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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시베리아횡단철도, 바다 건너 일본까지?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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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철도, 바다 건너 일본까지?

지난 2015년 7월 22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인근 철로 위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지나고 있다. ⓒ연합

지난 2015년 7월 22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인근 철로 위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지나고 있다. ⓒ연합

최근 러시아와 일본 간 밀월관계의 형성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0월 3일 일본의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사할린을 통하여 일본 홋카이도까지 연결하자고 일본에 제안했으며, 이는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 섬 4개 중 2개 섬(하보마이와 시코탄)의 반환 문제와 연관 있다고 전했다.

역사적으로 쿠릴열도는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으로 러시아에 양도되었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로 귀속된 이 영토의 반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국제유가 폭락,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외국 자본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한 현시점에서 러시아는 일본을 향해 쿠릴열도 분쟁 해결과 철도 연결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TSR의 연장과 일본 열도의 철로 연결은 양국 간의 실질적 경협을 실현시킬 수 있으며, 해양강국 일본의 러시아를 통한 대륙진출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신동방정책, 일본 쪽으로 방향 틀어

현재 러·일 TSR 연결 사업 구상은 갑자기 논의된 문제가 아니다. 푸틴은 지난 2011년 ‘국민과의 담화’에서 사할린을 TSR과 BAM(바이칼아무르철도)으로 연결시키고 터널을 통한 러·일의 철도연결 프로젝트를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2013년 11월에는 사할린에서 개최된 러·일 철도연결 사업 관련 ‘국제과학실용회의’에서 일본-러시아-EU의 철도연결 문제가 논의되었다. 본 회의에서 알렉산드르 호로샤빈 사할린 주지사는 “2015년부터 필요한 절차상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2019년부터 일본과 사할린의 교량 연결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2015년 7월 러시아철도 회장 블라디미르 야쿠닌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제9회 국제철도연맹(UIC) 세계고속철도회의’에서 사할린과 홋카이도의 연결에 관한 기술적 문제는 없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사할린·홋카이도 간 해협의 폭은 1994년에 개통된 영국·프랑스 도버해협 해저구간 37km보다 조금 더 긴 42km 불과하며, 러시아 본토와 사할린 섬은 타타르해협을 사이로 7km 정도이기 때문에 경제성이 관건이지 기술적 문제는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되고 있다.

최근 2016년 5월 소치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포럼’을 통해 푸틴은 쿠릴의 2개 섬 반환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9월 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서는 사할린과 홋카이도 간 에너지 연결에 관한 문제를 언급했다. 이에 관련하여 아베는 푸틴으로부터 영토적 문제의 해결을 제안 받았으며, 러시아에 관광 및 건설 투자 등의 참여를 희망하며 경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제안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연해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동방정책’ 및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 또는 일본과 TSR 연결을 통해 연해주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간 한·일 두 나라를 놓고 저울질 해온 러시아는 쿠릴열도 섬 반환을 요구하는 일본보다는 국가 간에 민감한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을 파트너로 선호해 왔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및 핵개발에 따른 남북 경색이 장기화하자 일본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서는 차선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베 총리는 12월 15일 11년 만에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인 야마구치로 초청하는 등 양국협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 간 철도연결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긍정적일 수 없다. 만약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의 동맥 TKR(한반도종단철도)과 TSR의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 대륙과 유럽으로의 진출이라는 ‘대륙 연계’ 정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철의 실크로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으로 이어지는 국가정책이 러·일 간의 연결로 경제성 측면에서 상당 부분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북핵문제로 인해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북한 관련 사업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엔 러시아가 참여하고 있는 TSR과 TKR 철도협력 사업도 포함된다.

·일 철도연결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손실은?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일본 간에 TSR 연결 사업이 구체화된다면, 상대적으로 TKR의 연결 사업은 그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으며, 자연스럽게 한반도는 지경학적 측면에서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한반도 소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TSR-TKR 연결로 인해 예상되었던 물류비 절감, 주변 국가의 통과물동량 등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및 인프라 건설 유지에 따른 부가가치 등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TSR이 일본과 연결된다고 해서 한반도 철도와 연결이 전면 무산될 것이라는 개연성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TSR이 TKR과 연결된다 하더라도 예측되었던 경제성 반감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거대 영토에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와 경제대국 일본이 상호이해에 부합해 TSR로 협력하는 순간 한국은 북한에 가로막힌 동북아의 지리적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작업도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 해빙 현상에 따른 북극권 자원개발과 내륙을 통한 한반도로의 에너지 도입, 아메리카 대륙으로 연결 가능한 베링터널로 향한 철마의 질주 사업 역시 긴 휴식기를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우물 밖으로 속히 나가 한참 진행 중인 러·일 간 밀애에 대한 실용적 대응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박종관 / 한국교통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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