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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안보·경제 실사구시, 베트남의 꿈은?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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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경제 실사구시, 베트남의 꿈은?

지난 5월 23~25일 재임 중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호치민 시에서 젊은이들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지난 5월 23~25일 재임 중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호치민 시에서 젊은이들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연합

베트남은 최근 들어 국제사회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말을 듣는 국가 중 하나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각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는 계속 호황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7%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트남의 GDP 성장률은 같은 아세안 회원국들인 인도네시아(4.8%), 말레이시아(4.7%), 태국(2.7%) 등보다 훨씬 높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적인 경제기관들도 2020년까지 베트남 경제가 해마다 6~7%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 동쪽에 있는 베트남은 북쪽은 중국, 서쪽은 라오스 및 캄보디아와 접하고 있으며, 동쪽은 남중국해와 면해 있다. 남북으로 해안선은 무려 3,444㎞에 달한다. 세계 14위 규모의 인구(9,200만명)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토 면적(33만1,210㎢)은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다. 해상 운송로로서의 지정학적 이점과 젊은 노동 인구 및 저임금 등으로 제조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베트남과의 정치·외교·경제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부터 강대국들은 물론 주변국들의 침략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베트남이 지금은 각국의 ‘러브콜’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베트남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떠오르는 신흥경제국, 잇따르는 각국의 러브콜

미국은 전쟁(1960~1975년)을 벌였던 베트남과의 구원(舊怨)을 완전히 청산하고 관계 정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베트남을 공식 방문했다. 미국 현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양국은 베트남 전쟁 이후 외교관계를 단절해오다 1995년 종전 20주년을 맞아 다시 수교했다. 양국은 그동안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를 확대해 왔지만 인권 문제로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양국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당시 방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한다고 밝혔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국회에서 조속히 비준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양국이 밀접한 연대관계를 구축한 것은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그동안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해왔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자국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인공 섬들을 건설하는가 하면 방공식별구역까지 선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이 매장돼 있을 뿐만 아니라 어족 자원도 풍부하다. 남중국해는 또 지정학적으로 주요 해상 교통로이자 전략요충지이다. 때문에 베트남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도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억제하고 동남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베트남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베트남이 중국과도 어느 정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중국과는 앙숙이었다. 베트남은 지난 1천여 년간 중국 역대 왕조와의 전쟁에서 번번이 패배, 조공을 바치는 관계를 맺기는 했지만 복종하지 않고 정체성을 지켜 왔다. 양국은 1974년과 1988년 남중국해에서 해전을, 1979년 국경 지역에서 전쟁까지 벌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베트남은 현재 아세안에서 가장 반중 정서가 강한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이 중국을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경제 때문이다. 베트남에 있어 중국은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베트남은 중국 윈난성과 광시좡족자치구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양국은 3개의 국제 도로와 26개 국도 및 철도로 연결돼 있다. 베트남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위한 협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 왔다. 중국은 또 베트남과의 정치체제(공산당 일당 독재)의 동질성도 강조해왔다.

안보와 경제, 미국과 중국 속 균형외교 가속

베트남에는 두 명의 영웅이 있다. 한 명은 국부라고 불리는 호치민(1890~1969년) 전 초대 국가주석이다. 호 전 주석은 프랑스와 미국 등 강대국들과의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고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을 이룩한 인물이다. 또 다른 영웅은 해군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쩐흥다오(1228~1300년) 장군이다. 쩐 장군은 중국 원나라 수군의 세 차례에 걸친 침입을 물리친 인물이다. 특히 쩐 장군은 1287년 원나라의 3차 공격 때 현재의 하롱베이 부근 바익당 강 전투에서 원나라 군대를 전멸시켰다. 하롱베이와 면해 있는 바다가 남중국해이다. 두 영웅은 베트남이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사이가 나빴던 베트남은 두 영웅을 통해 역사적인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왔다.

실제로 베트남은 그동안 국익을 위해 철저하게 실사구시 전략을 구사해왔다. 베트남으로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제협력을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베트남이 미국과 군사동맹관계를 맺지 않고 연대를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의 꿈은 앞으로 아세안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베트남은 이를 위해 미국과는 안보협력을, 중국과는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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