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7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저게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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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4

저게 예뻐?

요즘 우리 동네 헬스클럽은 겨울에 비해 훨씬 사람이 많다. 여름철에 얇은 옷을 입기 때문에 몸매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아내도 헬스클럽에 나가기 시작했다. 살이 찐다고 아우성인데 나이가 들면 뱃살이 생기기 마련이지 별걸 다 고민한다고 말해줘도 막무가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도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이 많아졌고 서툰 동작으로 TV에 나오는 요가를 따라하느라 부산스럽다. 그럴 시간이면 책 한 페이지라도 더 읽으라고 타일러 보지만 소용없다. 오히려 아빠를 낡아빠진 구닥다리로 여기는 눈빛이다. 아주 모녀가 진상이다. 살찌는 게 싫으면 먹는 양을 줄이면 되지, 돈 들여 헬스클럽에 가고 다이어트 약품까지 구할 필요가 있나. 조금씩 먹으라고 잔소리를 해도 ‘작심 3일’이다. 딸은 잔소리가 짜증나면 더 많이 먹는다. 그래서 누군가가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으면 더 많이 먹고 살찐다기에 방치해 봤더니 오히려 더 제멋대로다.

생각해보면 다 먹을 게 풍족한 탓이다. 북한 같으면 화가 나고 스트레스 받았다고 더 먹을 것이 어디 있나. 먹을 건 다 먹으면서 운동을 하면 뭐하고 약을 먹으면 뭐하는가. 북에선 살이 좀 쪘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었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거의 다 야윈 사람들이었다. 간혹 몸집 좋은 사람이 지나가면 신분이 달라 보이거나 돈 냄새가 풍기는 듯 했다. 비대증 환자인 경우를 빼곤 몸집이 둥글둥글하고 얼굴에 기름기가 번질거려야 위풍도 있어 보이고 행동에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몸이 좀 둥글둥글 해야 있어 보이지

북한에서는 주로 청소년 시기에 몸매 가꾸기를 신경 쓰는데 남학생들은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들기 위해 철봉, 평행봉 등 기계체조를 한다. 군대에 갈 때도 기계체조를 익히고 가면 군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은 얼굴 가꾸기에 신경을 쓰는데 몸매에 신경을 쓰는 것은 별로 못 봤다. 리듬체조나 무용을 하는 여성을 보면 몸매가 곱다는 말을 하지만 그것을 시샘하는 여성도 못 봤다. 오래전 일이지만 한때 신의주에서 얼굴이 못 생겨 시집을 가지 못한 노처녀들이 폭행조직을 만들고 밤거리를 돌며 예쁜 여자들의 얼굴을 면도날로 긁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그때도 얼굴을 못 쓰게 만들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몸매를 시기해 망가뜨려 놓았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키는 좀 신경을 쓰지만 그렇다고 남한 만큼은 아니다. 키는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좀 더 신경을 쓴다. 우선 남자는 키가 작으면 군복무, 대학입학, 간부선발 등에서 불리하다. 신랑감으로도 키 큰 남자가 선호된다. 여자도 키가 크면 나쁠 게 없지만 북한에선 여자가 너무 커도 흠이다. 여자 키가 165센티미터 이상이면 ‘군대 말’이니 ‘수비대 말’이니 하고 놀림 당하기 십상이고 신랑감 얻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평양은 지방에 비해 평균 신장이 크다. 지방보다 생활형편이 낫고 주위환경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평양에선 체조를 하고 요가를 하는 등 몸매관리에 신경을 쓰는 여성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방에선 “평양 여자는 100m 미인”이라고 말하는 현상이 있다. 이 말은 평양 여성들이 키 크고 몸매는 곱지만 다가가 보면 얼굴은 별로여서 100m 이상 떨어져서 보거나 뒷모습만 볼 때 미인이라는 말이다. 실은 지방에도 그런 ‘100m 미인’은 있다. 그럼에도 대개 평양 여성들을 그렇게 부른 것은 평양 사람에 대한 시샘이 깔려 있는 까닭이다.

들은 바에 의하면 외국에선 한국만큼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겉모습에 소위 ‘올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몇 군데 국가에 가봤지만 살이 찐 위에 덧살이 찌고 그 위에 또 덧쪄서 어디서부터 허리고 어디서부터 엉덩이인지 모를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누가 보면 보고 말면 말라는 식으로 수영장에도 뛰어들고 뱃살을 드러낸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데 마냥 즐거워만 하는 것 같아 그 당당함이 오히려 보기 좋았다.

북한 같으면 환자 취급 당할 몸매가 여기선

거기에 비하면 남한은 몸매를 가꾸고 성형을 하느라 극성이고 인터넷 창만 켜면 뱃살 빼는 비법이니, 다이어트 식품이니 하는 광고들이 시끄럽게 까불어 댄다. 유행에 집착한 나머지 어떤 여성은 얼핏 보기에도 영양실조 상태가 분명한데 더 말라보이게 하려고 먹지 않는다. 북한 같으면 결핵환자 취급을 당할 판이고, 그런 상태라면 결혼하겠다는 신랑감도 없을 것이다. 남한 총각들은 그것을 미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봐주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안쓰럽다. 겉모습 가꾸기에 이 정도로 열광할 정도면 아마 전국적으로 그 비용 규모가 엄청날 것이다.

북한에선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북한에는 ‘몸짱’, ‘V라인’, ‘S라인’, ‘섹시하다’ 같은 말 자체가 없다. 하기야 요즘은 한류 영향으로 성형도 발전한다니 그런 말이 어느 정도 유행할 수도 있겠다. 내 생각엔 통일이 되면 북한도 남한과 똑같아질 것 같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건 남북이 따로 없는 이 민족의 근성인 것 같고 그 점에선 북한 사람이 남한 사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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