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7월 1일

특집 | 미·중, 미묘한 북핵 셈법… 전략적 담합 경계해야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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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북·중관계 분수령 … 국면전환에 대비하라!

·, 미묘한 북핵 셈법… 전략적 담합 경계해야

최근 국제정치의 핵심 키워드는 현존 패권국 미국의 글로벌·지역적 영향력에 대한 신흥 강대국 중국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부상이 미국 패권의 상대적 쇠퇴를 촉진하면서 동아시아를 포함한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렇다면 두 강대국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고, 특히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의 인식과 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중관계의 특징분석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의 인식 차이와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지난 6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8차 전략경제대화를 개최한 가운데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왼쪽부터),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시진핑 중 국 국가주석이 개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지난 6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8차 전략경제대화를 개최한 가운데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왼쪽부터),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시진핑 중 국 국가주석이 개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뉴 노멀 시대한국 외교, 새로운 도전 맞아

미·중관계는 이미 전략적 협력과 경쟁이 일상화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진입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패권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에 따라 양국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협력 속에 경쟁’을, 지역적·쌍무적 이슈에 대해서는 ‘경쟁 속에 사안별 협력’을 추구하는 복합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중은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지지 않기 위해 ‘협력’ 분야는 늘리고 ‘경쟁’ 요소는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간 국력 차이가 줄어들면서 상호 ‘전략적 불신(strategic distrust)’이 여전하고, 남중국해 문제와 사이버안보 등을 둘러싼 갈등과 경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중국이 제안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 구축에 대해 미국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 역시 상호 전략적 신뢰 부족에 기인한다.

미·중관계 ‘뉴 노멀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상호의존성과 취약성이 심화되어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이고 독점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미·중은 이러한 새로운 국제질서 변화에 따른 현실적·구조적 제약성을 인정하고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 기조로 운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고 자국의 역내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통한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 증대 추세를 감안하여 미·중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역시 경제적 부상을 기반으로 ‘핵심 이익’ 수호를 위한 공세적이고 민족주의적 성향의 대외정책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주장하는 등 미국과의 국력 차이를 인정하고 국제질서에 도전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향후 미·중관계는 중국이 제안한 신형대국관계에 대한 미국의 호응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지역별·이슈별로 전략적 협력과 경쟁 및 갈등이 일상화되는 복합적인 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즉, 글로벌 이슈(테러, 환경, 글로벌 경제회복, 우주안보 등)에 대해서는 전략적 협력 기조가 우세할 것이고, 지역적 이슈에 대해서는 상호 전략적 불신으로 인해 상호 영향력 확대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민감한 지역적 이슈(남중국해 및 북핵문제 등)에 대한 지정학적 차원의 현상 유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무적 차원의 이슈(대만 문제, 사이버안보, 무역적자 등)에 대해서는 전략적 갈등 기조가 우세할 것이다.

또한 향후 미·중 간 ‘규범 경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정치·경제의 주요 행위자로서 국제규범과 규칙 및 제도 등을 주도적으로 형성하고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기존의 국제규범과 질서가 미국 패권의 유지·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고 지적하고, 이와 대비되는 새로운 규범을 제시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주도하고, ‘아시아 교류와 신뢰구축 회의(CICA)’와 같은 다자무대에서는 새로운 ‘아시아 안보관’ 형성을 주장함으로써 국제적 어젠다를 주도하려는 의도를 표출하고 있다.

미·중관계의 ‘뉴 노멀 시대’의 도래는 한국 외교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제기하고 있고, 그동안 우리의 대외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갈등 및 규범 경쟁은 역내 국가 간 전략·안보·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동안 미·중관계가 협력적일 때 한·미동맹과 한·중관계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한국은 역내 갈등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중관계가 갈등적일 때 정치·군사는 미국에, 경제·통상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미·일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할수록 한국의 역할은 제한적으로 변할 것이고, 북·중관계와 북·미관계 및 중·일관계의 변화 추세에 따라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북핵문제 해결도 갈수록 요원해질 수 있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및 통일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내 강대국 간 갈등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 확보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대비하여 한국의 국가이익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외교 원칙과 방향을 정립하여 대외관계에 일관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와 한·미·일 전략적 소통을 중시하되, 한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우리의 적으로 돌리지 않는 대외정책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향후 한국의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함과 동시에 우리의 전략적 비전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및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 대북제재 공조, 대화·협상으로 국면전환 된다면?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일치하지만 구체적인 셈법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즉,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지지하면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방식에 대해서는 약간씩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미국은 줄곧 북핵의 불가역적 폐기를 주장했고, 제4차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대북제재에 집중하기 위한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대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지만 북한과의 대화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점에서 입장 변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역시 줄곧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체제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을 강조해 왔으나, 제4차 북한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병행론을 주장하는 등 대화와 협상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미·중의 대북제재 공조 역시 3개월이 지나면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을 자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독자적으로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중과 같은 ‘북한 카드’를 활용하여 미국의 압박 강화에 대응하고 있다.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미·중 양국은 인식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및 한·미동맹 관계 차원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중국은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 협의 시도가 자국의 전략 억제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강화시킬 것으로 인식하여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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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셈법의 차이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양국이 한반도 문제를 미·중 간 전략경쟁 관계의 하위구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미·중이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미·중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담합’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북핵문제와 대북제재 및 사드 배치 등을 둘러싼 미·중의 상호인식 차이와 갈등 표출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도록 하는 전략적 오판의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방지하고 대북제재 국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한·미·중 3국이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2016년 3월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제2270호)를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할 것”을 천명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 역시 미·중 간 전략적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드 문제로 미·중이 갈등하기보다는 사드 논쟁의 확산 차단 필요성에 대한 한·미·중의 공통된 인식이 필요하다.

북핵문제는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시금석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강조하는 ‘핵심 이익’ 문제나 미국이 강조하는 국제 규범과 질서 준수 등의 문제는 상호 간의 전략적 불신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대가 미·중 양국에 점차적으로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5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에서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혼란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대북제재는 전면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다는 점은 한·미·중 3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억제 및 대북제재 국면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3각 협력 북핵문제 우선 적용에 주도권 쥐어야

따라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과 한·미의 입장 조율을 한국이 주도하여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제4차 북한 핵실험 이후 결연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나,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추세와 사드배치 문제가 제기된 이후 미·중관계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관건은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미·중 간 이견을 조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미·중 3각 협력의 범위를 북핵문제에 우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대북 압박 조치를 마련하되, 북·미관계 개선 등과 같은 외교적 조치도 동시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 국면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전략 구도는 많은 변화를 겪겠지만, 한·미·중 정책 공조는 오히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한·미·중 3국 정책공조의 대상과 방법 및 목표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협의 채널 가동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신종호 /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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