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돈주 활용한 북한 변화 유도, 어떻게?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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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붉은 자본가 돈주, 북한 시장을 흔들다

돈주 활용한 북한 변화 유도, 어떻게?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집하고 있다. 모든 생산수단은 원칙적으로 국유다. 이런 구조에서 돈주, 이른바 북한식 자본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북한의 돈주는 모순 속에서 돈을 벌고 있다. 북한의 계획경제가 급격히 붕괴된 시점은 1990년대 초중반이다. 3년 연속 자연재해로 인해 내부 생산기반이 무너졌다. 당시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연이은 붕괴와 체제전환으로 외부적 환경이 변화했다.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물물교환으로 먹거리를 마련하면서 장마당이 활성화됐다. 배급제가 무너지고 시장의 기능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돈주들이 등장한다. 국영 배급망이 무너지면서 형성된 사적 유통망에서 돈주들은 성장해 왔다. 협동농장이나 개인텃밭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입도선매하여 시장에 유통시키는 식량도매상을 비롯해서, 공장에서 생산된 물자를 시장으로 유통시키거나 원부자재를 조달해 주는 방식으로 중간 마진을 챙겼다.

지난 2014년 4월 3일 중국 내 최대 대북교역 거점인 랴오닝성 단둥 해관(세관) 앞 도 로에 화물차들이 북한으로 건너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

지난 2014년 4월 3일 중국 내 최대 대북교역 거점인 랴오닝성 단둥 해관(세관) 앞 도 로에 화물차들이 북한으로 건너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

주들이 당·정부와 유착된 이유?

이렇게 자금을 모은 돈주들은 보다 큰 사업을 위해 무역에 뛰어든다. 공식경제(계획경제)와 접목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북한의 무역은 여전히 계획경제의 틀에서 운영된다. 각 기관은 필요물자를 국가계획위원회에 제출하고 이를 종합해서 무역계획에 반영하는 식이다. 돈주들은 시장에서 필요한 물자를 무역계획에 반영시키도록 하고, 그에 따른 필요경비를 지원한다. 기관에서 수입을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으로 들어가는 루트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돈주들이 몸을 불리기 위해서 반드시 당이나 정부기관과 연계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지속적으로 화폐교환 조치를 취했다. 2009년 있었던 화폐교환 조치는 북한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주로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돈주들 입장에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무엇인가 다른 형태의 자산축적 방식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이 와중에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조치를 취한다. ‘포전담당제’와 ‘사회주의 기업책임경영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포전담당제는 예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최근 들어 붙박이 포전담당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공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돌아가며 경작하던 포전을 고정적으로 경작하도록 농지를 분배했다. 당연히 농업생산성은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돈주들이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전개한다. 농경지 경작을 위한 농기계를 구입해서 농업 관련 기관에 취업하면 안정적으로 자산을 유지하면서 돈벌이를 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농기계 대부업인 셈이다. 비록 하나의 유형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변형될 수 있다. 대형 버스를 가지고 지방 연계버스 사업을 하면서 지입의 형태로 기관에 등록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규모 공장기업소에 원부자재 및 생산설비를 제공하고 지배인으로 취업하면 사실상 그 공장은 돈주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사회주의 기업경영책임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한 그릇에 담아내는 조치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일단 공장이 돌아가기 위해 어떤 자본이든 받아들인다는 개념이며, 자체적으로 공장기업소를 가동해서 국가 계획량을 완수함과 동시에 소속 노동자들에게 월급과 생필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 계획량은 국가 소유인 공장을 빌리는 조건으로 사용료를 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체로 생산량의 30%를 국가에 제공하고 있는데 마치 법인세를 30% 내는 것과 유사하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시장과 계획의 동조화 현상이라고 본다. 2000년대까지는 시장과 계획의 충돌 현상으로 이를 해석했었다. 시장 확산에 대해 북한 당국은 억제와 타협을 반복해 왔다. 시장과 계획의 충돌이다. 2010년대 이후 북한 당국은 시장을 공식경제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동조화 현상이다. 여기에는 돈주들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작용했다.

김정은 정권은 더 이상 북한 주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일성으로 출발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생산성을 높여서 먹고 입는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시장과 타협하여 시장의 자금을 공식경제부문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이용해 공식경제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돈주들이 보이지 않게 이 역할을 담당하면서 몸집을 더욱 불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돈주들이 실질적인 기업인들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자본가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개인기업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해외에서 투자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지분을 인정한다. 이 현상 역시 과도기적인 것이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고 돈주들과 연계된 투자사업이 활기를 띠게 되면 북한 경제의 근간을 장악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적 소유의 기업들이 나오게 되면 북한 돈주들은 이 시점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며, 진정한 기업인들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시장화, 북한 변화 기제로 활용해야

여기에 해법이 존재한다. 북한 돈주들은 중국 자본가들과 연계하여 북한 기업에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상당수의 북한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자본이 들어가서 설립된 합영 또는 합작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에는 어김없이 북한의 돈주들이 보이지 않게 개입되어 있다. 무조건 틀어막은 제재만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의 변화는 외부에서 억지로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 변화하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은 무너진 배급제를 시장 유통으로 대체한 성공사례를 보여줬다. 얼마든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돈주들과 연계하여 북한 내 공장기업소들이 가동될 수 있는 합영과 합작기업들을 확산시켜야 한다. 시장에 유통되는 자금이 지금보다 10배, 100배는 늘어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은 변화하게 될 것이며, 그 주력은 바로 북한 주민들이다.

동용승/ 오리엔탈링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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