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월 1일

편집위원 특집좌담 | “리더십 과도기 … 철저한 상황관리로 안보누수 방지해야”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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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특집좌담 | 리더십 위기시대 한국, 통일외교 중심잡기

리더십 과도기 … 철저한 상황관리로 안보누수 방지해야

 

(왼쪽부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차문석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박창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진희관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왼쪽부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차문석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박창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진희관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대한민국 국회가 지난해 12월 9일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날 오후 7시 3분을 기해 박 대통령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되었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해 내치를 포함한 외교·안보까지 총괄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이 맞고 있는 위기상황은 한반도를 둘러싼 대내외의 녹록지 않은 환경과 맞물리며 향후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민간인 국정농단 파문이 터진 뒤 공직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고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사실상 붕괴된 상태에서 정부의 국정동력 역시 상실된 상태다. 정치적 불안요인에 더해 경제적으로는 투자와 소비위축 등으로 2017년 경제가 암울하다는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영국의 브렉시트 파장과 사드의 도입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잔존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미국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 1월 새로운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리더십의 위기로 촉발된 지금의 한국이 대내외적으로 점증하는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모든 측면에서 제기될 만만치 않은 도전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편집자주).

북한의 현재 상황판단은?

남북관계 개선 상황에 대한 대비책 마련 중일 것

진보 진영 집권 기대하며 사태 관망하는 중

정세 주도권 쥐었다고 판단? 대화 시그널 보낼 수도

홍현익

한국의 외교·안보는 국가원수가 중심을 잡고 추진하는 것인데,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 직무정지에 들어가 있는 관계로 대단히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이 자리는 소위 리더십의 위기상태에 빠진 한국이 지금의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안정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구상할 수 있을지 제언을 모아보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우선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을 분석해보죠. 최근들어 북한이 크게 도발을 하는 모습은 없고요. 김정일 사망 5주기를 맞아서도 특별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조용하게 넘어가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진희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탄핵 사태와 관련해 북한이 거의 모든 매체를 동원해 낱낱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민족끼리>는 한국의 언론을 인용해서 매일같이 소상하게 약 10여 건의 기사를 보도하고 있고요. <노동신문>도 매일 3~4건씩 보도하고 있죠. 북한 주민들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상황을 매우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그간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북한이 비판적이었는데 결국 이러한 인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만약 국회의 탄핵안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여 한국 정부의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북한은 아마도 향후 남북관계가 변화되고 개선될 가능성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대비책을 고민할 것입니다. 지금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남북협력 사업을 전개하는 데 발생할 장애요인과 이를 풀어나갈 대안 등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봅니다.

박창희

북한이 현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긍정적 기대와 부정적 전망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긍정적 기대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높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서 진보적 성향의 인사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거죠. 지금 진보 진영에서는 일찌감치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철회하고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인도적 차원에서의 대북지원 재개 등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잖습니까. 북한도 지금까지 계속 요구해왔던 것이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이었는데요, 현재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차기 대선에서 진보 진영이 대권을 잡고 대북정책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죠. 반면 부정적인 전망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태를 보면 이는 북한의 정통성을 위협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어쩌면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박 대통령과 김정은은 유사한 관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과거 한국의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김정은 역시 김일성과 김정일로 이어지는 김 씨 왕조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놓고 본다면 말이죠.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등장은 북한 입장에서 봤을 때 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승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실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남한의 상황은 전혀 달라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해서 국민이 직접 탄핵을 진행하는 모습이 일어나고 있잖습니까. 이러한 남한 상황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최근 김일성 항일유적지에서 김정은 타도를 주장한 전단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있었고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보면 최근 남한의 정치 상황에 대해 북한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것 같고요.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도발한다면 오히려 남한 진보 진영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고, 나아가 대북정책을 조금 더 유연하게 가져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게 되는 방향에서 이탈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북한은 신중하게 사태를 관망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난해 12월 29일 이 보도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란봉악단·공훈국가합창단의 합동 공연 관람 모습 ⓒ연합

지난해 12월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란봉악단·공훈국가합창단의 합동 공연 관람 모습 ⓒ연합

홍현익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 북한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돌아보면, 이 시기를 노려 일부러 도발해오지는 않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길들이기 차원에서 도발을 하여 협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남한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패턴을 이어나간다는 논리가 많이 회자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바로 직전인 2007년 10월에 6자회담이 계속되고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2차 정상회담도 종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남북관계가 좋은 상태였잖아요.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대북강경책이 예상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는 거의 도발이 없었죠. 남한이나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라고 해서 그것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리더십 차원에서 봤을 때 김정은의 인내심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가능성은 있을 것입니다. 젊은 지도자이기 때문이죠. 올해 2월 말 또는 3월 초에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 시기까지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 시기 전후에 북한이 큰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차문석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지금 한국 정부가 모든 부분에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북한은 자신들이 현 정세의 주도권을 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했던 발언의 의미를 깊게 되새겨봐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최 국장이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에 어떤 대북정책이나 전략을 쓰는지 지켜보면서 행동하겠다.”, “사전에 문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는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었죠. 또한 최근 북·미 간에 일련의 비공식 회동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2017년 상반기는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어쩌면 같은 곳을 향할 수도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대화나 협상에 의지가 있다는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고 보고요.

미국 신()정부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정세?

힘에 기반한 아태지역 평화전략 집중할 수도

대중 무역불균형 극복 위해 의도적으로 갈등 높여

파격적으로 판세 흔들어 이익 공간 찾아보는 식

 

홍현익

다음으로 미국의 새로운 리더로 등장할 트럼프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트럼프의 동북아 안보정책,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서 미·중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우리에게는 큰 도전과제로 다가올 것인데요. 어떻습니까?

박창희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갈피를 못 잡을 정도로 안개 속이었는데요. 그럼에도 관련 분야 인사들의 내정과 그들의 정책성향이 공개되면서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시아중시(pivot to asia)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불과 며칠 전에 알렉산더 그레이와 피터 나바로라는 두 학자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기고한 논문을 보면 트럼프 진영이 이전의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했던 아시아중시 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가 정책은 내놓았지만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힘을 갖추지 않았음을 비판했는데요. 결국 힘을 결여한 아시아중시 정책은 지역 국가들에게 미국의 유약함으로 비춰졌고, 이로 인해 중국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오게 되었으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필리핀이나 태국 등의 동맹국들은 오히려 중국 쪽에 편승하는 부정적 효과를 야기했다고 보는 것이죠. 따라서 아태지역에서의 힘을 통한 평화전략,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를 포함한 아태지역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저도 이러한 논리가 너무 편향적이지 않은지 생각했었는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오히려 이러한 전망이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는 노선과 결을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트럼프 역시 동맹의 중요성을 실제로 부인한 적은 없지 않습니까. 특히 당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아베 총리와 면담하는 과정을 보면 동맹의 중요성은 분명히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주변에 내정된 보좌관 또는 장관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홍현익

트럼프가 그간 내세운 공약 중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것은 결국 미·중 간의 엄청난 무역 불균형 현상을 되돌려놓겠다는 것이거든요. 2015년의 경우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3,6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 1년 국가예산 정도의 무역적자를 봤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트럼프가 반드시 시정하겠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볼 때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당선 축하 관련 전화통화를 하고, 남중국해에서도 갈등의 수위를 키우고 있는 등의 현상들이 성동격서(聲東擊西) 방식으로 벌어지는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실제로 노리는 것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에 유리한 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아직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취임 이후 벌어지는 환경 변화와 행보를 조금 더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이러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양국관계 속에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문석

대선 시기 때에는 트럼프 정부의 동북아 정책을 고립주의라고 묘사했잖아요. 과거 먼로 독트린에서도 봤듯 고립주의라는 것은 결국 정치·군사적으로 자국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중립을 지킨다는 입장인데요. 사실 취임을 해봐야 알겠지만, 트럼프에게서는 중상주의적인 느낌이 강하게 나타나거든요. 따라서 트럼프가 말하는 고립주의란 정치·외교적 의미보다는 경제적 민족주의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국가의 실익에 대해서 굉장히 집중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죠. 반면 안보 문제는 오히려 개입주의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남중국해라든지 센가쿠 열도와 관련한 문제에서 특히 두드러지겠죠. 필요할 경우 군사적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네오콘’적인 모습도 더불어 보일 것이다는 생각도 들고요. 결국 트럼프 정부의 동북아 안보 정책은 어떠한 분명한 독트린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굉장히 감각적이고 유연하며 기동성 있는 방식으로, 마치 사업적 이익의 공간을 찾아나가는 준민한 상인의 모습처럼 전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에 보여줬던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나 양안문제를 북한 핵문제와 결부시키는 사례에서 보듯, 기존의 국제정치에서 유지되어 온 일종의 틀을 파격적으로 깨고 있잖아요. 질서를 흔들어서 미국의 이익이 생겨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 공간을 찾아서 트럼프식으로 다시 정리하는 것이 전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트럼프의 행동은 앞으로 우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충돌과 갈등이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죠.

진희관

트럼프 등장 이후 미·러관계가 상당히 긴밀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스탠스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주의깊게 지켜봐야겠죠. 앞으로 러시아와 어떠한 관계를 가져나가야 할 것인지가 김정은 정권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핵실험 정국에서 러시아는 일관되게 중국과 호흡을 맞추면서 대북결의안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이미 푸틴 1기 때 북한과 러시아의 상호원조조약이 폐기됐지 않았습니까? 지금이 푸틴 3기라고 볼 수 있는데, 통상 분야만 보더라도 북·러 간 교역규모는 북한 대외무역의 1%대를 차지합니다. 경제적으로 긴밀하지 못한 상황이고요. 오히려 문화예술 측면에서만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습니다. 공연 관람, 공연예술단 파견 등을 지속해왔고, 최근에도 이런 국가급의 공연예술 교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발전 여하에 따라서 북한의 대러시아 정책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이를 통해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렛대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 변수는? 

방위비 조정보다는 경제 이슈에 대비해야

계속되는 중국 흔들기에 들러리 서지 않아야

안보 이슈 놓고 국내 진영 간 공감대 형성이 우선

홍현익

한·미관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죠. 지금 한·미관계에는 여러 현안이 있습니다. 사드를 배치하는 시기와 관련된 문제가 있고요. 또한 트럼프의 대선 공약에서 제시된 것처럼 우리가 현재 약 9,400억 원 부담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를 두 배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미국 측에서 제기할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만, 사실 한·미 간의 협의 절차에 따르면 올해는 협상을 하지 않게 되어있기 때문에 대선 기간 동안에 트럼프가 한·미 간의 구체적인 상호관계를 잘 몰라서 한 이야기 같고요. 실제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주로 나토(NATO)를 겨냥한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를 조금 더 증액하라는 것이 핵심이었고, 아시아로 보더라도 일본의 방위비를 더 올리라는 측면이 강했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는 그렇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소위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한·미FTA의 경우에는 트럼프가 직접 경제 부분을 챙기고 있기 때문에 수정요구가 충분히 있을 수 있겠죠. 여기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지가 관건이고요. 중요한 것은 아직 본격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슈는 아니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과거 한·미 합의와 달리 조금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을 흘리면서 미국이 한·미관계에 있어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거든요. 이것에도 ‘한국의 안보는 한국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의연하게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이 시점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입니다. 탄핵 향방이 차후

한·미관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만약 탄핵이 가결되어 조기에 대선이 치러지고 야당이 집권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경우 매년 갱신하는 방식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되어 있는데,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갱신하지 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죠. 이 경우엔 한·일관계는 물론이고 한·미관계에도 파장이 있을 수 있죠.

차문석

저는 현재 한국의 국내정치 환경이 대미관계와 어떤 식으로 연관될 것인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보면 보통 동맹국의 정부 지지도가 낮을 때 일방주의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최근 상황이 미국의 일방주의, 그러니까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국과 협의하지 않고 진행해나갈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러한 동북아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소위 ‘흔들기’ 전략까지 가세되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즉 현재 한국의 탄핵 국면과 트럼프의 동북아 흔들기 전략이 결합됨으로써 한국은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빠져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동북아 흔들기 전략이라는 것은 결국 미·중의 갈등을 계속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이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굉장히 좁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미국은 이러한 흔들기 이후에 나오는 모든 결과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한국에 강제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요.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논리적으로 거부할만한 대내적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미국의 입장을 수용해서 갈 것이고, 이러면 순차적으로 중국과 소원한 관계를 누적시켜 나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걷게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생각해보자면, 만약 미·중 간 갈등 사안에 대해 트럼프가 상인적 기질을 발휘하여 극적인 봉합을 만들어가게 된다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이 이리저리 눈치만 보다가 결국 들러리로 혼자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의 국내정치 환경을 놓고 볼 때 이런 악순환으로 인한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진희관

방위비를 두 배로 올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앞으로의 중요한 변수이자 상수가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트럼프가 후보 시절에 공약으로 언급한 것이 모두 다 실현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다만 이 부분에 대해 북한이 상당히 흥미롭게 보고 있다는 점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트럼프가 오히려 민주당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6월에 <오늘의 조선>이라는 북한의 대외 매체에서 트럼프를 아주 멋진 사람으로 표현 했지 않습니까? 여기에는 트럼프가 주한미군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다음으로 미국 민주당 정권 8년 동안 북·미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지만 결코 나아진 것 없이 오히려 악화만 됐다는 것, 그래서 차라리 공화당으로 바뀌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해 10월에 일본의 한 주간지 편집장이 북한에 다녀온 후 미국의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도 소개되었는데요. 북측의 관리들을 만났을 때 트럼프로의 변화가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을 받았다는 것이죠. 어쨌든 지금까지 북한의 트럼프에 대한 인식의 근거는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여하에 따라서 북한의 행동에 많은 변화가 따를 수 있겠죠.

박창희

미국 요인이 있고 국내정치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현재 미국 변수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요. 방위비 문제를 트럼프가 이야기했지만, 서로 협상하고 조정해야 되는 부분이지 한·미동맹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 자체로써 한·미동맹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고요. 다만, 미국 측의 의도가 실제로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처럼 지역문제에 최소한의 간여를 하겠다는 것이어서 협상 및 조정이 어긋나게 되면 이런 경우에는 파장이 커지겠죠.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고요. 오히려 제 견해로는 국내정치적 변화의 영향에 집중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앞서 홍현익 편집위원께서 지적을 해주셨듯, 향후 진보진영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나와 사드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의 문제들에 대한 정책을 바꿀 경우에는 미국 측과의 불협화음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요. 그 자체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국내적으로 한·미동맹을 포함해 한반도 안보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미국과 공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공감대 형성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보리 결의안, 실효와 전망은?

장기적으로 북한 정권 통치자금에 타격 줄 것

핵심은 중국 동참인데 적극적 행보 기대하기 어려워

대화 창구 열어두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 없을 것

제재 스탠스 취하되 대화 열어놓는 유연성 긴요

홍현익

북한의 제5차 핵실험으로 인해 안보리 결의 2321호가 나왔잖아요. 북한 석탄 수출의 한도를 규정하는 등 구체적으로 북한의 무역 수입을 삭감하도록 한 결의인데요. 제재와 실효성, 이 부분에 대해서 평가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차문석

간단히 짚고 넘어가면, 이번 유엔 결의 2321호는 북한에 대한 5번째 제재고요. 최근 경향으로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한 제재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박춘일 대사 등 개인 39명, 조선통일발전은행 등 단체 4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죠. 북한 체제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자금원이 석탄 수출인데, 여기에 상한제를 도입해 통제하겠다는 것이죠. 매년 수입에서 약 8억 달러가 감소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안보리 결의 2321호에서는 제45항에 북한 주민의 존엄성에 관한 포괄적인 내용을 언급하면서, 인권 문제의 개선 필요성까지 적시했다는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제재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노동력 수출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도 강하게 들어가 있고요. 즉 2321호 결의는 최근 국제사회의 포괄적인 노력이 가장 진하게 응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것이 강제사항이 아니고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실행에 있어서는 정치적·도덕적으로 여러 마찰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대북제재 전체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상반된 입장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제가 봤을 때 2321호 결의는 단기적으로 북한에 고통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대북제재 국면에서는 항상 시장경제에 대한 탄압을 느슨하게 하면서 내부적으로 소위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는 전략을 썼거든요. 최근의 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 내 시장에서 하루에 걷히는 장세만 해도 북한돈으로 18억 원, 1년이면 약 55억 달러가 된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을 북한 정권이 적절히 활용하면서 외부 상황에 대한 안전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를 갖기는 힘들겠죠.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변화가 누적됨으로써 북한의 체제를 지탱하는데 필요한 통치자금에 대해서 상당히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국면이 길게 이어진다면 결국 북한 역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측면에 놓이겠죠.

진희관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것이 북핵 문제를 완전하고 온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합니다.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죠. 마치 결의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과도한 상상력의 발로가 아닐까요. 실제로 우리 정부와 언론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실제 어느 나라도 ‘대북제재 결의안’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결의안의 내용에는 반드시 해결책을 담고 있거든요. 이번 2321호에도 제47항과 제48항에 ‘solution’이 담겨있고, 지난 2270호에는 제49항과 제50항에 담겨있었죠. 그런데 여기에 사용된 표현은 ‘solution through dialogue’, 즉 대화를 통한 해결입니다. 물론 북한이 더 이상 도발적인 행동에 나설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대부분의 내용이 제재와 관련한 사항으로 이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종적인 목표는 제재가 아니라 해결에 있는 것이죠. 제재는 하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 유엔 결의안의 내용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마치 유엔 결의안이 제재만 다루고 있고 이것이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해결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으로 서로 대화를 하고, 군사적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가라는 표현이 있죠. 그리고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있고요. 미국과 북한을 적시하면서, 상호존중하고 평화공존해야 한다는 말이 들어있습니다. 모든 결의안에 담겨있는 내용이죠.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도 만장일치로 동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과연 그동안 유엔 결의안이 온전하게 실현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조금 아쉽습니다. 즉 대북제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대화나 경제교류, 상호존중에 대해서 결의안이 말하고 있는 것만큼 노력을 해왔던가요?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번 2270호 결의안 이후로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어서 단절되었죠. 남북경협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도 전면중단되었고요. 그 밖의 모든 관계 역시 단절되어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의 입장은 북한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채찍만 가하고 당근을 주지 않는다면, 즉 압박에 몰두한 채 대화의 창구를 전혀 열어두지 않는다면, 유엔의 결의안은 제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고요. 따라서 이러한 방식에서 그 어떤 변화 없이는 어떠한 결의안이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봅니다. 조금 상세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제재를 하려면 확실하게 의심이 갈 만한 선박이든 기업이든 타겟을 잡아야 하는데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유엔 회원국은 매우 제한적이죠. 미국을 포함한 정보력이 뛰어난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북한을 제재할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제재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제재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을 가진 국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한계고요. 앞으로는 한국이 유엔 결의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 주도국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매우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즉, 정부가 지금 독자적인 대북제재안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유엔 결의안에 맞춰 추가적인 해법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박창희

이번 결의안 2321호의 경우에는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제한했다는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가 되고 있고요. 중국도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동참을 하고 있는 모습이죠. 그래서 최근 보도에 의하면 북한 선박 10여 척 이상이 중국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고 동해상을 맴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준 전 유엔대사도 지적했듯 북한 수출액의 1/3이 석탄으로 이뤄지는 이번 결의안으로 인해 약 60%의 석탄 수출이 삭감될 것이다는 전망을 하고 있죠. 따라서 제재 효과는 클 수밖에 없고, 북한이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는데요. 비록 실효성에 대한 부분에서 여러 의견이 많지만 그나마 북한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엔 2321호 결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봤을 때는 역시 중국의 동참이 중요한데요. 중국이 끝까지 결의안에 입각해서 북한을 압박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겠죠.

중국은 향후 상황을 보면서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미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북제재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 원점으로 돌릴 우려가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제재 동참을 강제할 수 있는 기제가 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는데요. 무역 보복도 결국 양국 모두에게 손해이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카드가 될 것이고요. ‘세컨더리 보이콧’ 역시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업들이 연계되어 있어 어느 한 기업을 제재하기가 어렵고, 또 그 자체가 다른 보복을 야기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으니 상당히 어렵겠죠. 물론 진희관 편집위원께서 말씀하셨듯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서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데, 일면 동의를 하면서도 지금까지 저희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어쨌든 북한의 핵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김정은과 대화를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똑같다고 봅니다.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자칫 상황을 잘못 관리하게 되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돌발변수로 인한 상황관리 역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홍현익

우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견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북한이 아닌 우리가 먼저 개성공단을 닫는 조치를 취한 것은 현명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우리가 북한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소진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간 남북경협이라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더라면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보복할 수단이 많았을텐데요. 이제는 카드가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한국은 더 이상 고려해야 할 변수가 아닌 상황이 된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떠한 전략과 구도를 갖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된 것이죠. 현재 북한과 대화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민간단체의 인도주의적 지원까지 어렵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나 우려됩니다. 다행히 앞으로 북·미 간에 대화가 진행되더라도 이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리는 상당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미리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 간 정면 대결 국면에서는 조속히 빠져나오는 것이 최소한의 대책일 겁니다.

어쨌든 제재와 관련해 말씀드리면 조금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어서 소개를 드리고 싶어요. 국제사회가 일종의 불량국가라고 하는 지역 안보를 훼손하는 나라들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경우가 그간 많이 있었는데요. 최소한 30년 이상 제재를 가하고 그 뒤에 열과 성의를 다해 1년 이상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에 시행했을 때야 비로소 작더라도 성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란이나 리비아, 쿠바 등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북한에 대한 것처럼 제재 1~2년 돌입해서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봅니다. 사실 한국처럼 임기 5년의 정부가 제재라는 정책에 ‘다 걸기’ 해서 북한과 승부를 본다는 것은 무모한 정책이라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현재 국제사회의 흐름에 따라 대북제재를 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것에 계속적으로 의존하는 구도 속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대북제재의 목적은 첫째로 북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고 둘째가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과 핵 개발을 못하도록 방지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두 번째 목적이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주목적이죠. 그런데도 현재까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상황을 악화시켜 온 제재일변도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창의력이 매우 떨어지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유연성을 갖고 한 쪽으로는 제재의 스탠스를 갖추되, 다른 쪽에서는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합니다. 대화를 한다는 것도 단순히 6자회담 대표끼리 만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적극적인 대화, 즉 우리가 문제해결책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여 한·미·중 공동의 3자 제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는 제안을 마련해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협상을 해야지, 지금처럼 우리의 일방적인 요구만 내놓는 것은 대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탄핵 국면 사드 재점화, 어떻게 봐야? 

·중 제로섬 게임 상황악화 방지에 집중해야

핵심이익에 대해선 ‘NO’ 밝힐 수 있어야

한국형 MD 개발 중 한시적 배치 밝히는 것도 방법

홍현익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는 지난 1년간 국내정치는 물론이고 한반도 국제정치 차원에서도 상당히 민감한 주제로 거론되었던 부분인데요. 탄핵 국면을 맞아 사드 배치를 재고하라는 중국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

차문석

한국과 중국이 사드에 관한 입장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은 그간 노정되어 온 명확한 사실이고요. 지금까지 국내에서 효용성과 찬반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사드가 중국을 위협한다는 중국의 논리가 성립되는 배경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있었고, 이어 2009~2010년 중국에서 시진핑이 당 총서기에 오르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부상하자 중국은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자국의 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정세 인식을 하게 되죠. 2012년에는 그 연장선에서 중국이 세계규범을 만들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게 된 것 아닙니까? 반대로 이 시기 미국 의회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히 세계전략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누가 봐도 중국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이었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2011~2012년 즈음 미국의 상태는 중국이 생각했듯이 헤게모니 쇠퇴의 과정이 아니었단 것입니다. 오히려 탄탄한 재정과 셰일가스 혁명에 기반해 미국의 굴기가 있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들을 맞으면서 중국이 여유롭게 자신감에 차있던 상황에서 다시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으로 바뀐 것 같아요. 사드 문제 역시 이러한 배경 인식의 연장선 상에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가 자국에게 시급하고 심각한 안보위협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안보 위협도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한·미동맹과 일본까지 합세한 한·미·일동맹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기제로 작동해 중국을 압박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위협적인 환경 변화로 생각해 반대하는 것이죠. 현재 중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은 북핵 문제와 사드 문제가 별개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 정부와 인식의 차이가 있죠. 우리는 북핵 문제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요소였잖아요. 중국은 다르다는 것이죠. 저는 오히려 중국이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과 중국의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갈등이 북핵에 대한 협력을 완전히 차단할 것으로 작용하리라는 의견은 타당성이 없다는 생각이고요. 다음으로 저는 단기적으로 사드 배치 문제가 나중에 동북아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하나의 구조로 변환된다면 여기에 대해서 중국이 한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사실상 한국은 중국의 전략에 대해서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봐요.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균형을 잡는 문제도 지금 정부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힘들 것 같고요. 사드를 둘러싼 현재 상황은 명백한 미·중 간의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양측을 동시에 고려하기 매우 힘든 것이 한국의 현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드 배치 문제는 되도록 현상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되 차기 정부가 들어선 후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국이 조금 더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현명하게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전까지는 중국과의 다양한 관계를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야죠. 우리가 사드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가운데 중국 또한 자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기 때문에 불협화음은 계속 일어나겠지만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는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는 지혜가 긴요한 국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창희

사드 문제가 실제로 현재 한·중 간의 가장 큰 이슈고요. 양국 관계를 저해하고 있는 테마로 부각이 되어버렸죠. 어쨌든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는 2017년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중국은 여태껏 어떤 형태로든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했었죠. 물론 공식적으로는 부인을 하고 있지만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포함한 여러 방법을 통해 무역장벽을 높이는 방식으로 나름 압력을 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단, 저는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의 주권과 생존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죠. 물론 중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비춰 이러한 조치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펼 수는 있겠지만 주권국의 결정에 압력을 가하고, 안보적 문제를 떠나서 양국의 문화나 경제적 교류까지 연계해서 일종의 보복성 행태를 보이는 것은 굉장히 옳지 않고 치졸하기까지 한 행위인 것 같아요. 우리가 앞으로 중국과 풀어나가야 할 한반도 관련 이슈가 상당히 많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통일 문제까지도요.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대처에 관한 문제도 있고요. 현안인 북핵 문제도 당면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협의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은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에 대해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중국과 1992년부터 국교를 정상화하고 지금까지 함께 교류해오고 있는데, 그간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봐요. 첫 번째 위기는 2010년에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도발이 있었을 때입니다. 그때 우리는 중국이 소위 한국 편을 들어줄 것으로 알았거든요. 그런데 철저하게 북한 편을 들고 나왔잖아요. 한국이 미국과 연합훈련 등으로 북한을 압박했기 때문에 도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북한식 논리를 그대로 옹호하면서 나왔죠. 반대로 우리에게는 한 번도 유감을 표현하지 않았었거든요. 실제로 그 이후 한·중관계가 상당히 악화되고 1년 넘게 군사교류도 끊어졌습니다. 이런 일의 근본원인이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엔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일종의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가지고 있었다고 봐요. 근거 없는 기대감, 이것이 작용했던 것입니다. 제가 그때 사건을 중심으로 한·중관계 20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전망했던 것이 있어요. 앞으로 우리가 중국에 대한 소망적 사고를 가진다면 이 정도 수준과 파장으로 끝나지만, 반대로 중국이 우리에 대해서 소위 ‘잘못된’ 소망적 사고를 갖게 된다면 한·중관계에 치명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말입니다.

중국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를 해왔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 정부가 배치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소망적 사고’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거세게 반발해 나오는 것일 수 있고요. 우리 입장에서는 국내 여론을 이끌어가는 주도층의 목소리가 분열되어 있는 상태인데도 중국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다 보니 중국이 우리에 대해서 잘못된 기대를 갖도록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요. 그것이 이번에 사드 주한미군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강한 반발을 견인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중 간의 문제를 조금 더 전략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중국이 비록 싫어하더라도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우리의 이익을 밝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희관

중국에 대해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똑같은 논리로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동맹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사실 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이기 때문에 이에 비춰 정말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면 반드시 거절의 시그널을 보내야 하겠죠. 이런 것이 바로 자주 외교의 토대가 아닌가 생각하고요. 사드 문제를 보면 정부는 우선 2017년 안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드 시스템이 레이더와 미사일 파트로 구분되는데, 실전용으로 무리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기 위한 미사일 도입 및 장착 시기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레이더 파트 역시 현재까지도 지역주민과 일부 종교단체의 반발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탄하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드 문제를 결정한 최고 정책결정자가 현재 탄핵 과정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추진에 대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쨌든 차기 정부가 들어서게 될 경우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보다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겠고요. 국민들과도 국회나 기타 여러 경로를 통해서 대화를 해나감으로써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치고 합리적인 진행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홍현익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전에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물론 사드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거든요. 이는 북한의 핵위협이 있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철수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던 것이죠. 그런데 사실 사드는 이미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이슈가 되었어요.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고요. 한·중관계를 최악으로 몰고가지 않으려면 지혜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드 문제에 잘못 접근하면 그야말로 한국을 반중 국가로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거든요. 중국이 한국에 취하고 있는 보복 조치가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어서 우리가 그 의미를 간과하고 있다고 우려됩니다. 훨씬 더 강력한 보복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요. 한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배치해야만 한다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 개발을 최대한 서두르고 그것이 완성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하여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지키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상황 오판? 도발 가능성은?

가능성 크지 않아 신정부 정책 관망할 것

대규모보다는 은밀한 성격의 가능성은 상존

트럼프 별 제스처 없다면 3월쯤 도발 나설 수도

 

홍현익

국내정치가 큰 변화를 가져올 분기점일 때나 또는 불안정한 국면에 놓였을 때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많이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 시기에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 어떻게 보세요?

차문석

국내정치 상황보다도, 저는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이야기를 했는데요. 다시 말하면 최선희 국장 입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그림이 나오기 전까지는 조용히 지켜보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그때까지는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고요. 오히려 도발 가능성이라고 한다면 대내적인 필요성, 즉 김정은의 통치능력을 보여주고 이른바 내부 정적들에게 위압적 모습을 보여야 할 타이밍이라면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현재 상황으로선 트럼프 정부가 아직 완전하게 본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희관

요즘 탄핵 정국의 혼란한 틈을 타서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지 않을까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요.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북한은 중국과 1961년 체결한 상호원조조약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이지 않습니까. 이 조약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실상 가장 중요한 축은 군사적인 동맹관계입니다. 북한이 전면전을 재개할 경우에 중국은 거의 자동개입해야 하는 것이 조약의 내용이죠. 따라서 북한이 남측을 공격하려면 중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지 않고서는 사실 할 수 없거든요. 과연 중국이 여기에 찬성하겠냐는 것이에요.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북한이 한국의 국방력과 한·미연합 방위력을 오판하겠냐는 것입니다. 우리 한·미연합군의 능력은 세계적으로 가공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괌의 후방기지, 미국 본토에서의 지원 등을 상정해보면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에 우리도 엄청난 피해를 보겠지만 북한은 거의 전멸할 것으로 보고 있잖아요. 따라서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여집니다.

박창희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대규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은밀한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봅니다. 앞서 차문석 편집위원께서 말씀하신대로 북한 내부의 어떤 동학에 의해, 필요하다면 천안함 사태와 같은 도발은 언제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요. 대북 전단살포가 있을 때 맞대응하는 차원과 같은 도발도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중대한 도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당분간은 기다리는 전략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결국은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 핵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하고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일련의 군사적 도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홍현익

저도 대부분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2월말까지는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북한 김정은이 비이성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 전략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한국의 리더십이 공백상태인데 도발을 해서 굳이 북한이 꺼려하는 국내 보수 진영에게 이득을 줄 이유가 없을 것이고요. 또 앞서 지적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본다고 했으니 2월말까지는 도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죠. 그러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면 아무래도 북한의 강한 반발이 나오면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습니다. 훈련이 끝나는 3월 말이나 4월 쯤 되면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제6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지금 트럼프가 북·미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미국이 별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가 생길 수 있단 말이죠. 그러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계속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선명하게 수립되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북·미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대비해 자신의 협상능력을 강화시켜 둔다는 계산을 할 가능성이 있죠. 어차피 대화가 이뤄지게 된다면 반대급부를 많이 얻기 위해 북한의 핵능력을 강화시킨다는 계산을 하고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 방향은 개성공단 재개와 함께 최소한의 남북 대화채널을 복귀시키는 한편 인도주의적 지원은 추진함으로써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한대행체제, 외교·안보 정책 제언은? 

중요한 이슈의 결정보다는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기존 정책결정 시스템의 왜곡 드러내고 바로잡아야

최소한의 남북채널 마련하고 정권이양 준비해야

홍현익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총제적인 국가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차문석

황교안 권한대행이 이야기 했던 것을 인용해서 시작을 해보자면 “부처 중심의 국정운영을 강화하자.”고 했죠. 또 “정부와 국회가 긴밀하게 소통하자, 국민의견을 수렴해서 나가자.”고 했고요. “부처 간에 긴밀히 협업해 달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세 가지를 통틀어 보면 권한대행 역할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는 국정운영의 기조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한국의 외교 전략이나 이슈 측면에서도 행정부와 국회 간의 긴밀한 소통을 중심으로 제도적인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특히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 중요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보다는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권한대행 체제를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었고 이어 아베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졌죠. 극동 지역의 협력 문제를 놓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고요. 동북아에서 여러 정치적 움직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여기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요. 따라서 황 권한대행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이 국내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배제되지 않도록 정치·외교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진희관

저도 동의합니다. 우선 지금 한국 상황에 대해서 주변국들의 우려가 많이 있기 때문에 주변국들의 신뢰를 굳건히 할 수 있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내부적으로는 차문석 편집위원 의견대로 무리하게 새로운 결정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업들을 검토하고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는 노력과 아울러 혹시 기존의 시스템 중에 왜곡되어 있는 부분, 예를 들면 정책결정 과정 같은 것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노파심에서 한 말씀 더 드린다면,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결정될 경우에 대선과 동시에 준비기간 없이 바로 정권이양이 이어져야 하거든요. 선거하면 바로 그 다음날 정권이 출범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그렇다면 인수기간이 없이 새 정부가 들어선다는 것인데, 이런 점을 고려해서 탄핵이 결정될 경우 권한대행 체제는 정권이양 준비를 착실하게 해나가 외교·안보 분야에 누수가 없도록 차분히 준비해나가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박창희

다들 걱정하듯 굉장히 혼란한 상황입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이슈를 보면 북핵 문제라든가 사드 배치 문제, 한·미관계 변화 가능성 등 매우 중요하고도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요.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역시 한·미동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가 기대할 수 있고 협력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력이라는 것은 상호 발전 및 공동 번영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많은 협력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북한 문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국에 ‘희망적 사고’를 갖지 말아야 하고 냉철하게 대중관계를 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현익

일단 대통령이 탄핵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은 국내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지양하고 국가안보의 기본적인 부분, 즉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고 사회 질서와 안정을 수호하며, 새로운 정부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 순조롭게 권력을 이양하는 것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자면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이 임박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의 입장과 정책을 트럼프 측 인사들에게 조속히 전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지금은 전혀 돌파구가 없는 국면이지 않습니까? 북한의 핵개발은 계속되고 있고, 남북 간의 대화채널은 모두 끊어진 상태이며, 자그마한 충돌도 국지전 내지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을 정도로 최악의 불신 상태이거든요. 실로 위험한 안보위기인데다 미국과 일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바람에 중국과도 갈등 관계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강대국들의 권력정치에서 졸(卒)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현재 상황을 고착화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새로 들어오는 정부에게 공을 넘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예방·억지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고, 국내외 상황관리에 집중하는 가운데 일단 남북 간에 최소한의 대화채널을 마련하며, 6자회담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을 병행 개최하자는 중국의 제안을 지원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로 북핵문제 해결방안을 찾으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길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차문석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진희관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창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왼쪽부터) 차문석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진희관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창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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