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길거리에서 사 먹는 그 맛이란!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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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8
길거리에서 사 먹는 그 맛이란!
어느덧 겨울이다. 거리에는 추위에 어깨를 잔뜩 움츠린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더운 김이 모락모락나는 길거리 음식점들 앞에는 학생들이 몰려 따뜻한 국물을 훌훌 마시며 어묵을 맛있게 먹는가하면 붕어빵, 군고구마를 먹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누가 공짜로 주어도 싫을법한 이 추운 날씨인데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흐뭇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길거리 아무 곳에나 음식 매대를 차릴 수 없는 것은 남북한 공통점이다. 북한에서는 길거리에 음식점을 차리려면 인민위원회 사회급양관리처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며 이것도 흐지부지 되었다.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옥수수 값이라도 벌어보려고 자그마한 그릇에 음식을 담아 거리 골목골목에 앉기 시작했다. 북한 용어로 일명 ‘메뚜기 장사’라고 한다. 도시 미관을 흐리고 사회주의 제도의 영상을 흐린다고 수시로 단속하니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는 모습을 메뚜기에 비유해 붙인 이름이다. 하지만 아무리 단속해도 생존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몸부림을 막을 수는 없다.
군고구마는 ‘금고구마’ … 김밥은 별식!
북한 길거리 음식으로는 인조고기밥, 두부밥, 꽈배기, 국수, 팥죽, 옥수수죽, 만두, 모두부, 순대, 찐빵 등이다. 메뉴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북부 지역에서는 감자전분으로 만든 부침개, 묵, 감자떡, 삶은 감자도 판다.
‘인조고기’란 메주콩으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가공한,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고기’다. 그 속에 밥을 넣은 것을 ‘인조고기밥’이라고 한다. ‘두부밥’은 두부를 적당히 썰어 기름에 살짝 지져 그 속에 밥을 넣은 것을 말한다. 군고구마는 북부 지역에선 비싸서 맛보기 힘들다. 이따금 북한 TV나 남한 TV에서 평양 시내 길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라에서 준 공급표가 있어야 국정가격(국가에서 정한 가격)으로 사먹을 수 있지, 개인이 파는 군고구마는 훨씬 비싸 학생들은 사먹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남한에서 즐겨먹는 어묵은 북한엔 없고, 김밥은 아이들이 야유회나 생일, 명절에나 먹어볼 수 있는 별식인데 그것도 좀 사는 집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북한에서는 김이 많이 생산되지 않아 대부분 중국산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
학생들이 길거리 음식을 먹기 위해 먼 장마당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학교 정문 앞에도 음식 장사꾼들이 있다. 이들이 파는 물건엔 음식뿐 아니라 학용품도 있다. 물론 인민위원회와 학교 측에서 거리 미관상 나쁘고 학생 교양에 좋지 않다고 단속을 한다. 학생 교양에 좋지 않다는 이유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다음 수업 준비를 하지 않고 먹을 것을 사먹는다는 것인데, 특히 중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매대에서 담배를 사서 피우기도 한다.
언젠가 북한에서 사회주의가 붕괴된 동유럽 사회주의국가의 실태를 보여주는, 이를테면 사회주의 시기를 회고하고 자본주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다큐를 간부강연회 교육 부문 종사자들 앞에서 보여준 적이 있다. 다큐에서 자본주의의 썩어빠진 모습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학교 내에 있는 자판기와 자그마한 음식 매대였다. 신성한 교내에서 어떻게 먹을 것을 파느냐며, 이는 학생들을 무골충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비교육적이며 비교양적이라고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교내에 없을 뿐이지 북한에서도 똑같이 학교 앞 매대를 통해 학생들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다만 음식 값이 비싸서 많은 학생들이 사먹지 못할 뿐이다.
가격 만만찮아 … 평범한 학생들에겐 부담
북한 학생들이 음식을 사먹는 모습도 남한과는 사뭇 다르다. 남한은 길거리 음식이라도 어느 정도 형식을 갖춘 매대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데, 북한은 길거리에 앉아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대야에 담아 팔지 그 자리에서 만들어 파는 문화가 아니다. 시장 근처에나 가야 그 자리에서 만들어 파는 부침개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사들고 길을 걸어가며 먹든가, 아니면 대부분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먹는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반 학생들이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부담 없이 사먹기에는 길거리 음식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군침만 흘리지 함부로 사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렇게 남북한의 길거리 음식을 비교해도 식량난이 심각해 식사류에 가까운 것을 파는 북한과 순수 간식 의미의 남한 길거리 음식이 대조된다. 학교 앞 매대에 학생들이 몰려들어 먹을 것을 사먹는 남한과 그 앞에서 입맛만 다시거나 쪼그리고 앉아 먹는 북한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