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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 “가스가 끊겨 샤워를 못해요!”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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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22

가스가 끊겨 샤워를 못해요!”

탈북 청소년을 만나온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쩌다 한 번 보는 것이 아니라 매주 눈을 마주치며 수업을 하다 보니, 이제 그들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정도가 되었다.

처음에 탈북 아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참 가슴이 아프고 힘들어서 무엇이든 도와주고 싶었다. 가지고 있는 통장을 털어서라도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텅 빈 가슴을 채워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에게 돈이나 물질로 주는 도움은 일시적일 뿐 궁극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짜’에 익숙해지면 인생도 ‘공짜’로 살려는 이상한 기류가 그들에게 생기는 걸 보았다. 물론 탈북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여기저기서 기부금이나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건네는 돈을 쫓던 탈북 아이들이 무너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런 학생들은 무엇이든 ‘공짜’로 받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른다. 그러다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곳을 찾아 기웃거리느라 학교마저 그만 두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남한에 오면 돈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영이가 그랬다. 북에서 홀로 나온 영이는 외모에 관심이 많아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옷 사고 화장품 사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영이의 입에서는 불평불만이 떠나지 않았다. “남한에 오면 돈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더 압박이 심해요. 공부가 무슨 소용 있나 싶을 때도 많아요. 저는 남한 거지나 마찬가지예요.”

투박한 함경북도 사투리로 하소연하는 영이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나는 원론적인 말로 달래보려 애를 썼다. “넌 피부도 좋고 예쁜데 화장 안 하면 안 될까? 그럼 화장품 값은 절약할 수 있잖아.”

내 말에 영이는 발끈했다. “남한은 외모가 신분 아니에요? 후줄근하면 더 무시당해서 안 돼요.” 할 말이 없었다. 영이는 결국 돈 벌러 나간다고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탈북 청소년이 더 많다. 지금 인문학 수업을 받고 있는 혁이처럼 말이다. 혁이를 만난 지 일 년이 넘었으니 꽤 오랫동안 지켜본 셈인데, 늘 열심히 수업에 임하는 착실한 학생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늘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어 의아했다. 며칠 전에는 변한 모습에 놀라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요즘 무슨 일 있니? 많이 피곤해보이네…” 혁이가 털어 놓은 사연은 기가 막혔다. 식당에서 주방보조 일을 하던 엄마가 여름부터 몸이 안 좋아 지금은 집에서 쉬고 계신데, 수입이 끊기자 공과금조차 낼 수 없을 정도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주부터 전기도 끊기고, 가스도 끊겨 샤워를 못해요! 그래서 요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 와도 늘 피곤하고 집중이 안 돼요. 죄송합니다.”

혁이가 정말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와 물었다. “그럼 주민센터에 가서 보조금 신청이라도 해보지 그랬어? 엄마가 일 못하시니까 신청 자격이 되잖아.”

내 말에 혁이는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도 그렇고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수급자로 살기 싫어요. 엄마도 얼른 몸 추슬러서 일 나가신다고 보조금 신청하지 말라고 하시고요. 저도 아르바이트 해서라도 고비를 넘길 거예요.”

참 기특하고 고마웠다. 스스로 서려고 애쓰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혁이는 평소에도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학생이라 더욱 그랬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면 쉽게 돈 버는 방법이나 공짜로 도움 주는 곳을 기웃거리기 마련인데 혁이는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반듯하고 성실하게 제 힘으로 살려는 의지가 있었다. 혁이처럼 스스로 이 땅에 뿌리 내리려 애쓰는 탈북 청소년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혁이는 북한에서의 삶과 남한에서의 힘든 시기를 살아 보았기에 통일이 된 이후에 누구보다 멋진 리더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 날 수업을 마친 후 조용히 혁이를 불러 작은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밀린 가스비 내고, 따뜻한 물로 샤워해!” 혁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말했다. “작가님, 도움 받으려고 말씀 드린 게 아닙니다.” 말없이 잡아 준 혁이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 가슴이 아팠다.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Q. 북한이탈주민들은 어떤 지원을 받고 있나요?

A. 남한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은 각종 정착금과 장려금을 지원받습니다. 우선 거주할 집이 필요하겠죠? 1인 세대 기준으로 1,300만원이 지원되는데, 이때 현금으로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원금으로 거주할 수 있는 영구·국민임대주택을 알선 받아 입주하게 됩니다. 물론 소유권·전세권·임차권을 변경할 수 없고, 법이 규정한 특정사유가 아닌 한 2년 동안 주택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12주 동안 하나원 교육을 수료한 후 배정받은 주택에 입주할 때 아무런 가구, 가전, 집기 등이 없습니다. 그래서 입주 시에 400만원, 분기마다 100만원씩 3회를 지급받습니다. 그리고 정착금을 제외하면 당장 소득이 없기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되어 생계급여를 지원받고, 의료급여 1종 수급자로서 본인부담 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생계급여, 의료보호와 같은 사회보장은 북한이탈주민이기 때문에 지원된다고 여기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취약계층이기에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과 진로에 맞는 일자리를 찾고 안정적으로 근속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교육과 취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통일부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전지현 / 화성시청 북한이탈주민 담당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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