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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결미연중(結美聯中) 외교전략이 긴요하다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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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북·중관계 분수령 … 국면전환에 대비하라!

결미연중(結美聯中) 외교전략이 긴요하다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2270호 결의안으로 인한 대북제재 속에서 최근 중국과 북한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국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향후 중국과 북한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국면전환 상황 속에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점과 대비를 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우선 시진핑 시기 중국의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진핑 이전 중국은 발전도상국이라는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경제발전으로 대표되는 국가발전이라는 목표에 모든 것을 집중시켰다. 대외 전략 역시 이러한 국가전략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낮추고 역량을 함양하는 데 집중하는 ‘도광양회’ 전략을 추진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갈라만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갈라만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발전도상국이라기보다는 세계 최대 규모로 발전 중인 강대국으로 자아정체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동아시아 국가라는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 강대국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라시아를 아우르고 세계의 남과 북, 동과 서를 연결하는 허브국가 혹은 중심국가가 되기를 추구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에서 경제와 군사력 강화를 병행하여 추진하는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핵심이익의 영역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천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은 기존에는 전통적인 우호협력을 강조한 데 반해, 국가 이익에 기반한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수립한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북한이 2013년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중국은 북한을 포함한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넘어 강경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였다. 무역제재를 강화하여 급기야 최룡해가 부랴부랴 중국을 방문하게 하였고 6자회담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발표하게 하였다. 이 시기는 아마도 역사상 중국이 가장 강력하게 대북재제를 가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시진핑 주석은 2014년 한국을 공식 방문하여 북한을 방문하기 이전 한국을 먼저 방문한 최초의 중국 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북·중관계의 흐름은 2014년 말부터 바뀌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적극적인 대중 압박 정책으로 미·중관계가 전략경쟁을 위주로 하는 관계로 전환하려는 흐름, 미·일동맹은 물론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 남북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채택하였다. 즉,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강화하는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그 결과로 2015년 10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류윈산의 평양 방문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을 고수하였다는 점이다. 북·중관계는 일순 경직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미국이 그간 협력의 영역이었던 북핵문제를 대중 압박의 카드로서 사드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의도가 분명해졌다. 중국은 그 대안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북한의 민생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관철시켰고, 이는 향후 대북관계에 있어서 중국에 분명 상당한 레버리지를 안겨주고 있다.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종결된 이후 북한 외교의 최고위 실무 책임자인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이 5월 31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전격 방문하였다. 이 방문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으로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진행되어 크게 주목을 받았다. 공식적인 방문 이유로는 북한 제7차 당 대회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수용은 과거 최룡해의 방중과는 달리 중국 측의 환대를 받았고,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쑹타오와 회담은 물론,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도 면담하였다.

공식적으로는 북·중 양측이 이번 방문에서 크게 새로운 것을 제시한 것은 없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양보안도 제시하지 않았고, 병진노선을 고수할 것을 주장하였다. 중국 역시 이 부위원장을 뜻밖에 환대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기존 원칙을 유지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이번 북·중 접촉을 보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북·중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고 중국판 북핵공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 당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무례’를 범했음에도 시 주석은 활짝 웃는 낯으로 이 부위원장을 맞아주었다. 이는 북한이 큰 선물을 제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무언가를 추진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중국은 현재 미국 중심의 북핵 대응 구도에서 중국 중심의 구도로 전환하고자 하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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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아·태 재균형’ 정책을 채택한 이후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 책임론’을 강조해 왔다. 중국은 이에 ‘미국 책임론’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제4차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의 담론은 ‘미·중 공동책임론’으로 전환하였다. 북핵문제에 대해 이제는 소극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넘어서 조정자와 관리자의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다. 중국은 이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그 의지를 실행에 옮기려는 것 같다. 현 미국 중심의 구도는 북한이 핵개발을 진전시켜 나가면서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가능해진다. 한국은 미국 편향의 정책을 취하면서 결국 사드를 배치하고 한·중관계는 악화된다. 한·미·일 안보협력, 역내 대중 미사일방어 체계 및 핵 확산의 위험은 강화된다. 이는 중국의 안보전략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해결책은 보이지 않은 채 중국 책임론만 부각되는 구도다.

안보환경 지속적 악화 묘안은 북·중관계 획기적 개선?

시진핑이 이 구도를 타파하기 위한 묘안은 북·중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개발 관련 양보를 받아내고, 현 제재와 대립 구도를 협상국면으로 전환시키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그를 통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과 회유를 결합한 카드와 이를 거부할 경우의 대가 등을 명백히 제시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개발을 동결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의 장으로 나오라고 주문했을 것이다. 중국은 그 대가로 북·중 정상회담 개최, 대규모 민생지원과 경제협력, 김정은 정권의 안전보장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기대치만큼 호응해 준다면 김 위원장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시 주석이 평양에 갈 수도 있다.

북한은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의 성공으로 태평양 도서의 미군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제 공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직면한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당장 핵을 포기할 필요 없이 정권의 안전을 담보하고, 중국과의 협력 증진으로 장기적인 체제 경쟁이 가능해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핵문제는 중국 책임론을 비껴가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구도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국제안보 환경이 북한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다대하다. 미국은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북한에 대한 강경조치를 취하기 어렵고, 한국 외교는 대북제재론에 발이 묶여 있으며 대선도 앞두고 있어 경직되어 있다. 이번 이수용의 방중에서 시진핑이 분명히 한 것은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북한의 붕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더구나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국제적 혼란의 가중과 미국 영향력의 약화, 중·러의 입지 강화, 미·중 전략경쟁의 강화, 한국 경제·안보의 환경적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북한은 아무런 제재나 위협을 받지 않고 핵개발을 지속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향후 전망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보다 유연한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레짐을 흔들면서 동시에 강경한 정책을 적절히 구사하여, 오히려 우리 측이 굴복하도록 압박하고 중국이 결국 북한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북한의 전략이 달가운 것은 결코 아니다. 핵을 지닌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 보다 자유로워 질 것이고, 미·중 갈등을 부추기면서 중국에도 위협이 될 개연성이 더 확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강화하여 북한의 굴복을 받아내려는 한국의 현 전략은 실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력을 낭비하고 좌절감만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북 핵억제와 대중 압박용으로서의 사드 배치는 오히려 그 역작용을 불러내 우리의 외교·안보·경제 비용을 크게 높일 개연성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위기를 강조하면서 중국이 한·미동맹의 압력에 굴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는 부합하지 않는 희망사항이다. 중국 경제는 분명 위기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어느 나라보다 양호한 경제발전 환경을 안고 있다. 안보 문제도 점차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호전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세계 1위를 향해 발전해 나아가는 국가의 지도부와 공산당을 중국 국민들은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국의 외교·안보는 이제 커다란 도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역사는 반드시 진보하지만은 않는다.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희망은 가능한 빨리 현실화 할수록 좋다. 중국의 영향력이 무서워 중국에서 벗어날 능력을 갖추자는 의지는 좋으나 오히려 걱정할 것은 중국이 우리에게 무관심하고 우리를 불필요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에 마땅히 대응할 대안이 없다.

박근혜 정부 초에 강조했던 ‘연미화중(聯美和中)’ 전략은 미·중 간의 관계가 갈등적이기보다는 협력적인 상황을 전제했다. 역내 세력전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상승하지만, 중국의 대미정책은 여전히 온건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인식을 담고 있었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생존전략을 추진할 때다. ‘결미연중(結美聯中)’ 정책을 통해 북한의 도발과 안보위협을 억제하면서, 스스로의 안보 의지와 역량을 구축하는 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미래 과학기술 환경에서의 외교·안보의 복합적인 변화 추이를 읽으면서 미·중에 대해 사안에 따라 보다 유연하고도 강력한 연계, 즉 헤징 전략과 함께 균형 및 친선 외교 등의 대응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사안이 간단치 않지만 모든 문제를 안보적 시각으로 환원하는 태도도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에 우리가 나서서 먼저 개입하거나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한 결정은 최대한 신중하게 해야 하며, 이에 실패할 경우 상대는 반드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낙관론 경계 대중관계 기반 다지며 대북 지렛대 강화해야

북핵문제의 핵심 고리는 중국에 있다. 제안할 것은 중국이 새롭게 시도하는 유라시아 국제경제체제 형성에 적극 개입하면서 우리의 이익을 담보하고, 중국과 전략적으로 경제협력의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 정부 내 중국과 해상경계획정 문제를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이는 대중관계 안정의 가장 중요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북핵에 의한 안보적 위협을 가장 크게 받는 한국은 중국의 고민과 이해를 고려하면서 구체적으로 전략적 이익을 논하고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단계로 갈 수 있는지도 면밀히 시험해야 한다. 그간 중국 측이 금기시했던 한반도 위기관리에 관한 대화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 생존전략을 추진하고, 기반을 단단히 세우는 가운데 때로는 돌아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중견국가로서 우리 외교의 지향점은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한 평화공존의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만으로 한반도에 안정과 평화가 온다는 낙관론도 금물이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되고 있다. 내부적인 체질 개선과 경제발전을 지속할 역량을 확충하면서 남북한 간의 장기적인 경쟁 상황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흥규 /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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