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7월 1일

통일 커튼콜 | 국경의 남쪽에서 또 다른 계절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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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커튼콜 | 뮤지컬  <국경의 남쪽>

국경의 남쪽에서 또 다른 계절을 살다

영화 <국경의 남쪽>이 10년 만에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현장에 그대로 전달되는 배우들의 직접적인 감정표현은 상대적으로 감정을 덤덤하게 그린 원작과 구별되어 뮤지컬만의 매력을 어필했다. 뮤지컬 <국경의 남쪽>은 탈북민을 다루는 다소 묵직한 소재를 정통멜로로 풀어냄으로써 국경을 막론하는 ‘사랑’이라는 공감 포인트에 관객의 마음을 집중시켰다. 남북 문화교류를 염두에 두고 시작해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는 서울예술단이 기획한 이 공연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2일까지 상영되었다. 인터미션 없는 120분 동안 관객들은 국경의 북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곳으로부터 남으로 건너 온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고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질감만 느껴질 것 같았던 그들도 우리네와 다를 바 없는 애틋한 사랑을 하고,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움 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

뮤지컬  中

뮤지컬 <국경의 남쪽> 中

극의 주인공 선호는 평양 만수대예술단의 호른 연주자이다. 그는 아름다운 연인 연화와 1년 후 모내기전투 때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행복에 겨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선호의 아버지가 남한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서신 왕래를 한 사실이 북한 당국에 발각되면서 가족 모두 탈북을 할 수밖에 없는 위기의 상황에 처하고, 선호와 연화는 갑작스러운 이별에 마주하게 된다. 선호는 자신이 연주하던 호른을 사랑의 징표로 남겨 둔 채 곧 연화를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다. 평양의 부족함 없는 삶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일가족이 겪는 충격과 고생은 ‘한 핏줄 민족인데 눈 뜨고 코 베가는 곳’이라는 극중 대사로 씁쓸하게 전달됐다.

선호는 북한에 있는 연화를 데려 오기 위해 배달부터 나이트클럽 웨이터까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돈을 마련하지만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다시 빈털터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주의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인연으로 선호는 그녀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일하게 된다. 경주는 선호의 호른 연주를 좋아한다. 선호가 남한에 와서도 호른을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그가 아직 과거의 삶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연주해야 그 진가가 발휘되는 호른이라는 악기와 선호가 좋아하는 모짜르트 교향곡 3번의 등장은 그가 ‘함께 하는 삶’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어느날 연화와의 불투명한 재회에 불안해하던 선호에게 믿기지 않는 소식이 전해진다. 북에 있는 연화가 결혼을 했다는 것. 슬픔의 늪에 빠진 선호의 곁을 지킨 것은 경주였다. 선호는 자신의 삶 있는 그대로를 다독여주는 경주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그런 선호의 눈앞에 갑작스레 ‘첫사랑’ 연화가 나타난다. 그녀는 선호를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온 것이다. 함께 하기로 약속한 두 여자가 선호의 눈앞에 있다. 엇갈린 세 사람의 운명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감정에 충실한 20대의 사랑과 현실을 포기할 수 없는 30대의 사랑 사이에서 선호는 갈등한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 그리고 혹독한 성장통

주인공 선호가 남한에 와 겪는 서러움은 평양에서 누렸던 부유한 삶의 그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북에 남아있었다면 선택받은 평양시민으로서의 ‘고급진’ 삶을 계속 누렸겠지만 예측불가능한 인생은 그를 국경의 남쪽으로 이끌었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던져진 그는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다. 남한에서의 삶은 말 그대로 ‘맨 땅에 해딩’이었던 것이다. 극에서 그려진 선호의 성장기는 비단 탈북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출발로 좌충우돌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공감도 이끌어 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성장통’을 겪으면서 천천히 한 단계씩 성숙해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우리를 성장시키는 데 윤활유가 되는 사건이 서로 다를 뿐이다.

서울예술단은 작품을 뮤지컬로 재해석하면서 영화와 차별성을 두었다. 복잡한 이야기를 담기 어려운 영화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뮤지컬의 강점을 살린 것이다. 영화에서 덤덤하게 표현된 주인공의 슬픈 정서를 뮤지컬에서는 좀 더 극대화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그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상했다. 김덕희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장은 “통일이나 남북에 관련된 작품을 찾던 중 영화 <국경의 남쪽>을 발견했다. 탈북민의 아픔을 다루지만 그 안의 내용은 정통멜로에 가까운 점이 흥미로웠다.”고 서울예술단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예술단은 북에 우리의 한민족이 있다는 것을 예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확인시켜 주고자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서 말이다.

국경이 나뉜 것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분단의 결과로 발생한 이산가족이라는 먹먹한 현실은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룰 때까지 우리 사회에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이 작품은 국경을 넘어 새로운 행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남한 주민에게는 그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탈북민들에게는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 노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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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국경의 남쪽> 中

당신이 어디서 왔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극중 남한 여자로 등장하는 경주가 북에서 온 선호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당신이 어디서 왔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은 당신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남한으로 건너 온 모든 탈북민에게 작품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실제로 서울예술단은 상영기간 중 200명의 탈북민을 초대해 극을 선보였다. 남한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그들에게 이 극은 어떤 의미로 전해졌을까. 아직 북에 남아 있는 가족,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겪었던 치열한 과정, 경주와 같이 따뜻한 손을 내밀어줬던 사람 등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을 수 있다.

<국경의 남쪽>은 분단된 남과 북을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연결함으로써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현실’을 이야기 한다. 누군가는 남겨졌고, 누군가는 떠나왔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극중 인물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다양한 모습으로 이 땅에 공존하는 우리 모두의 삶이기 때문이다. 선호와 연화는 지금 우리 곁에 있다.

성시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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