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4월 1일

화폐타고 세계여행 | 이라크 디나르(dinar), 광풍 겪은 역사를 엿보다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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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타고 세계여행 1

이라크 디나르(dinar), 광풍 겪은 역사를 엿보다

최근 들어 이라크와 시리아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결되어 언론에 자주 노출된다. 이 두 나라는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역사 유적지가 많기로 유명해 여행 애호가들의 필수 방문코스였다. IS가 탄생하기 이전의 냉전 시기에 시리아와 이라크에는 아랍 민족주의를 내세운 바트당이 들어섰고, 이들이 무자비한 독재정권을 수립하면서 악몽 같은 오늘날이 도래하게 되었다. 하심왕조를 타도하고 공화제를 수립하였던 1958년 7·14혁명부터 오늘날까지 이라크가 겪어온 변화를 화폐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몇 년 전 터키에 갔을 때 고모부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시 필자가 세계화폐를 모은다고 하자 고모부께서 “그래? 그럼 쿠르디스탄 화폐를 주마.”라고 하셨다. 그는 ‘10,000 이라크 디나르’를 꺼내며 “알파고, 이게 쿠르디스탄 화폐야. 어때?” 라고 물으셨다. 필자는 이때 처음 이라크 디나르를 접하게 됐다.

쿠르디스탄과 이라크의 상관관계는 지난 2003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사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침공으로 이라크는 수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이 중 큰 변화는 오래 전부터 자치권 확보를 위해 투쟁해 온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몰락을 계기로 이라크 북부에 ‘쿠르디스탄’이라는 자치구를 설립한 것이다. 현재 이라크 내에서 거의 독립국가처럼 움직이고 있는 ‘쿠르디스탄’에서는 이라크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이라크 디나르’가 통용되고 있다.

이라크 신()화폐, 바위돔이 사라진 이유?

지난 2003년 후세인 독재체제의 붕괴는 정치체제뿐만 아니라 화폐제도까지 변화시켰다. 이라크 중앙은행이 2003년 새로 발행한 화폐는 그 이전에 쓰이던 화폐에 비해 두 가지가 달라졌다. 하나는 화폐 앞면의 사담 후세인 초상화가 삭제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위돔’(Dome of the Rock)이라고도 불리는 마스지드 쿱밧 아스-사크라(Masjid Kubbet es Sakhra)가 사라진 것이다. 사담 후세인 사진이 없어진 것은 이해하기 쉬운데, 바위돔 사진이 없어진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존하는 이슬람 건물들 중 가장 오래 된 바위돔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현재 이란과 사우디 화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슬람세계의 주도 국가는 일반적으로 이란과 사우디로 알려져 있는데, 이라크가 화폐에 바위돔을 넣음으로써 자신도 이들 두 나라와 같은 반열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2003년 이후 화폐에서 바위돔이 사라진 것은 이라크가 ‘평범한 이슬람 국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셈이다.

10,000 디나르 앞면

10,000 디나르 앞면

다시 10,000 디나르 화폐로 돌아가자면, 이 화폐 앞면에는 1958년에 일어난 이라크혁명을 기념하는 자유 기념물 사진이 있다. 당시 영국의 힘을 빌려 이라크의 국왕이 된 파이살 2세와 왕가, 그리고 왕당파가 군인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는데, 학살에 가까운 사건으로 기억에 남은 이 사건은 훗날 역사적인 혁명으로 기록됐다. 손에 피를 묻힌 이 혁명으로 이라크 왕국은 이라크 공화국으로 변화했다.

공화국 초기에는 아랍 민족주의를 내세운 바트당의 지지를 받은 군부가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군부가 바트당 인사들을 억압하기 시작했고, 결국 바트당은 군부를 몰아내고 다시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이라크에 산재해있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 바트당의 친수니아랍 정책이 시아아랍과 쿠르드족의 분노를 자아냈고, 국내적으로 혼란을 일으킨 것이다. 바트당은 이를 제압하기 위해서 이라크를 독재로 통치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고, 침공 이후 정권을 시아아랍과 쿠르드족에게 돌려주었다. 시아아랍 중심으로 구성된 이라크 정부와 군부는 국내의 수니아랍 세력에 과오를 물었고, 이 시기 억압을 당한 수니아랍 장교 출신 인사들이 국제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Al-Qaeda)와 힘을 합쳐 오늘날의 IS를 조직하게 되었다.

1만 디나르 화폐에서 엿보는 IS의 그림자

10,000 디나르 뒷면

10,000 디나르 뒷면

10,000 디나르 화폐 뒷면을 통해서는 IS의 이라크 활동을 엿볼 수 있다. 화폐 뒷면에 보이는 ‘알 누리 사원’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모술의 상징이다. 사원 캠퍼스 안에는 요나의 무덤으로 알려진 묘비를 비롯해 역사가 깊은 학당들과 수많은 역사적인 건물들이 있다. 로마 제국 시대로부터 잔류한 모술의 유적지들을 궤멸한 IS는 대표적인 이슬람 유적인 본 건물도 파괴했다. IS는 수니든 시아든 묘비 자체를 이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비이슬람적인 유적지와 함께 없애버린 것이다.

IS는 현재 시리아 라까와 이라크 모술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모술은 이라크에서 바그다드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2014년에 이라크 정부군이 도시를 보호하지 못해 IS가 모술에 입성하게 되었고,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알 누리 사원에서 설교를 통해 자신을 전 이슬람세계 지도자로 선포했다. IS는 자신들의 존재를 정당화할 겸 모술에 있는 풍부한 석유를 불법으로 팔아 번 돈으로 지역을 점령하려 했고, 이러한 상황들이 계속되면서 이라크에는 어두운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250 디나르 앞면

250 디나르 앞면

이라크가 어두운 역사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세에는 바그다드를 비롯한 그 주변 지역이 문명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세계의 중심이었다. 250 디나르를 보면 이 나라가 한 때 얼마나 융성했는지 알 수 있다. 250 디나르 앞면에는 과거 천문관측 도구였던 ‘아스트롤라베’가 있다. 아스트롤라베는 그리스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이 도구를 주제로 한 책들은 6세기에 이라크 지역에서 처음 쓰였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시절에도 많은 화폐에 이 아스트롤라베가 새겨져 있었다.

250 디나르 뒷면

250 디나르 뒷면

이 지폐 뒷면에는 ‘사마라 사원’의 탑이 보인다. 사마라 사원은 9세기 중엽 아바스왕조가 건립할 당시 가장 큰 규모의 이슬람 사원이었다고 한다. 15만 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오늘 날 사원에 남아 있는 탑은 옛 이라크 영토에 존재했던 기원전 바벨왕국의 탑들과 유사하다. 이는 사라진 사마라 사원과 현존하는 탑이 당시 종교집회 장소 겸 학자들의 천문연구를 위한 도구로 사용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시나씨 알파고(Şinasi Alpago) / <하베르코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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