1조(목적)에서 “유엔 세계인권선언 등 국제인권규약에 규정된 자유권 및 생존권을 추구함으로써”라는 문구는 ‘국제인권규범’과 자유권에 대응하는 ‘사회권 및 경제권’ 등의 용어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세계인권선언은 규약이 아니며 200여 개에 달하는 국제인권규약 및 조약을 포괄적으로 국제인권규범으로 지칭하기 때문이다. ‘생존권’은 국제인권규범 상의 용어가 아니다.

둘째, 제8조(인도적 지원) 항목에 “향후 남북경제협력은 북한 주민의 인권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항목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북한 경제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도지원 프레임이 아니라 경제협력과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8조 1항 1호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도(引渡)기준”도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도지원(人道支援) 기준”으로 수정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인권기록센터, 법무부나 국가인권위 소관이 적절해

셋째, 업무의 중복 문제다. 예를 들어 제10조 3항 북한인권재단의 ‘북한인권실태 조사·연구’ 기능과 제13조 1항 북한인권기록센터에도 ‘북한인권실태 조사·연구’ 기능이 중복되고 있다. 양 기구 간에 ‘북한인권실태 및 연구’에 대한 기능조정, 혹은 역할분담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제13조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일부에 두고 매 3개월마다 자료를 법무부로 이관하는 규정은 재고가 필요하다. 통일부는 대북협상 창구로서 인권기록센터 기능을 수행하기에 적절치 않고 인권기록을 수집, 생산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3개월마다 법무부로 자료를 이관하는 것도 업무관장이 매우 애매하며 단순히 법무부가 생산된 자료를 보관한다는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권기록센터는 여당안대로 법무부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집, 생산, 보관을 일괄적으로 담당함이 적절할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이 실행된다면 대북 인권정책의 규범적, 실천적 인프라는 대폭 확장되고 국제사회 대북 인권운동은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편하게 살고 배고픔을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시간은 한층 앞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원웅 / 가톨릭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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